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4.5% 떨어졌다는 통계의 진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얼마 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전달에 비해 4.5%나 내렸다는 발표를 하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지난 1년간 개발해 온 ‘부동산통합지수시스템(KARIS)’의 결과이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통계의 신속성에 있다. 기존의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시스템은 거래당사자나 공인중개사가 신고한 것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고 있다. 그런데 신고 의무일이 거래일로부터 30일 이내이기 때문에 거래 당일에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래 당사자의 변심으로 거래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지만 단독명의를 공동명의로 바꾸는 등 세부적인 사항이 바뀌어도 기존 신고분을 취소하고 새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가 번거롭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 거래 취소가 ‘집값 띄우기’로 오인받을 수도 있다. 30일 안에만 신고하면 되는데 괜히 일찍 신고해서 문제를 만들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의 실거래가 통계의 기준이 되는 신고일은 실제 거래일보다 나중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는 이보다 훨씬 빨리 통계를 낼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거래를 위해 자체 전산시스템에 등록하는 순간 통계가 집계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에서 집계하는 실거래가 통계에 비해 최대 30일 정도까지 빨리 통계를 뽑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통계의 허점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누군가 집값을 띄우기 위해 고가에 거래되었다고 전산에 등록하고 나서 법정 신고 의무일인 30일 이내에 취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는 신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에는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된 것으로 잡힌다.
결국은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는 다소 늦지만 안정성 있는 통계를 추구하는 것이고, 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는 리스크는 있지만 신속한 통계를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두 통계를 상호 보완해서 쓰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에 발표된 통계를 살펴보자.
공인중개사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월에 비해 4.5%나 내렸다고 한다. 국토부 산하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서는 1.27% 상승이라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금융권에서 공식적으로 활용하는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 통계도 0.89% 상승이라고 발표한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더 난다. 공인중개사협회 통계에 따르면 용산구는 20.9%나 급등했으며 서초구는 11.5%나 급락했다고 한다. 반포를 중심으로 연일 신고가를 찍고 있다는 그동안의 보도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에 반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용산구는 1.52% 상승, 서초구는 2.54% 상승이라고 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용산구는 0.74% 상승, 서초구는 1.37% 상승이라고 한다.
한국부동산원이나 KB국민은행 통계는 정도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용산보다는 서초가 더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공인중개사협회 통계는 용산은 급등 중에 있으며 서초는 급락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왜 공인중개사협회 통계는 기존 통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일까? 공인중개사협회의 주장대로 한 달 먼저 집계했기 때문에 다른 통계도 한 달 후에 비슷한 결과를 보일까? 그렇지 않다. 이는 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다.
한국부동산원이나 KB국민은행 통계는 시세를 조사한 후 자체 개발한 방법으로 가공하여 상승률을 산정하는 반면, 공인중개사협회 통계는 실거래가를 그대로 반영한다. 얼핏 생각하면 후자가 더 정확한 지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공인중개사협회 통계와 비슷한 방식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부동산광장 통계이다. 10월 2일에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8월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7억8846만원이었고 2년 후인 2024년 8월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9309만원이었다. 2년 사이에 서울 아파트 값이 51.3%나 상승한 것이다.
그런데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급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9.0% 하락했다고 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도 6.1% 하락으로 발표하고 있다.
체감적으로 보아도 지난 2년간 집값은 크게 하락했고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울부동산광장 통계는 이를 부인하고 51.2%나 급등했다는 통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통계 전문 기관(한국부동산원, KB국민은행)에서 내놓은 통계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서울시 통계 중 어떤 것이 맞는 통계일까? 전혀 다른 결과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 중에서 틀린 곳은 없다. 모두 맞는 통계를 내놓은 것이다.
실거래가 평균 비교가 의미 없는 이유
2년 전에 비해 서울시의 집값은 하락했다. 하지만 2022년 8월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7억8846만원이었고 올해 8월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1억9309만원인 것도 맞다.
다만 2022년 8월과 올해 8월의 평균 매매가 차이를 비교하여 51.3% 상승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틀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에서는 지난 2년간 서울 아파트 값이 51.3% 올랐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평균 매매가의 상승이 집값 상승이 아니라는 것을 서울시는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차이가 무엇일까?
예를 들어보자. 어떤 과일 가게에서 사과를 한 개에 1000원에 팔고 오렌지를 한 개에 5000원에 판다고 가정해 보자. 어제 이 가게에서 사과를 3개 팔았고, 오렌지를 1개 팔았다. 과일 4개를 판 가격이 8000원(=3개x1000원+1개x5000원)이니 과일 하나당 2000원에 판 셈이다.
그런데 오늘 같은 가게에서 사과를 1개 팔았고 오렌지를 3개 팔았다. 과일 4개를 판 가격이 1만6000원(=1개x1000원+3개x5000원)이니 과일 하나당 4000원에 판 셈이다. 그러면 어제는 과일 하나당 2000원씩 팔았고 오늘은 과일 하나당 4000원씩 팔았으니 과일 값이 하루 사이에 두 배로 뛴 것일까?
아니다. 사과 값도 어제와 같고 오렌지 값도 어제와 같기 때문에 과일 값이 오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협회의 통계 방식은 과일 하나당 가격이 두 배가 되었으니 과일 값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과는 사과끼리 비교하고 오렌지는 오렌지끼리 비교해야 한다. 영어에서 ‘apple to apple’이라는 말이 있다.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틀리게 비교하는 것을 ‘apple to orange’라고 한다.
서울 부동산정보 광장 통계에서 지난 2년 전 아파트 평균 매매가에 비해 올해 8월의 매매가는 크게 올랐지만 이는 집값이 올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2년 전에는 노도강 금관구와 같은 저가 지역 아파트가 많이 거래되었고 최근에는 강남3구나 마용성과 같은 고가 지역 아파트가 많이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협회에서 올해 8월에 서초구가 전달에 비해 11.5%나 떨어졌다고 하는 것은 7월에는 반포 등 고가 지역의 거래가 많았고 8월에는 서초구 저가 지역의 거래가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7월에는 대형 평형이 많이 거래되고 8월에는 소형 평형이 많이 거래되었을 수도 있다.
사과는 사과끼리 비교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부동산원이나 KB국민은행에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통계를 작성하는 것이다. 중개는 공인중개사의 전문 영역이듯, 통계도 통계 기관의 전문 영역인 것이다. 잘못된 통계로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기곰 (‘재테크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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