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울었다는 악뮤 노래 역주행…노벨문학상 수상의 힘

BTS RM·서현진, 한강 소설 감상평 뒤늦게 화제

2019년 발매된 악뮤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역주행하고 있다.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쓸 때, 택시에서 듣던 중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화제가 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13일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10일부터 일간 차트에서 역주행을 시작했다. 10일 자 일간 차트에서 전날보다 5단계 높은 34위에 오른 데 이어 11일 자 차트에서는 순위를 7계단 끌어올려 27위를 차지했다.

소설가 한강. 문화일보 자료사진 2014.05.22

한강은 2021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후 출판사 문학동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집필 당시 ‘곁에 있어 준 노래’들을 소개했다. 특히 초고를 쓴 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한강은 "초고를 다 쓰고서 택시를 탔는데 이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며 "아는 노래고 유명한 노래지, 하고 듣는데 마지막 부분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을 풀어낸 작품이다.

한강은 영상에서 와 닿은 가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어떻게 내가, 어떻게 너를, 이후에 우리 바다처럼 깊은 사랑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이별일 텐데’란 대목이다. 한강은 "바다가 다 마르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다"며 "갑자기 사연 있는 사람처럼 택시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한강의 소설인 ‘흰’에서 활동명을 지은 가수 박혜원(‘HYNN’(흰)) 역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혜원은 ‘흰’을 읽다가 ‘내가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만을 건넬게’라는 구절에서 큰 감명을 받아 예명을 따라 지었다.

HYNN은 SNS에 "한강 작가님은 시대를, 세상을 깊게 통찰하며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시는 존경스러운 작가님이라고 생각했다"며 "작가님 작품에 영향을 받은 예명으로 활동 중인 작은 가수지만, 작가님의 작품을 향한 순수한 시선과 진심을 늘 배우며 음악 하도록 하겠다"고 적었다.

방탄소년단(BTS) RM이 과거 브이라이브 방송에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영상도 엑스(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RM은 "유럽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고, 호텔에서도 읽었다. 좋은 상황이었는데도 그 책을 읽으니 마음이 버거웠다"며 "글을 생생하게 잘 쓰셔서 인상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배우 서현진의 팬들도 엑스에 서현진이 ‘작별하지 않는다’에 남긴 추천사를 공유하며 노벨상 소식을 축하했다. 추천사에는 "아주 예민하고 섬세해서 종이에 살갗을 베이는 느낌이다. 책이 참 좋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