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의 中 전기차 견제…마냥 웃을 수 없는 현대차

최동훈 시사저널e 기자 2024. 10.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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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100%로 인상…EU도 최고 46.3% 적용 예정
“반사이익보다 악영향 클 수도…각국 정책 십분 활용해야”

(시사저널=최동훈 시사저널e 기자)

"이것은 유럽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다. 계속되면 유럽 경제는 죽을 것이다."(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중국 제조사와 동등한 경쟁 환경이 구축되지 않으면 유럽에서 산업적 입지를 생산, 보존하려는 희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최근 중국산 전기차(BEV)에 대한 관세 추가 여부를 두고 분열하고 있다. 값싼 중국 전기차가 현지 시장을 교란할 것이라는 우려와 중국의 보복무역으로 현지 업체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반대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EU 내 각국이 자동차 산업 측면에서 중국과 긴밀히 연관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두드리자 각국은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EU의 중국 견제를 바라보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전망도 혼재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해당 권역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과,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미국과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DPA 연합

중국산 전기차에 장벽 높이는 EU·美

EU가 10월4일 관세 부과를 발표한 후 중국 전기차 견제 이슈가 새삼 부각됐다. EU는 회원국 투표 결과에 따라 10월31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제조사마다 다른 상계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에서 장려금, 보조금을 지급받아 생산된 물품이 수입국 산업을 저해하는 것으로 분석될 때 수입 억제를 위해 매겨지는 관세다. EU는 지난해 조사 결과 대출, 세금 감면, 직접 보조금, 저렴한 토지, 리튬 및 배터리 할인 공급과 같은 특전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에 부과한 일반관세 10%에 더해 업체별 정부 지원 규모, 보조금 조사 협조 여부 등에 따라 상계관세를 차등 산출했다.

EU 산하 유럽위원회(EC)는 7월4일 임시 상계관세율을 발표한 후 후속 조사를 진행해 8월20일 수치가 일부 조정된 상계관세 초안을 게재했다. 상하이자동차 46.3%, 길리 29.3%, BYD 27.0%씩 최종 관세가 매겨졌다. 중국 업체뿐 아니라, EU 권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중국 공장에서 양산해 들여오는 차량에도 관세가 추가될 예정이다. EU 조사 협력 기업(BMW·폭스바겐 등) 31.3%, 테슬라 19.0%씩 최종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이 중 테슬라는 EC 임시 상계관세 발표 이후 개별조사를 요청해 수정된 관세가 부과됐다. EC는 대내외 논의를 거쳐 10월30일 최종 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다. 확정된 관세는 이후 5년간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도 지난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는 9월27일 중국산 전기차 100%,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25%로 관세를 높여 매기기 시작했다. 기존 전기차 25%, 배터리 7.5%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미국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미국 백악관은 5월14일 성명을 통해 "(중국의) 광범위한 보조금과 비시장 관행으로 인해 상당히 위험해졌다"며 "중국 전기차 100% 관세율은 미국 제조업체를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상무부도 국가 안보를 고려해 중국, 러시아 등 우려 국가에서 개발된 커넥티드카, 자율주행(3~5단계) 관련 기술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기술이 탑재된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를 각각 2027년식, 2030년식부터 수입 통제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각 기술을 개발·생산하는 데 중국 기업과 적극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번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월27일(현지시간) '2024 뉴욕국제오토쇼'의 미디어 프리뷰가 열린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센터의 현대자동차 부스에 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연합뉴스

규제는 양날의 검…"중국의 우회 전략 위협적"

EU, 미국의 중국 전기차 견제는 중국 업체과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그룹에 이익과 리스크를 동시에 안기는 요소로 관측된다. 현대차, 기아가 중국 공장에서 만든 차량은 현지나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어 미국, EU 제재로 인해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한국산 대미 수출 물량이 지난해 연간 수치 대비 전기차 4.4%, 배터리 0.6%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대로 반사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산 전기차가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산 관세 장벽으로 인한 현대차그룹의 반사이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수출 규모는 2018년 720만 달러(약 97억원)에서 5년 만인 지난해에는 54배 증가한 3억8880만 달러(약 5111억원)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증가 폭이 크지만, 미국 전기차 수입 규모의 2%로 위협적인 비중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중국이 미국과 EU에서 눈을 돌려 동남아, 남미 등의 전략 비중을 키우면 현재 해당 지역을 적극 공략 중인 현대차그룹의 사업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EU와 중국이 관세로 대치하고 있지만, 여러 산업에 걸쳐 긴밀하게 얽힌 교역 관계를 고려해 협상할 여지를 남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관세율이 초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뿐만 아니라 BYD, 상하이자동차, 체리자동차 등 중국 기업들이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유럽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점은 현대차그룹의 고민거리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가 코나 일렉트릭 1종에 불과한 가운데, 유럽산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늘어나면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유럽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현지 생산 확대 계획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김예슬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유럽에서 전기차를 제조하면 현지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뿐 아니라 고관세 영향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EU 관세 인상이 중국 기업의 유럽 투자 강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은 "중국이 미국 등지의 관세 장벽을 피해 제3국으로 수출을 전환하면 제3국 시장에서 한·중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한국 기업이 미, EU에서 시장점유율을 선제적으로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제품 차별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대차는 8월28일 개최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중장기 시기별로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하면서 전기차 성장 둔화기를 극복하고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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