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 영국 신문에 기고문…"무언가 이루고자 한국에 왔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난 무언가 이루고 싶어서, 무언가 남기고 싶어서 한국에 왔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 역사상 최고 경력의 외국 선수인 제시 린가드(서울)가 영국 더타임스에 직접 쓴 글을 기고해 왜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자국 팬들에게 분명하게 설명했다.
린가드는 11일(현지시간) 더타임스가 공개한 기고문을 통해 "한국으로 간다는 아이디어가 날 사로잡았다. 새로운 환경과 문화에 도전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런 거다. 난 무언가를 이루고,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한국에 왔다"며 "집과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난 다시 그라운드에 서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FC서울과 2년 계약을 한 이유는 단순히 한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팀에 트로피를 안기고 내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린가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 '성골' 유스 출신으로 2011년부터 프로팀에서 생활했다.
2021-22시즌까지 맨유 소속으로 리그 149경기 20골을 포함해 공식전 232경기에 출전하며 35골을 남긴 스타 플레이어지만 그 이후에는 경력이 잘 풀리지 않았다.
2022-2023시즌 노팅엄 포리스트(잉글랜드)로 완전 이적해 리그 17경기에 출전했지만 득점을 기록하진 못했고, 공식전을 통틀어서는 20경기 2골을 남겼다.
노팅엄과 계약이 끝난 뒤에는 한동안 소속팀도 찾지 못했다.
당시를 돌아본 린가드는 "1년 전 내 상황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며 "시즌 내내 무릎과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있었다. 참고 뛰었지만 통증이 너무 심할 때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부상 탓에 기량 저하를 겪었다던 린가드는 하필이면 어릴 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건강 악화 끝에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도 입원하는 악재마저 겹쳤다고 털어놨다.
아픈 가정사를 뒤로하고 지난해 말 선수로서 재기를 결심했다는 린가드는 이후 개인 훈련을 시작하며 기량 회복을 꾀했다.
그러던 와중에 FC서울 관계자 2명이 맨체스터까지 찾아와 자신이 훈련을 지켜본 사실을 알게 됐고, 한국행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린가드는 "FC서울은 K리그에서 가장 큰 클럽 가운데 하나다. 훌륭한 경기장을 갖춘 팀이라 (영입 제안을 받고) 가겠다고 말했다"며 "내가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생활은 환상적이다. 서울의 멋진 아파트에 사는데, 건물 꼭대기라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인다"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도시를 살펴봤다. 김치 같은 현지 음식도 먹었다"고 썼다.
린가드는 '서울살이'뿐 아니라 K리거로서 생활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라커룸 분위기가 영국과 조금 다르지만 마음에 든다. 어린 선수가 나이 많은 선수에게 존경심을 보인다"며 "나도 어린 선수들과 친하게 지낸다. 훈련이 끝나도 추가로 운동하는 등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 첫 홈 경기에 5만2천명의 관중이 몰렸다. 이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다 관중 기록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10일 서울과 인천의 경기를 보려고 5만1천670명의 관중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당시 기준으로,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K리그 최다 기록이다.
이 기록은 어린이날 연휴 첫날이었던 5월 4일, 울산 HD와 맞붙은 서울의 11라운드 홈 경기에 5만2천600명의 관중이 들어오면서 경신됐다.
린가드는 "쉽지 않겠지만 우승에도 도전하겠다"도 전했다. 서울은 정규 라운드 33경기에서 14승 8무 11패로 승점 50을 쌓아 5위에 올라 있다.
파이널 라운드 5경기를 남겨둔 현재, 선두 울산(18승 7무 8패·승점 61)과 승점 차는 11이다.
린가드는 "이 글을 통해 사람들이 날 더 많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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