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임신성 당뇨래요…우리 애 잘못되는 건 아니겠죠?"

천선휴 기자 2024. 10.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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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전 없다가 중기 이후 진단…태반 호르몬 등이 영향
거대아로 태어날 가능성…산모는 2형 당뇨병 확률 높아
ⓒ News1 DB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최근 임신성 당뇨 검사를 받은 임신 27주차 A씨는 의사로부터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정상수치를 살짝 넘겼다고는 하지만, 가족력도 없는 데다 평소 단 음식은 입에 잘 대지도 않던 A씨로선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재검사에서도 수치가 높게 나와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평생 당뇨 관리를 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태아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임신성 당뇨는 임신 전에는 당뇨병이 없었지만 임신을 하게 된 후 태반 호르몬의 영향 등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것을 말한다.

정상의 경우 태반 호르몬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을 극복할 만큼 췌장에서 충분한 인슐린을 분비하지만, 임신성 당뇨의 경우 인슐린 분비가 충분하게 되지 않아 혈당이 오르게 된다.

권하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을 하게 되면 당이 떨어진다거나 뒤돌아서면 배가 고프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임신을 하게 되면 태아에 영양 공급을 하기 위해 산모의 당 요구도가 증가하게 되고 태반 호르몬에 의해서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라며 "전체 임신의 약 10% 정도가 임신성 당뇨로 진단되는데 최근에는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으면 혈당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모, 태아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임신성 당뇨가 있는 산모에게 태어난 아이들은 배 안에서 거대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태어나고 나서는 저혈당 생길 수 있고 정상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보다 황달, 호흡곤란증이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또 임신성 당뇨가 있을 때 당 조절이 잘 안 됐던 산모들의 경우 아이들이 소아비만이나 당뇨,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에 취약한 군이 된다는 연구들도 있다.

아이뿐만 아니라 산모에게도 좋지 않은 징조가 될 수 있다. 권 교수는 "당 관리가 잘 안 됐던 임신성 당뇨 산모들을 연구한 것들을 보면 10년 이내에 약 50%가 제2형 당뇨병에 걸렸다는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안타깝게도 임신성 당뇨에 걸릴지 안 걸릴지 미리 알 수도 없거니와 특별한 예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권 교수는 "사실 어떤 산모가 딱 걸릴 거다 안 걸릴 거다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주로 나이가 많거나 비만, 다태아 임신, 과거 임신성 당뇨 병력, 이유를 알 수 없이 유산이나 조산을 했던 분들이 임신성 당뇨의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임신성 당뇨의 치료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시작한다. 골고루 규칙적으로 먹되 설탕이나 과당 등으로 당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 무리하지는 않는 선에서 20~30분간 걷는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당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권 교수는 "만약 임신성 당뇨가 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될 경우 인슐린을 바로 사용하면서 일반 당뇨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한다"며 "인슐린은 태반을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산모가 당 조절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임신성 당뇨에 걸렸다고 해서 적게 먹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저혈당이 계속되면 케톤(당 대신 지방을 쓸 때 발생하는 부산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케톤은 사실 엄마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태아의 뇌나 신경관계 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금식을 해도 좋지 않다"며 "임신성 당뇨라고 해도 적절하게 당 관리를 하면서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운동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유 수유가 임신성 당뇨를 앓았던 산모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결과도 있다.

권 교수는 "임신성 당뇨를 가졌던 분들도 당연히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다"며 "모유 수유를 하신 분들이 나중에 아기를 낳고 나서 당뇨 조절이 훨씬 잘 된다는 연구들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4~28주 사이 임신성 당뇨 진단이 안 됐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서도 안된다.

권 교수는 "24~28주 사이에 진단이 안 됐다고 해서 40주까지 임신성 당뇨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검사를 통과했더라도 당 관리를 잘하고 빵, 떡, 과자, 과일, 과일주스 등은 조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산모들이 가져온 혈당수첩을 보면 떡볶이, 짜장면 같은 걸 먹었을 때 당 수치가 튀어오른다"며 "단맛이 나지 않지만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감자, 우유, 고구마 등을 통해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과당 같은 건 절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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