컴퓨터 모니터와 ‘하이 파이브’ 하면 밝은 눈 OK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4. 10. 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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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전문의들이 강조하는 ‘눈 건강 지킴’ 습관
20-20-20 규칙의 ‘눈 휴식’도 중요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눈의 날'이다. 국제 의학계가 눈의 날까지 만들어 눈 건강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대인이 눈을 혹사하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정의상 에스앤유안과 원장은 "현대인은 컴퓨터·휴대폰·TV 등 눈을 혹사하는 환경에 산다. 그래서 젊은 층의 건성안(안구 건조증)이 많아졌고, 노안도 일찍 그리고 심하게 온다. 일할 때 1시간마다 10분이라도 '눈 휴식' 시간을 갖는 등 일상에서 눈 건강을 지키는 습관을 지니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초등학교 취학 전 아동 무료건강검진'에서 한 어린이가 안과 검진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 눈'을 위한 건강 습관

모니터는 눈높이보다 10cm 아래로 설치 

장시간 컴퓨터나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 두통과 어깨 통증뿐만 아니라 눈 피로·시력 저하·안구 충혈도 발생한다. 이런 심각한 부작용을 보이는 눈을 '디지털 눈'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영구적이지는 않아 컴퓨터 화면을 몇 시간 보지 않으면 회복된다. 그러나 증상을 무시한 채 오랜 세월이 지나면 영구적인 시력 손상이 발생한다.

디지털 눈 예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적으로 최소 5초마다 눈을 깜박이는 습관이다. 기본적으로 분당 20회의 눈 깜박임은 모니터를 볼 때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그만큼 눈은 건조해지고 피로해진다. 의식적인 눈 깜박임이 집중에 방해가 될 정도로 느껴지면 '눈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미국안과협회(AOA)는 2시간 동안 모니터를 봤다면 15분 정도 눈 휴식 시간을 가지라고 권장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눈 휴식 방법도 소개한 바 있다. 20분마다 20피트(약 6m) 앞을 20초 동안 바라보라는, 이른바 20-20-20 규칙이다. 눈 휴식 시간에 눈은 자주 깜박이게 되고 안구에 수분도 유지된다. 눈뿐만 아니라 등과 관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눈 휴식 시간에 눈을 의식적으로 움직이면 안구 피로와 긴장을 줄일 수도 있다. 이런 눈 운동은 눈 주변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므로 눈 건강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가장 잘 알려진 눈 운동은 눈을 8자 모양 또는 90도로 눕힌 무한대 기호 모양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가까운 물체와 먼 물체에 번갈아 가며 초점을 맞춰보는 방법도 있다. 눈으로 집중하는 물체의 거리가 바뀔 때 초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령 눈에서 약 30cm 거리에 손가락을 들어 올린 후 몇 초 동안 쳐다본다. 그다음 5~6m 거리의 물체를 몇 초 동안 집중해서 보는 동작을 3분 정도 반복한다. 

컴퓨터 화면과 눈 사이 거리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너무 가깝거나 멀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집중하기 어렵고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도 없다. 공식적인 적정 거리는 없지만 안과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50~70cm를 권장한다. 사람의 팔 길이와 비슷하므로 앉은 자세에서 팔을 뻗어 모니터와 하이 파이브를 해보면 된다. 손바닥이 모니터에 닿으면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이다.

모니터 높이도 눈 건강에 영향을 준다. 눈보다 높게 위치한 모니터를 장시간 보면 눈이 쉽게 건조해지고 피로해진다. 미국안과협회(AOA)는 눈높이보다 약 10cm 낮게 모니터를 설치할 것을 권장한다. 목을 숙이지 않은 채로 모니터를 깔보듯이 15~20도 아래를 내려다보는 위치다. 그래야 눈꺼풀이 어느 정도 안구를 덮어줘 눈이 쉽게 건조해지고 피로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참고 자료를 보면서 컴퓨터 작업을 할 때가 있는데, 참고 자료를 너무 아래에 놓으면 볼 때마다 초점을 맞춰야 해서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너무 자주 위아래를 봐야 하므로 목에도 부담이 된다. 미국 로체스터대 메디컬센터는 연구를 통해 키보드와 모니터 사이 높이에 참고 자료를 두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참고 자료를 두툼한 책이나 독서대로 받치면 된다. 

모니터 거리와 높이를 조절해도 눈이 쉽게 피로하다면 밝기를 살펴볼 차례다. 모니터 밝기는 밝은 방에서는 높이고 어두운 곳에서는 낮추는 게 기본이다. 어두운 방에서 모니터 밝기가 최대치일 때 눈이 가장 피로해진다. 또 모니터에서 반사되는 주변 빛도 눈 피로를 가중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안과협회는 평소 모니터를 깨끗하게 닦으라고 권한다. 모니터에 먼지가 많을수록 주변 반사광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할 일은 창문을 등지지 않는 위치로 모니터를 옮기는 것이다. 창문을 등지고 앉으면 태양 빛이 모니터에 반사돼 눈을 자극한다. 모니터를 옮길 환경이 아니라면 커튼이나 종이로 창문을 가려 반사광을 줄여야 한다. 스탠드 조명이나 형광등 불빛이 반사되는 경우도 있는데, 불빛이 너무 밝다고 느끼면 불빛이 약한 전구로 바꿔야 한다. 정의상 원장은 "눈 건강에 좋은 조명 밝기는 정해진 바 없다. 자기 눈에 편안한 밝기로 조명등을 설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만한 눈 건강 습관

선글라스 착용으로 햇빛 자외선 차단

컴퓨터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스마트폰·태블릿PC·TV는 거의 매일 사용한다. 그래서 컴퓨터 작업자를 위한 눈 건강 습관은 일반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예컨대 스마트 기기 화면과 눈 사이는 40cm 이상 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스마트 기기는 이동할 수 있어 자기 전에 침대에서 보는 사람이 많다. 이런 행동은 수면 건강뿐만 아니라 눈 건강을 위해 삼가야 한다. 

낮에 조심할 것은 햇빛이다. 햇빛의 자외선은 백내장이나 황반변성 위험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외출할 때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색이 짙다고 자외선을 잘 차단하는 것이 아니므로 색보다는 자외선 차단율이 높은 선글라스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의상 원장은 "안경은 대부분 자외선을 차단하므로 안경을 쓴 사람은 굳이 선글라스를 쓰지 않더라도 그 외의 사람(콘택트렌즈 착용자 포함)은 외출 시 선글라스를 착용해 자외선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글라스만큼 일상에 필요한 생활용품은 보안경이다. 티끌이나 화학물질이 눈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큰 손상을 받는다. 전동 공구를 사용하거나 풀을 깎거나 세제로 주방을 청소할 때 보안경으로 눈을 보호해야 한다. 가능하면 눈 옆부분까지 덮는 보안경을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은 감염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오염된 콘택트렌즈 때문에 눈이 감염되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기 전과 후에는 반드시 전용 용액으로 세척한다. 그 전에 손부터 깨끗이 씻어야 세균이 콘택트렌즈로 옮겨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콘택트렌즈를 먼저 착용한 뒤 화장을 하고, 뺀 후 화장을 지우는 순서가 바람직하다. 

눈 건강 습관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잠과 물이다. 우리 눈이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잠을 잘 때뿐이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눈이 떠져 있으므로 충분한 휴식이 되지 않는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안구 건조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탈수가 진행될수록 눈물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박운철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실내 냉방이나 난방을 하는 여름과 겨울에 눈 건조 증상이 있을 때 인공누액을 사용하고 눈 주위를 온찜질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눈 건강을 위한 식단

과장된 루테인 효과…녹황색 채소로 충분

눈 건강에 좋은 성분이 있는데, 그중에서 루테인은 눈의 비타민으로 통한다. 특히 황반변성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으므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루테인이 풍부한 식품으로는 시금치·케일·브로콜리·옥수수·달걀 노른자·키위·오렌지·포도·호박 등이 있다. 음식으로 섭취한 루테인이 보충제로 섭취한 것보다 흡수가 더 잘된다. 정의상 원장은 "녹황색 채소·등푸른생선·견과류는 특히 황반변성 예방에 효과적인 식품이다. 루테인은 만병통치약처럼 과장된 면이 있다. 황반변성 초기에 루테인은 그 진행을 늦추는 정도라고 이해하면 좋겠다. 황반변성을 예방하기 위해 루테인 보충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루테인보다 유명한 성분은 비타민A다. 야간 시력 보호에 좋은 이 성분은 당근·고구마·달걀 등 오렌지색이나 노란색 식재료에 풍부하다. 아연은 비타민A가 간에서 눈으로 이동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아연이 풍부한 식품은 굴·새우·저지방 육류·통곡물·견과류·콩류 등이다. 오메가3는 시신경을 보호해 황반변성 진행을 늦추고 백내장과 안구 건조증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성분도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으므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데, 연어·고등어·참치·씨앗류·견과류·식물성 기름에 풍부하다. 박운철 교수는 "색깔 있는 과일과 등푸른생선 섭취는 망막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눈 건강 확인법

중년 이후 1~2년마다 안과에서 눈 검사

눈에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중년 이후에는 1~2년에 한 번쯤 안과에서 눈 검사를 받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정기적인 눈 검사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추천한 유일한 눈 건강 확인법이다. 실명 3대 질환인 백내장·녹내장·황반변성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 저하가 생기는 질환, 녹내장은 시신경 장애로 실명까지 초래하는 질환, 황반변성은 중심부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에 변형이 생겨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정의상 원장은 "40세 이상은 1~2년에 한 번쯤 안과를 방문해 눈 검사 받기를 권한다. 백내장·녹내장·황반변성을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할수록 이롭다"고 강조했다. 

이 습관은 집 근처 안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면 몸에 밴다. 안과를 방문한 김에 자신의 눈 상태뿐만 아니라 전신 건강 상태까지 의사에게 알려주면 좋다. 예를 들어 고혈압과 당뇨병은 시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안과 의사는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를 고려해 더 구체적인 눈 건강 습관을 알려줄 수 있다. 눈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전신 건강을 고려한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이런 진료 기록이 쌓이면 각종 안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쉽다.

정기적인 눈 검사 시기 외에 안과를 찾아야 할 때가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시력 저하, 안구 통증, 출혈, 복시, 부유물(눈앞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얼룩), 광원 주위에 원(후광)·빛 번짐이나 반짝임이 생길 때 안과를 찾으라고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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