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풀리지 않는 피로, 어찌해야 할까
만성 피로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염, 스트레스, 면역 이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황두나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바쁘게 일상을 지내다보면 무기력함에 어깨가 절로 축 처지며 유독 피곤한 날이 있습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보지만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기도 합니다. 피로감은 많은 현대인들이 겪는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따로 질병이 없으시더라도 피로의 장기화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만성 피로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추정 원인으로 감염, 면역 이상, 내분비/대사 이상, 뇌의 기질적 변화, 그리고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을 들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단일 원인이 아닌 여러 가지 유발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공통적인 결과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렇듯 원인이 다양하고 모호한 만큼 나타나는 증상만으로는 만성 피로 증후군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심한 피로를 쉽게 느끼며, 집중력 장애, 인지 장애, 우울, 불안, 수면 장애 등의 정신적 문제를 호소합니다. 또한 두통, 인후통, 경부 및 액와 림프적 압통, 근육통, 관절통, 열감, 근육 약화 등의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호흡곤란, 불규칙 맥박,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원인과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만성 피로 증후군에 대해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은 아직 없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진단적 검사를 통해 의심되는 다른 질환을 배제한 뒤에, 만성 피로 증후군 진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호소하는 피로 증상의 구체적인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서 일상생활에 어느 정도 지장을 주는지, 증상의 심한 정도 등을 평가하고자 ‘Chalder 피로척도’와 같은 구조화된 평가 설문을 사용하여 그 결과를 진단에 참작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만성 피로 증후군은 정의, 원인, 진단 등이 아직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표준 치료 방법도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치료는 원인 가설에 따른 치료와 특정 증상의 완화, 대처, 기능 장애에 대한 치료 등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성 피로 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할 때는 치료 목적을 증상 완화로 두고, 기존의 치료 방법에 근거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조합하여 개개인의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단 비약물적 치료로는 수면, 식사 및 영양공급, 적당한 운동 및 활동 등이 있습니다. 일상적이며 규칙적 수면 패턴을 유지하면서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 식사를 실시하도록 합니다. 식사가 불균형할 경우 비타민, 영양제 등의 복용도 권고하며, 소화장애 시 탄수화물 위주로 소량씩 자주 식사를 하도록 합니다. 또한 지나치게 적은 활동 또는 장기간 휴식, 안정은 우울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활동과 운동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단, 관리받지 않는 격렬한 운동은 피로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 인지행동 요법, 이완 요법, 스트레칭, 집중력 훈련 등을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약물적 치료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경감하기 위해 전문의의 처방에 따른 약물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통증 및 근육통 등의 불편감이 있으면 아세트아미노산, 아스피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등의 약물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성 피로 증후군 환자의 대부분에서 우울증이 동반되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전반적인 증상의 호전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 있는 경우 필요시 수면제를 복용해도 좋지만, 일상적인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로는 일상에서 자주 겪는 증상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시는데요.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생활 습관으로 몸과 마음을 챙기시길 바랍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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