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경쟁은 누가 이길까? "중국 AI, 명문대 붙는다"[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명문 칭화대가 배출한 인재들이 앞다퉈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AI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IT기업도 사활을 걸고 AI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 AI는 대학수능에서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미 '인서울' 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수준으로 발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도 최근 발표한 "중국은 AI에서 얼마나 혁신적인가?"(How innovative is China in AI?)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AI 산업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 AI를 살펴보자.
AI의 가오카오 점수로 어떤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까? 상하이AI랩에 따르면 가장 우수한 AI는 문과에서 중국 명문대인 '1본선'(一本線)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기준을 넘었다. '1본선' 대학은 칭화대, 베이징대, 인민대학, 난징대학 등 중국의 명문 상위권 대학을 뜻한다. 우리 나라로 따지면 '인서울' 상위권 대학이다.
문과 1등은 546점을 받은 알리바바의 Qwen2-72B가 차지했다. 이과에선 상하이AI랩의 InternLM-WQX+VL-20B가 468.5점으로 1등을 꿰찼다. 오픈AI의 GPT-4o가 문과에서 531점으로 3등, 이과에서 467점으로 2등을 기록했다. 알리바바, 상하이AI랩, 오픈AI는 문과에서는 1본선 기준을 넘었지만, 이과에서는 중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2본선' 기준을 간신히 넘었다.
이번 가오카오 테스트에서 AI는 어문(국어), 역사, 지리, 정치 등 문과 과목에서 심층적인 지식과 깊은 이해능력을 보여줬지만, 이과 과목에 필요한 추리 능력과 응용 능력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별로 살펴봐도 알리바바의 AI는 어문에서 124점(150점 만점), 영어에서 139점(150점 만점)을 받았지만, 수학에서는 68점(150점 만점)에 불과했다. 또 역사(85점), 지리(70점) 점수도 물리(42점), 화학(44점)보다 훨씬 높다.
중국 가오카오라서 유리한 조건이긴 하지만 중국 토종 AI가 오픈AI의 GPT-4o와 대등한 성적을 낸 건 놀랍다.
중국이 단지 모방자(copier)라는 기존 관념이 틀렸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 명문 칭화대에서 배출한 인재들이 중국 선두 수준의 AI 스타트업을 세우고 있는 데, 현재 톱4 생성형 AI 스타트업인 즈푸AI, 바이촨AI, 문샷AI, 미니맥스 모두 칭화대 교수 또는 졸업생이 세운 기업이다.
미국과 중국의 AI 투자 현황을 살펴보자. 벤처캐피털(VC)의 AI 투자 현황을 보면 미국이 초기단계에서 선두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난 2014~2024년까지 미국에서 설립된 AI 기업 수는 9500곳으로 중국(1944곳)의 약 5배에 달했다.
지난 10년 동안 AI 분야 투자건수도 미국이 5만9534건으로 중국(8194건)을 압도했으며 투자금액으로 봐도 미국의 AI 투자는 6054억달러로 중국(857억달러)을 훨씬 앞질렀다.
미국과 중국의 AI 민간 투자 갭을 메꾸는 건 중국 정부다. 올해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가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정부의 벤처캐피털(VC) 펀드는 2만건 이상의 투자를 통해서 AI 분야의 9623개 기업에 투자했으며 총 투자금액은 184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산하 펀드가 즈푸AI의 4억달러 규모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등 외국 자본의 중국 AI 투자도 느는 추세다.
중국 AI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는 논문이다. 생성형 AI 분야에서 2023년 중국이 1만2450건의 논문을, 미국이 1만2030건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양국은 엇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상위 10개 연구기관 중 4개를 차지하는 등 소수의 연구기관이 집중적으로 논문을 발표하는 모습이다. 논문 발표 1위는 중국과학원, 2위는 칭화대가 차지했으며 3~4위는 스탠포드대와 알파벳이다. 상하이교통대와 저장대는 5위와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용 횟수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과 중국의 차이는 크다. 톱10 최다 인용 논문에서 중국이 1개를 차지한 반면 미국은 5개를 차지했다. 톱5 중에서는 무려 4개다.
특히 세계 상위 10개 연구기관에 포함된 중국 AI 연구기관은 모두 학술기관인 반면,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AI 논문을 생산한 곳은 학술기관과 민간 기업이 골고루 섞인 것도 눈에 뛴다. 이는 알파벳, 메타 등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AI 연구 참여가 미국의 AI 리더십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런 서비스는 중국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중국 AI 기업들에게도 소중한 데이터를 대량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안면인식 기술(FRT·Facial Recognition Technology)이다. 2023년 '리뷰 오브 이코노믹 스터디스'(The Review of Economic Studies)에 발표된 한 논문은 중국에서 안면인식 기술과 관련된 1900건의 정부 계약을 검토한 결과, 계약을 통해 고품질 정부 데이터에 접근가능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많은 상용 AI 소프트웨어 제품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정부 데이터 접근이 중국 안면인식 기술 AI기업의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인데, 실제로 FRT는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연구기관의 안면인식 공급업체 테스트(FRVT)에 따르면 상위 25개 알고리즘 중 4분의 1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으며 이중 3개가 상위 10위 안에 진입했다.
미국이 AI 분야에서 중국의 도약을 막기 위해 AI 칩의 수출 통제에 나섰지만, 중국의 AI 발전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미중 AI 개발 경쟁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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