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의 전학생이 오자 평화로운 일상이 깨졌다[오늘도 툰툰한 하루]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누군가 140년 뒤에 서울이 어떤 모습일 것 같냐고 묻는다면 막막해질 것 같습니다. 기술은 갈수록 더 빠르게 발전하고 환경은 계속 나빠지고 있으니, 140년 뒤 서울이 어떤 모습일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그럼 한 14년 뒤라면 어떨까요? 그 정도라면 어렴풋이 예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도 이미 식당에서 주문을 받거나 빈 식기를 수거하는 데 쓰이는 로봇이 좀 더 일상화되고, 가상세계를 활용한 게임이나 서비스도 늘어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지금 사는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고요.
김규아 작가는 만화 <너와 나의 퍼즐>에서 딱 그 정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학교 이야기를 그립니다. 로봇이 일상화된 2038년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은오의 이야기입니다.
은오의 오른쪽 팔은 ‘로봇팔’입니다. 어릴 때 교통사고를 당해 잃은 한쪽 팔을 로봇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로봇팔은 통증이나 간지럼 같은 감각을 느끼지 못할 뿐, 왼쪽 팔과 똑같이 기능합니다. 오히려 더 강하죠. 은오가 출전한 야구 시합은 항상 은오 팀의 승리로 끝납니다.
활발한 은오는 친구가 많지만, 그중 가장 친한 것은 수아입니다. 은오는 학교가 끝나면 수아와 ‘잼잼마켓’에서 ‘커스터마이징 쿠키’를 만들어 먹고, 집에 가서는 ‘메리랜드’ 라는 가상세계에서 만나 다시 놀고, 다음날 학교에서도 또 붙어 다닙니다. 집에서는 옛날 음악을 들으며 은오와 퍼즐 놀이를 해주는 할머니, 집 근처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은오의 삶은 꽤 행복합니다.
평화로운 일상은 이상한 전학생 지빈과 같은 반이 되면서 조금씩 금이 갑니다. 지빈은 ‘얼굴에 화상 자국이 있는데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웃는 얼굴이 그려진 종이봉투를 쓰고 다닙니다. 지빈은 어쩐지 은오를 보자마자 싫어합니다. 모두를 싫어하는 것이라면 괜찮을 텐데, 은오만 싫어하니 문제입니다. 지빈은 연예 기획사에 다니는 엄마에게 받은 콘서트 초대권을 반 아이들 모두에게 나눠주면서 인심을 사지만, 은오만 쏙 빼놓습니다.
지빈이 반 아이들 거의 모두와 친해지면서 은오는 반의 공기가 묘하게 변한 것을 느낍니다. 아무도 은오의 로봇팔을 놀리는 아이들이 없었는데, 나중엔 은오의 팔까지 은근한 놀림감이 됩니다. 마지막 남은 친구, 수아마저 지빈의 편이 되자 은오는 좌절합니다. 대체 지빈은 은오를 왜 싫어하는 걸까요? 팔이 로봇이어서? 온갖 생각으로 힘들어하던 은오는 우연히 한쪽 다리가 로봇인 지빈의 반려묘를 구조하게 되면서 지빈에 대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살인과 복수, 환생 같은 자극적인 내용이 아닌 만화를 찾기 힘든 요즘, 보기 드문 담백하고 짜임새 있는 어린이·청소년 만화입니다. 작가가 상상한 2038년의 서울을 묘사한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입니다. 학교에는 여러 인종의 아이들이 있고, 꿀벌이 사라져 꽃가루를 옮기는 일은 꿀벌 모양의 로봇, ‘허니봇’이 대신합니다. 김규아 작가는 <그림자 극장>으로 지난해 볼로냐 라가치상 만화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너와 나의 퍼즐>(창비)은 단행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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