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모카세 김미령씨 "가족 살린 전통시장, 이젠 제가 지켜야죠"

장시온 기자 2024. 10. 13.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 '이모카세' 매일 국수 직접 삶고 사진찍는 이유
경동시장도 '들썩'…"단골 장사로 먹고살았는데 신바람 난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이모카세1호'로 출연한 김미령 씨(49)가 운영하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안동국시 가게. 11일 낮 12시쯤 찾은 가게 앞에는 60명이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2024.10.11/뉴스1 ⓒ뉴스1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학생들! 전통시장 잊지 말아줘."

11일 점심 무렵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청년몰.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이모카세 1호'로 화제가 된 김미령 씨(49)가 과잠(대학 이름 혹은 학과 이름이 들어간 점퍼)을 입고 온 대학생 4명과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TV에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김 씨는 깔끔한 흰색 저고리에 군청색 치마로 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카락 한올 흘러내리지 않는 쫑쫑한 올림머리를 하고 있었다.

희뿌연 김을 푹푹 쏟아내는 보쌈을 척척 썰고 국수를 휘휘 삶으면서도 '여기 좀 봐주세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하고 외치는 손님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통시장 살려야"…이모카세가 매일 직접 국수 삶는 이유

김미령 씨가 20년째 운영하는 안동식 손칼국수 가게 '안동집'을 찾았다.

김 씨의 가게 주변으로는 구불구불 긴 줄이 끝없이 늘어섰다. 얼핏 봐도 60명이 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은 점점 더 길어졌다.

가게에는 매일 1000명이 넘는 손님이 몰리고 있다. 주말에는 직원 3명을 더 써서 총 12명이 일한다. 손님이 너무 몰려 오후 3시에 대기를 마감할 정도다.

대기손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의 젊은 층이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온 임신부부터 과잠을 입고 친구들과 놀러 온 대학생까지 다양했다. '어르신'이 주로 찾는 곳이었던 경동시장에 젊은이들의 왁자지껄 경쾌한 소리가 흘러넘쳤다.

줄을 서 있던 대학생 윤 모 씨는 "흑백요리사에서 이모카세가 탈락할 때 울었다"며 "이모카세의 요리를 꼭 먹어보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고 했다.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안동국시 가게에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이모카세'로 출연한 김미령 씨(49)가 국수를 삶고 있다. 2024.10.11/뉴스1 ⓒ뉴스1 장시온 기자

김미령 씨는 서울 도봉구 창동의 '즐거운술상'이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 따로 메뉴를 정해놓지 않고 1인당 비용을 내면 '맡김상차림' 형태로 한식 안주와 음식을 내놓는데, 손맛이 좋고 인심도 풍성해 어머니 혹은 이모가 해 주는 음식같다며 단골로부터 '이모카세'(일본 오마카세 단어의 변형)라는 애칭을 얻었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하기 전에도 김 씨의 가게는 늘 손님이 넘쳐났다. 그렇지만 김 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경동시장의 또 다른 가게 '안동집'에서 국수를 삶으며 손님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날 찾은 경동시장에서도 김 씨는 늘 그렇듯 수육과 국수를 삶고 있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는 손님에게 "그냥 국수 한 그릇 서비스로 드릴 테니 비빔밥 드시라"고 웃어 보였다.

눈에 띄는 점은 끝모를 주문과 이어지는 대기줄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사진을 요청하는 손님의 요청에 낯 한번 찌푸리지 않고 모두 응한다는 점이다.

대신 사진을 함께 찍는 사람들에게 꼭 붙이는 한마디가 있다. "재래(전통)시장에 자주 와주세요. 학생, 꼭 또 와요. 시장에 많이 와주세요"

김 씨는 "어머니부터 나까지 이 전통시장 덕분에 먹고 살게 된 사람"이라며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긴 줄을 서며 시장을 찾아준 이들이 그에겐 참으로 기쁘고 반가운 손님이다. 나만의 손님이 아니라 은인같은 '시장'의 손님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더욱 그런 말을 남긴다.

그는 "일단 사람이 와서 북적북적해야 전통시장이 살아나든 아니든 어떻게든 될 것 아니냐"며 "귀찮고 힘들어도 손님 눈앞에서 내가 국수를 삶아서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와중에도 손님들의 사진 요청에 일일이 응해주며 "화이팅"을 외쳤다.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안동국시 가게 앞에 60명이 넘는 긴 줄이 이어진 모습. 주변 상인들은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닌데 손님이 많아져 좋다"고 말했다. 2024.10.11/뉴스1 ⓒ 뉴스1 장시온 기자

경동시장도 '들썩'…인삼 사가고 약초 사간다

주변 상인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날 찾은 청년몰의 한 백반집은 20여명의 손님으로 가득 차 자리가 없었다. 40대 직장인 A 씨는 "사실 이모카세를 보려고 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여기로 왔다"며 "안동국시는 주말에 다시 와서 먹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백반집 사장은 "원래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 아니었다"며 "오래 기다리지 못하는 손님들이 다 여기로 온다"며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의 다른 상인도 "단골 장사로 먹고살던 곳인데 시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니 신바람이 난다"고 했다.

낙수효과는 경동시장 전체에 퍼지고 있다.

친구와 함께 안동집을 찾은 20대 전 모 씨는 이날 식사를 마치고 1시간 동안 시장을 구경했다. 젊은 층에 생소한 약초시장에서는 "이게 뭐야" "하나 사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인과 함께 온 30대 B 씨는 "이모카세를 보러 오기는 했지만 온 김에 경동시장에서 유명하다는 인삼을 13만 원어치나 샀다"며 "데이트를 전통시장으로 온 건 처음인데 자주 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경동시장 청년몰 관계자는 "이모카세가 방송으로 유명해지면서 시장도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며 "점심에 직장인들이 많이 오시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도 많다"고 했다.

이어 "경동시장 자체가 프랜차이즈 카페도 들어서고 청년몰에 20명의 청년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등 젊은 손님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zionwk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