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차가 왜 거기서 나와요"…남의 차도 올라오는 당근, 사기 피해 늘어

장수현 2024. 10.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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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600배 뛴 당근 중고차 거래
손쉬운 거래…허위 매물 사기도 증가
전문 매매 업체 중심 중고차 거래 제도
"온라인 플랫폼 거래도 통일 지침 필요"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박상우 국토부 장관 관용차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매물로 올렸다며 공개한 발표 자료. 국회방송 캡처

"장관님 차량, 당근에 5,000만 원에 판다고 제가 올렸습니다."

"저한테 양해받고 하신 거예요?"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국토교통부 등을 상대로 연 국정감사에서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관용차를 허락 없이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매물로 올려 논란이 됐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을 지적하려는 취지였지만 여당은 "의원이 국감에서 불법을 조장한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만약 윤 의원이 박 장관의 차량을 사려는 소비자와 연락까지 했다면 사기미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을 도용해 매물을 올린 것만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지도 있다. 여러 위법 소지가 있지만, 소유자 이름과 차량 번호만 알면 누구나 쉽게 허위 매물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논란으로 확실히 드러난 셈이다. 손쉬운 직거래의 사각지대를 틈타 사기 피해도 늘고 있다.


편리한 거래 이면엔…

10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거래 중인 중고차 매물.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

2015년 중고차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은 2021년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하며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2022년 84건이던 거래 건수는 지난해 4만6,869건으로 약 600배가 뛰었다. 올해는 1~7월에만 4만4,551건이 거래됐다.

개인 소비자들이 중고차 직거래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수료가 없어서다. 전문 매매업자를 통했을 때보다 10~30%가량 매도인은 더 비싸게, 매수인은 더 싸게 거래할 수 있다. 당사자들끼리 편하게 매물 확인이 가능해 거래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가격 협상도 비교적 쉽다.

2021~2024년 7월 당근에서의 중고차 거래 추정치. 그래픽=송정근 기자

거래가 느는 동시에 관련 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이 중고차 거래와 관련해 당근마켓 측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건수는 지난해 8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1~7월엔 31건에 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당근에서 사기를 당했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는 문의가 쏟아진다.

사기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타인의 차량 사진을 도용해 허위 매물을 올리고 대금을 받은 뒤 잠적하는 경우다. 경기 수원시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이균상(56)씨는 지난 8월 본인이 600만 원에 파는 중고차와 똑같은 차량이 당근에서 250만 원에 팔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의 차량 사진을 도용한 사기였다. 이씨는 피해자에게 관련 자료를 전달받아 경찰에 고발했다. 그는 "사기꾼이 인감증명서까지 위조해 구매자를 속이려 했다""관련 업에 종사하다 보니 이런 일을 비일비재하게 본다"고 했다.


조바심에 속는 피해자들

최근엔 차량 판매자에게 매매상인 척, 중고차 매매상에게 개인 판매자인 척 서로를 속이고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 '3자 사기'도 흔하다. 3자 사기는 개인 판매자가 알아차리기 어렵고 피해 액수가 커 더욱 위험하다고 한다.

일례로 지난 5월 A씨는 당근에 차량을 2,650만 원에 내놨다. 곧 부산의 한 중고차 매매업체 사장이라는 B씨가 연락해 "차량을 사고 싶으니 인감증명서를 발급해 넣어놓으면 탁송기사를 보내겠다"고 했다. 다만 "취등록세 문제가 있어 중고차 업체 명의로 2,150만 원을 먼저 송금하니 내 계좌로 돌려달라. 이후 2,650만 원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A씨는 B씨의 요청대로 돈을 보내고 차량도 탁송기사에게 맡겼다. 하지만 이후 B씨는 잠적했다. 사기를 알아차렸을 땐 A씨 차량이 중고차 업체로 이전 등록된 상태였다. A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전문 사기꾼이었던 것 같다. 통장도 대포통장이었다"고 했다.

'왜 큰돈이 오가는 거래에 조심하지 않았냐'는 타박도 듣지만, 사기 피해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사기꾼과 만나기로 한 뒤 거래 장소에 도착하면 여러 사정을 대며 "다른 사람을 보내겠다"고 하거나, 거래를 주저하면 "필요 없으면 사지(팔지) 말라"는 식으로 압박하는 수법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시세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나온 매물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피해자들은 순간적으로 이성적 판단이 어려워진다.


"개인 직거래도 통일된 지침 필요"

지난해 1월 5일 오후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 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중고차 거래 관련 기존의 법·제도가 개인 간 직거래까지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매매 업체를 통해 거래할 땐 차량의 주행거리, 사고 이력 등을 기록한 성능점검기록부 제공이 필수지만 개인 거래에선 의무가 아니다. 또 매매 업자는 허위매물을 광고·알선하다 적발되는 경우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6개월 이내 사업정지 처분을 받지만 개인에겐 이런 불이익도 없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개인 간 거래의 영역이라 해도 이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중고차 사기 피해가 워낙 커 통일된 지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소비자 피해 방지 방안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당근 측도 사기 방지를 위해 본인인증 필수화, 소유자 인증 마크 발급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소비자가 직접 △사고 이력 조회 △거래 전 전문가와 차량 점검 △판매자와 차량 소유자 동일인 여부 확인 등 철저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고차 사기 전문 김민규 법무법인 은율 변호사는 "가장 기본은 차량을 소유한 거래 상대와 만나 함께 차량 상태를 살피는 것"이라며 "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비싸더라도 전문 업체를 통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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