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평가 괜찮다는 ‘아웃사이더’ 日총리...패기있게 당 쇄신 외쳤다가 벌써부터 [지식人 지식in]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4. 10. 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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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신임 자민당 총재
최연소 중의원·정치 명문가 출신
“과거 행적 반성해야” 의견 표출
자민당 ‘아웃사이더’ 자처
‘아시아판 NATO’ 등 안보관 눈길
자민당 내 지지기반 약하고
안보·경제정책에 반대 심해

지난달 27일, 낮은 지지율과 당내 비자금 의혹 등으로 물러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전 총리의 자리를 매꿀 사람을 뽑는 선거가 일본에서 열렸죠. 당선된 ‘자민당 아웃사이더’ 이시바 시게루 총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자민당의 쇄신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이번주 ‘지식人 지식in’ 코너에서는 이시바 신임 총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연소 중의원·아웃사이더·5수 총리까지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신임 총재 [AP = 연합뉴스]
이시바 전 총리는 1986년, 29세라는 최연소 나이로 중의원에 당선되며 정치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게이오 대학 졸업 후 은행에서 근무하던 그를 정계에 입문시킨 것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였습니다. 다나카 전 총리는 이시바 전 총리의 부친과 친구 사이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시바의 아버지는 돗토리현지사와 자치성 장관을 역임한 이시바 지로입니다.

오래된 정치인 가문에서 자란 그는 사실 정치인 인생 내내 ‘아웃사이더’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1993년에는 정치 개혁 법안 처리와 관련해 미야자와 내각에 대한 야당의 불신임 동의안을 지지하며 자민당을 탈당한 적도 있습니다. 또 평소 ‘일본이 과거의 행적을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당 내부에서 ‘쓴소리’를 하는 캐릭터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전범들을 추모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당내 주류의 지지를 받지 못했으니 이전에 4번이나 총재직에 도전했으나 당선되지 못한 것도 당연합니다. 이런 그가 총리직에 당선됐으니 자민당이 얼마나 일본 국민들에게 쇄신 의지를 보여주고자 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시바 총리는 평소 독서와 공부를 많이 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자신의 블로그로 대중과 소통하는 친근한 성향의 소유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NHK에 따르면 그는 나츠메 소세키와 모리 오가이 같은 문학부터 만화까지 폭넓은 분야의 책을 읽는 독서가로, 사무실에는 책꽂이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책이 있다고 합니다.

요리도 좋아해 때때로 자신의 특기인 카레를 손님들에게 대접하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라면 문화 진흥을 목표로 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회장을 맡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라면을 홍보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방위 오타쿠’와 ‘철도 오타쿠’로 불릴 만큼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는 특이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사 반성하는 이례적 자민당 총재
전임 자민당 총재들과 달리 역사 문제에 있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과는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폭 전향적으로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시바 총리가) 한국에서 과거사문제에 대한 진전된 발언, 점진적 해결, 성의있는 호응을 보여줄 것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지나친 기대감은 섣부르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민당 내 지지기반이 약하고, 일본 기업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등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 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인식이기 때문입니다.

최 연구위원은 오히려 “기시다 전 총리와의 네트워크를 지속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시다 전 총리가) 일본 정치체제 상 총리로 재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이시바가 총재가 되는 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향후 당내 입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안보 정책에도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독특한 안보관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정책이 ‘아시아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시아 지역에 안보 불안정 상황이 발생하면 주변국이 의무적으로 돕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최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의 경우 NATO에 속하지 않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침공 당시) 적극적인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았는데 아시아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시바 총리는 일본 사회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핵 공유’, ‘비핵 3원칙 재검토’ 등에 대해서도 지속 언급을 해 왔다고 합니다. 비핵 3원칙은 과거 전쟁을 일으킨 이력 때문에 일본이 1967년부터 견지해 온 것입니다. 핵을 보유하거나 만들거나 반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인데 이시바 총리는 여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통화 긴축·금투세 외쳤지만...시장 반응에 ‘뒷걸음질’
이시바 총리의 경제 정책은 어떨까요? 이시바 신임 총재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경제·산업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경제 철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시바노믹스’의 핵심은 ‘부자 기업, 가난한 국민’이라는 일본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 ‘임금 인상을 통한 디플레이션 탈피’, 그리고 ‘노동 개혁을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소’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또 일본 기업의 리쇼어링(국내 복귀)을 적극 추진하고, 금융소득 과세 강화를 통한 부자 증세를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70세까지의 정년 연장과 비정규직 활용에 대한 기업의 전통적인 고용 방식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19일 오후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역 근처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연설회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9.19 psh59@yna.co.kr
단기적으로 시장은 불안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입니다. 우선 자민당 총재 선거 직후인 지난달 30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4.8% 떨어진 3만7919포인트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같은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직전 거래일 대비 1% 오른 141.7엔대를 기록했습니다. 기존 일본의 긴축적 통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엔화는 강세를 보였고, 금융투자소득세 인상 등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에 증시는 약세를 보인 것입니다. 물론 일본 증시는 이후 지난 4일까지 낙폭을 줄여 3만8600포인트대를 회복했고, 달러당 엔화 가치도 146엔대까지 내려가긴 했지만요.

이시바 총리가 이끄는 일본의 향방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으로선 당장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시바 총리가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존의 정책 기조들을 다소 바꾸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일 이시바 총리는 통화긴축에 대한 속도 발언을 했습니다. ‘비핵 3원칙’에 대해서도 이시바 총재는 미국 보수 계열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에 기고문을 보내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하자는 주장을 펼쳤으나 일본 내외에서 반대 여론도 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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