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위협 계속되는데‥왜 특전사는 기관단총 하나 못 고르나 [국회M부스]

나세웅 salto@mbc.co.kr 2024. 10. 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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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테러 부대 지급 기관단총, 왜 잡음 계속될까

작년 7월 각 군 최정예 대테러 부대에 이스라엘 IWI사의 기관단총인 타보르 9mm가 지급됐다. 예산 58억여 원이 쓰였다.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불펍'(탄창이 손잡이 뒤에 위치) 방식의 총기라 기종 선정 당시부터 일선 부대에선 논란이 컸다. 특히 특전사령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의견조율, 즉 특전사의 의견을 굽히게 하는데 시간이 걸려 당초 계획보다 도입이 6개월 늦어졌고, 반대하던 특전사 실무자는 부대를 떠났다. 상급 부대에서 평가에 참여했던 장교는 전역 후 기관단총 수입업체에 취업했다. MBC보도 이후 합참은 현장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특수 부대원들 반대 이유.."신체 노출 커 아군 위험"

유사시 테러 진압 및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되는 특전사 707특임대, 해군 UDT 등은 작전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총이라고 주장한다. 최정예 대원들은 견착 어깨를 바꿔가며(숄더체인지) 왼손, 오른손 모두 사격 가능하도록 훈련한다. 도심 건물이나, 항공기 버스 선박에서 테러범을 제압하려면, 각종 은폐물에 몸을 숨긴 상태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야간조준경, 방독면을 장착하고 전술 사격이 가능해야 한다.

복수의 대원들은 신규 지급된 기관단총은 이점에서 결정적 단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불펍' 방식의 특성상 탄피 배출구 문제로 "좌수, 우수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 UDT 대원은 "오른손잡이들이 좌수 사격할 때 작전팀 노출이 많아서 생명의 위협이 크다"며 "아예 안쓰고 있다"고 했다. 미리 노리쇠 뭉치 등 부품을 빼서 위치를 조정했더니 총의 영점이 틀어지는, 즉 정밀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대테러 부대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시험 사격하다 총기 고장났지만 '기준 충족'

특전사령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한 데엔 근거가 있었다. 재작년 이스라엘 현지 평가 시험 사격 때, 특전사 대원이 사격하다 총기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방독면을 쓰고 왼쪽 어깨로 견착해 쏘려하자, 정화통이 탄피 배출구를 막는 현상이 나타났다. 높낮이를 달리해 9개의 구멍을 통해 사격하는 '나인홀' 시험은 사격장 안전 문제로 2개 구멍을 쏘지 못했다. 특전사는 이후 "아군의 생존성 보장 및 작전 수행의 완결성을 저해한다", "매우 치명적 결함"이라며 '기준 미충족'으로 봤다.

다만, 당시 이스라엘 업체의 현지 사격 요원도 정식 평가 시험을 실시했고, 이땐 기능 고장이 발생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방독면 숄더체인지 사격 때, 정화통 방향을 미리 반대편으로 조정해두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전사는 이 역시 실전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조치이고, 사격 전 추가적인 조작이 없어야 한다는 평가 계획서를 어긴 것이라 주장했다.

▶관련기사 : [단독] "치명 결함" 특전사 반대했는데‥평가 때 고장 난 기관총 구입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44510_36515.html


'기능 결함은 아니다'..도입 고집한 육군과 합참

반면 육군 시험평가단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기준 충족' 의견을 제시했다. "총기를 분해하거나 공구를 써서" 탄피 배출구 방향을 바꾸지 않고 각도만 바꾸면 고장 없이 사격이 가능하다고 검토 의견을 냈다. 또 '나인홀' 사격 시험을 다 마치지 못한 것도 기준 충족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했다.평가 기준엔 '총기 각도 변경해서 사격이 되는 지, '숄더체인지'가 원활한 지를 따지게 돼 있다는 것이다. 사용 교육 잘 하고 훈련 하면 해결 되는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해군, 공군 등 다른 부대가 참여하는 합참 통합평가시험팀 회의에서도 같은 논란이 계속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박선원 의원실이 입수한 당시 회의 문건들을 분석하면, 고장 사건이 있었던 이스라엘 현지 평가 넉 달 뒤인 재작년 11월, 합참 평가팀은 "작전 운용 적합성에 특전사를 제외한 모든 기관이 동의했다", "관련 기관 자체 토의 등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검토 의견을 다시 제출받아 추후 논의"하기로 일단 봉합한다.

한 달 뒤 12월 회의 직전 이번엔 합참 평가팀이 자신들의 검토 의견을 배포한 뒤 회의를 소집을 알린다. 이때부터 특전사 참여 시험은 참고 대상일 뿐이란 내용이 강조된다. 합참 평가팀은 "참고 시험에 대한 용어가 누락됐으니 근거를 제시해달라"며 "참고의 사전적 의미는 살펴서 도움이 되는 재료로 삼음"이라고 부연했다. 12월 회의에서 육군 이모 소령은 "참고 시험이 평가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힌다. 특전사측은 "'시험평가 결과를 수정하고 재토의하자'는 합참 의견에 동의한다"는 기록만 남겼다.


반대 의견 굽힌 특전사 "압박 심했다"..담당자는 부대 떠나

육군은 특전사에 대해 "평가에 참여할 권한도 없고, 따라서 반대 의견은 참고만 하면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돌연 태도를 바꾼 건 강경하게 반대하던 특전사였다. 회의 한달 뒤인 작년 1월, 특전사는 자청해서 추가 의견을 합참에 제출하는데, 여기엔 "지난번 의견서의 방독명 정화통 기능장애 내용은 '참고 시험'으로 진행된 평가에 대한 '참고 의견임'"이란 한줄만 담겼다. '윗선' 지침에 따라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대테러 기관단총 사업에 대응하고, 해당 문건을 작성했던 담당자는 결국 전출을 신청해서 부대를 떠났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특전사 관계자는 MBC에 "(동의하라는) 지침이 있었고 압박이 심했다"고 전했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장점과 단점이 나오는 총기인데, 이 총기로 특전사 작전이 가능한지는 누구나 쉽게 판단 가능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가 비싼 부품이 아니지만 고장나면 큰 사고로 이어지듯, 기관단총 사업 규모가 중요한게 아니라 유사시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군 표현을 빌리자면 특전사의 "이견이 조율"되고 타보르 9mm 기관단총은 최종적으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는다. 구매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작년 7월 국내 수락시험 및 검수를 거쳐 특전사 707특임대, 해군 UDT, 공군CCT, 군사경찰 특임대 등 각군 최정예 부대에 보급됐다.


평가-협상, 검수까지 관여한 간부는 해당 수입업체에 취업

앞서 특전사 반대 의견이 평가 결과에 영향을 줘선 안된다고 한 육군 이 소령을 기억할 것이다. 이 소령은 육사 출신으로 육군 본부에서 특수전 전력계획 장교로 근무할 만큼 엘리트였다. 이번 대테러 기관단총 구매사업에는 초기부터 관여했다. 2022년 2월 합참 평가팀에 합류했고, 그해 8월부턴 업체를 상대로한 구매 협상팀에서 실무를 맡았다. 작년 7월엔 국내 수락시험 때 검사관으로 들어갔다. 최종 '이상 없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이 소령은 대테러 기관단총 구매 사업이 종료된 직후인 작년 8월 퇴직했다. 건강상의 이유라고 주변에 알렸다고 한다. 수소문 해보니, 전역 불과 두달 여만에 해당 기관단총을 수입해온 방산업체에 수습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해당 방산업체에 정식 근무를 시작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박선원 의원은 지난 10일 합참 국정감사에서, "수십억 예산이 걸린 사업을 사실상 주도한 담당자가, 업체로부터 전역 후 취업시켜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사업 편의를 봐준 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육군은 "이 소령은 실무자였을 뿐"이란 입장이다. "통합시험 평가팀 15명 중 1명으로, 전력화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해당 방산업체 역시 특혜를 받고 채용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업이 끝나고 "이 소령 본인이 수시채용에 지원해 절차를 밟았고, 영어가 능통한 자원이라 선발했다"고 했다.

다만 별도의 취업 심사는 없었다. 국방 분야 퇴직 공직자가 퇴직 후 3년간 직무 관련성이 높은 방산 업체에 취업하려면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군인은 중령 이상 계급에 한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합참, 뒤늦게 특수부대원들에 설문 "불편사항 알려달라"

"정상적인 절차로 들여와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던 합참은 잡음이 이어지자,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대테러 기관단총을 지급받은 특수 부대원들을 상대로 "운영에 제한이 있는지, 불편 사항은 없는지" 등 의견 취합에 나선 것이다. 도입 전에 이뤄졌어야 하는 일이다.

총기 전문가인 태상호 군사전문기자는 "테러 진압 임무에 투입되는 대원들은 일반 보병들에 비해 교전 거리가 굉장히 짧을 수밖에 없고 '나노초' 상간에 인질과 대원의 목숨이 오간다"며 "따라서 특수부대원들 손에는 매우 직관적인 총기가 들려 있어야 한다. 게다가 총기에 따라서 각도를 다르게 평소 사격 훈련을 하라는 건 현장을 도외시한 지시"라고 지적했다.

나세웅 기자(salt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645596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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