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순매도…시총 90조원 증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 연합뉴스]

'큰손' 외국인이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시가총액이 한 달여 만에 약 90조원 증발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1년 7개월 만에 '5만전자'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3일 이후 2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은 총 10조6593억원 규모다.

외국인 지분율(월말 기준)은 8월 56.02%에서 9월 53.75%로 2.2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04년 9월∼10월(-2.57%포인트) 이후 2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7만4400원에서 5만9300원으로 20.3%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444조원에서 354조원으로 줄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 스탠리와 맥쿼리 등이 불붙인 '반도체 겨울론'으로 휘청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8일 공개된 3분기 실적 쇼크로 주저앉았다.

반면 경쟁자인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54%대로 지난 9월부터 삼성전자를 앞섰다. 지난 10일 기준으로는 삼성전자 53.37%, SK하이닉스 54.21% 비중이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쓸어 담고 있다. 지난달 3일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총합 1위는 SK하이닉스였고, 순매도 총합 1위는 삼성전자였다.

이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6.90% 올랐다.

SK하이닉스는 AI 시장의 '큰손' 엔비디아에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3를 독점 공급했고,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도 가장 먼저 납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HBM 5세대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퀄(품질) 테스트를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부진에 실망한 외국인이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울지도 주목된다.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외국인이 가장 오랜 기간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기간은 2022년 3월 25일부터 4월 28일까지로 25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2년 12월(49.67%)이 마지막이다. 당시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5만전자'를 이어갔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주가나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추가 다운사이드 리스크는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되더라도, 시장 및 경쟁 비교(Peer)군 대비 주가 반등 모멘텀 제약으로 당장엔 보유 ·비중확대의 기회비용이 너무나 큰 투자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