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외로운 국가 한국” 외신이 주목한 반려견 문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1인 가구가 많은 한국에서 반려견을 자식처럼 여기는 문화를 외신이 주목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나라 중 하나, 반려견에게서 동반자를 찾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반려견 문화를 다뤘다.
NYT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는 전통으로 인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동물권 단체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람들은 반려동물, 특히 개를 키우는 데 열광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독신, 무자녀를 선택하는 한국인이 늘어남과 동시에 반려동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팬데믹으로 인해 실내에 갇혔던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보호소와 길거리에서 데려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2012년 364만 가구에서 2022년 602만 가구로 늘어났다. NYT는 “정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며 “작년 약 62%의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긴 하다”고 했다.
반려동물 붐은 도시의 풍경을 바꿔 놓았다고 NYT는 전했다.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병원과 상점이 보편화됐지만, 산부인과는 거의 사라졌다. 공원이나 동네에서 유아차에 반려견을 태우고 다니는 모습은 흔해졌다. 이커머스 업체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반려견을 태우는 ‘개모차’ 판매량이 유아차를 넘어섰다.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없는 심나정(34)씨는 “진돗개 ‘리암’은 제게 자식 같은 존재”라고 했다. 심씨는 “엄마가 저를 사랑했던 것처럼 리암을 위해 가장 신선한 닭가슴살을 남겨두고, 나는 냉장고에 있는 오래된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심씨의 어머니 박영선(66)씨는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리암을 손자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강아지와 함께 참여하는 템플스테이 ‘댕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충북 증평군 미륵사도 소개됐다. 사찰 주지 석정각 스님은 반려견 ‘화엄이’를 쓰다듬으며 “인간과 개는 서로 다른 껍질을 쓴 영혼일 뿐이며 다음 생에서는 껍질을 바꿀 수 있다”고 설법했다.
서울에서 반려견 토탈 케어 센터를 운영하는 고지안 대표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소유하고 과시하는 물건, 나쁜 행동을 하면 버릴 수 있는 물건으로 여겼다”며 “이제 사람들은 반려견을 가족처럼 대한다”고 했다. 이어 “반려견이 공격적으로 굴면 개를 교체할 생각보다는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고민한다”고 했다.
NYT는 올해 초 식용견 사육 및 도살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실을 거론하며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 나라에서 반려견은 드물게 초당적 협력을 끌어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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