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만큼 기쁘다는 WGBI 편입···증시 밸류업은 언제 [선데이 머니카페]

조지원 기자 2024. 10.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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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WGBI 편입 감개무량하게 생각”
자금 유입되며 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
내년 11월부터 최대 90조 원 유입 기대
채권과 달리 주식은 여전히 신흥국 신세
공매도 금지·금투세·거버넌스 과제 산적
[서울경제]

지난 9일(한국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내년 11월부터 한국을 세계 3대 채권 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2년 9월 WGBI 관찰대상국에 지정된 지 2년 만입니다. FTSE 러셀이 요구하는 모든 준비를 마친 만큼 WGBI 편입은 시간 문제라고 봤으나 시장 예상보다 반년 이상 빠르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WGBI 편입을 두고 이창용 총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하면서 “감개무량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이 있는지 보여주는 예시”라며 “외환시장 구조 변화를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원화 시장을 개방한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일부 금융선진국들도 문턱을 넘기 어려운 매우 까다로운 선진국 클럽인 WGBI에 한국이 편입돼 우리 국채시장이 명실상부하게 제값 받기에 성공했다”며 “우리 자본시장은 세계 10위권인 경제 규모나 국가신인도에 비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으나 이번 계기로 한국 채권시장에 대한 평가가 경제체급에 맞게 조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편입한 것과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 연합뉴스

WGBI 편입 소식에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뻐하는 건 국가 경제에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이 한국 국채를 사들이게 되면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금리가 낮아지게 됩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WGBI 편입으로 자금 600억 달러가 유입되면 5년물 국채수익률이 0.25~0.75%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정부나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국고채 투자 과정에서 원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원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여기에 이창용 총재는 “외화 표시 부채를 많이 조달하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신용위험이 생기는데 WGBI를 통해 국채뿐만 아니라 은행채 등을 원화로 외국인에 팔 수 있다면 환율변동 손실을 투자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통화정책 면에서 변동환율제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WGBI 가입으로 인한 자금 유입 효과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WGBI 추종 자금 추정치가 제각각이고 원·달러 환율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금융센터는 전 세계 WGBI 추종 자금을 2조 5000억~3조 원 정도로 추정하면서 한국 비중 2.22%를 감안하면 560억~670억 달러(75조~89조 원)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먼저 WGBI 추종 펀드 자금 규모를 보수적으로 3조~3조 5000억 달러로 가정하고, 한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2.2%)을 적용해 자금 유입 규모를 660억~770억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을 1250~1300원으로 가정하면 90조 원 규모입니다. 현대차증권도 WGBI 편입으로 인한 유입 자금 규모를 550억~600억 달러, 한화 기준 74조~89조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분기별 추정 유입액은 18조 5000억~22조 2000억 원입니다. 내년 국채 순발행 규모가 83조 70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규모라는 평가입니다.

WGBI 편입으로 조심해야 할 것도 생겼습니다. 향후 지수 편출이 이뤄지게 되면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수 편출은 편입과 달리 유예 시간이 없어 더 큰 충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국가들과 함께 비교적 이른 시기에 WGBI에 편입됐으나 2012년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지수에서 쫓겨났는데 당시 금리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바 있습니다. 한국도 WGBI에 편입된 만큼 앞으로는 국가 신용 등급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WGBI 편입으로 투자자들의 눈은 자연스럽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로 옮겨졌습니다. 채권 시장이 선진국 대접을 받게 된 만큼 주식 시장도 같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국은 현재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 등과 함께 MSCI 신흥시장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나 시장 규모 측면에서 선진국 요건을 이미 충족했으나 접근성에서 낙제점을 받아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2009년 선진국으로 승격 가능한 관찰 대상국에 올랐다가 2014년 이후 다시 제외된 상태입니다. MSCI는 올해 6월 평가에서 투자자등록제도 개선, 영문 공시 및 외환시장 개방, 배당 제도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특히 2023년 11월 한국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시장 접근성이 크게 악화(deterioration)됐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FTSE 러셀 역시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은 국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올해 초 정부가 야심차게 증시 밸류업을 발표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정부가 구체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했던 2월 26일 2647.08에서 11일 2596.91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기업 거버넌스 개선 등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도 많아 보입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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