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 vs “경제 활력”… 국감서 드러난 감세의 경제학 [2024 국정감사]
이희경 2024. 10. 12. 20:28
지난 10일부터 이틀 간 열린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는 윤석열정부의 감세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부자와 대기업 중심의 감세 정책으로 과세의 형평성은 물론 장기적인 세입 기반마저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2년 연속 이어진 대규모 ‘세수펑크’에 대한 정부 대응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감세 정책의 경제 효과는 1~2년 내에 판단할 수 없다면서 낡은 세제를 정상화하고 경제 활력을 기대하며 조세 정책을 시행한 것이라고 맞섰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와 국회에서 이틀 간(10, 11일) 진행된 국감에서는 윤석열정부의 감세 정책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비판과 정부의 논박이 이어졌다. 야당에서는 정부 출범 이후 3년 간 이어져 온 감세 정책이 조세정의를 훼손한 데다 세입 기반을 갉아먹어 정부 재정 여력을 급속도로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3년 정부 세법개정안으로 나타나는 세수 감소 효과는 약 81조원(누적법 기준)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윤석열정부는 부자감세를 추진하면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법인세와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46조원 증가와 추가 8.4조원을 주장했다”면서 “하지만 작년 역대급 저성장(1.4%)과 56조 세수결손에 이어 올해도 소비와 투자는 늘지 않고 내수는 침체일로에 있다. 설비투자는 작년 하반기 2%, 올해 상반기 1.8% 역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민간소비는 작년 2분기부터 1%대의 저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신 돌아온 것은 세수기반 축소와 연간 86조원 세수결손 뿐”이라면서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 중장기 세입기반 확충이라는 윤석열정부의 요란한 정책 효과는 전부 거짓이었다”고 덧붙였다.
감세 정책이 상대적으로 대기업과 고소득층에만 집중돼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정부는 세법 개정안에서 내년부터 연 매출 5억원 이상의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매출 공제율을 0.65%로 낮추겠다고 했다”며 “재벌은 수조 원씩 세금 깎아 주면서 서민한테는 몇 백만 원 되는 세금까지 탈탈 털어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도걸 의원은 지난 2년 간 대기업,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부담하는 법인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여유가 있는 계층이 내는 세금은 60조원 가량 줄어든 반면 서민과 중산층이 내는 근로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6조4000억원 올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세수펑크’ 대응 방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정부 예산 대비 지난해 세수가 56조4000억원 준 데 이어 올해에도 29조6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측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수 결손 당시 추경을 통한 국회 심사를 거치지 않고 기금 여유재원 등으로 대응한 데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대규모 세수 펑크가 나니 그것을 메우려고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많이 갖다 쓰고, 그렇다 보니 공자기금은 부실해졌다”며 “다른 기금으로도 채우기가 역부족이니 국채 발행도 역대급으로 갈 수밖에 없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임시변통만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의 핵심임 상속증여세 개편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정일영 의원은 “상속·증여세 개편으로 향후 5년간 상위 2%에게 혜택의 95%가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총상속 발생 인원의 0.03%, 100명이 총상속세액의 60%를, 상위 2%에 속하는 7180명이 총상속세액의 95%를 부담하기 때문에 이것을 줄여주는 것은 결국 부자 감세”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감세 정책의 효과를 현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이르며 세제 정상화와 경제 활력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감세정책이 경제 효과가 없는지는 지금 다 알 수 없다. 감세정책이든 법인세 효과는 아시다시피 1~2년 갖고 제가 판단할 수 없다는 건 아실 것”이라면서 “다만 세수 기반을 훼손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수 기반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증세를 해야 되나. 그러면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에 조세부담률이 굉장히 커졌고 그런 부분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자감세 논란과 관련해서도 최 부총리는 “윤석열정부가 부자감세를 추진했다고 주장을 하시지만 동의할 수 없다”면서 “예를 들어 법인세 같은 경우 결론적으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한테도 많은 혜택이 갔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대기업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 혜택이 간 것은 맞지만 결국 대기업 자체가 부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출 구조조정을 해서 지출을 효율화하고 제출에 내용적으로는 약자 복지에 집중을 하고 있고 조세정책 부분은 경제 활력을 기대하면서 저희가 조세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세수 결손과 관련해 정부의 구체적 대응 방안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달 중으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속세 개편과 관련해서도 최 부총리는 “25년 동안 고치지 않은 법이라서 낡은 세제를 합리화하는 차원”이라면서 “우리 사회나 경제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고, 변화에 맞춰서 한번 다시 디자인을 바꿔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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