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파도는 나의 인생' 스킴보드를 알린다

차근호 2024. 10.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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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해양스포츠 '스킴보드' 전파하는 김재형 대표
김재형씨가 스킴보드를 타는 모습 [차근호 기자]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좋은 파도에 보드가 딱 걸리면 즐거워요."

지난달 28일 부산의 서핑 성지인 송정해수욕장에서 만난 김재형 얼라이브스킴 대표는 '스킴보드'를 이용해 파도 위에서 점프하는 '에어리얼' 기술을 선보인 뒤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파도 위에서 보드를 이용해 활주하고, 반바퀴 돌리면서 점프하는 '셔빗' 등의 기술도 현란하게 뽐냈다.

김 대표가 타는 '스킴보드'는 일반 서프보드보다 훨씬 작으면서 가볍고, 바닥에 핀이 없는 보드다.

일반 서핑은 물속에 들어가 기다리다가 파도가 왔을 때 보드 위로 올라가며 파도를 타는 데 반해 스킴보드는 백사장에서부터 달려가며 얕은 물에서 스킴보드를 내려놓고 해안에서 부서지는 첫 번째 파도를 이용해 다양한 기술을 뽐내는 해양스포츠다.

해외에서는 타는 사람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마니아들 위주로 즐기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스킴보드를 주제로 전국 첫 전문숍 운영한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국내 최상위급 선수 중 한명으로도 손꼽힌다.

김재형씨 [차근호 기자]

올해 35세인 김 대표는 26살 때 스킴보드를 접하게 됐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첫 직장도 서울의 원단 수입업체에서 시작하며 그대로 경력을 쌓을 것 같았던 김 대표에게 스킴보드는 인생의 방향타를 바꿔놓았다.

김 대표는 "친구들이랑 바다에서 놀던 중 심심해서 '우리도 서핑이나 한번 해볼까' 생각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기존 서프보드는 너무 크고, 여행 때 들고 갈 수 없는 단점이 있어서 작은 보드는 없나 찾아보다가 스킴보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내에는 스킴보드를 파는 전문 매장이 없어서 인터넷 중고품 사이트에 물건이 딱 1개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서울에서 구매했다"면서 "뭔가 특별하고, 흔하지 않은, 그런 유니크함 때문에 처음부터 마음이 끌렸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스킴보드에 매료돼 금요일 서울에서 퇴근하면 심야버스를 타고 고향인 부산에 내려와 독학하는 생활을 몇 달이나 이어 나갔다.

김 대표는 "외국 영상을 주로 보면서 기술을 익혔다"면서 "스킴보드로 파도를 한번 타보겠다는 목표와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해외 배낭여행을 좋아했던 김 대표는 이듬해 직장을 그만두고 친구들과 함께 스킴보드를 타기 위한 7개월간의 여행을 떠났다.

스킴보드 타는 김재형씨 [차근호 기자]

스킴보드 대회인 '옥토버 페스트'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필리핀, 브라질 해변 등을 돌면서 스킴보드를 배우고 연습했다.

김 대표는 "바다에 안 나간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항상 바다로 나갔다"면서 "한국인인데 브라질 해변에서 스킴보드를 타는 게 특이하다 보니 당시 외국 친구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행을 마치고 부산에 온 그는 2016년 스킴보드 5장으로 첫 창업을 시작했다.

웹사이트로 스킴보드를 판매하면서, 스킴보드 강의도 시작했다.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수강생이 나타나더니 이후에는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김 대표는 "300만원으로 창업을 했는데 첫해에는 숍이 없어서 백사장에서 손님들을 만나 가르쳐주고 헤어졌다"면서 "둘째 해에는 지금 배우자인 여자친구와 함께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임대료 50만원짜리 낡은 주택에서 첫 숍을 차리며 사업을 본격화했다"고 말했다.

백사장에서부터 뛰어 들어가며 스킴보드를 내려 놓는 모습 [차근호 기자]

김 대표의 사업은 서핑 시장의 성장기와 맞물리며 금방 안정됐다.

김 대표는 "지금은 즐기시는 분들이 400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면서 "처음에는 스킴보드를 국내에 알리려고 제가 매일 바다에 나가서 탔는데, 지금은 제가 나가지 않아도 송정 바다에 스킴보드를 타는 분들을 볼 수 있다"고 뿌듯해했다.

김 대표는 해양스포츠의 메카인 부산에서 다양한 해양스포츠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스킴보드를 알리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많은 사람이 스킴보드라는 스포츠를 알았으면 하는 게 목표이고, 개인적으로는 좀 더 큰 파도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제가 파도를 타는 모습을 SNS를 통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데, 누군가 10년 뒤 20년 뒤 스킴보드를 시작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역사를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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