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중몽(一場中夢)', 한바탕 꿈처럼 헛된 중국 주식 [이환주의 개미지옥]
156%. 아주 잠깐이었겠지만 내 계좌에 찍혀있던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다. 마이너스였던 수익률이 100%를 넘기는데는 채 3주가 걸리지 않았다. 바로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ETF 'YINN'에 대한 내용이다. YINN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주식 중 시가총액이 높은 50개 중국 기업을 3배수로 추종하는 ETF다. 한 때 필자의 계좌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던 YINN은 미칠듯한 변동성과 장기간의 하락으로 반토막도 더 난 이후에 결국에는 손절한 종목이었다. 하지만 정찰병 느낌으로 1주를 남겨놨던 YINN의 주가는 150% 수익률을 찍고나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12일 현재 다시 반토막이 나서 76%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필자는 지난 6월 1일 올린 [이환주의 개미지옥], '상남자 '즐라탄'도 겸손해질 주식 시장.. 겸손은 쉽다' 편에서 YINN을 처음 언급했다. 한때 900달러에 달했던 YINN의 주가는 필자가 사모을 2022년 당시 50~70달러 부근에서 움직였다. 최고점 당시 95%의 손실률을 기록 중으로 바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YINN의 주가는 끝을 모르고 떨어졌고 필자는 결국 해당 종목으로 아주 큰 손실을 봤다.
'주식 투자 멘탈, 마지막 퍼즐은 '상상력'' 편에서는 YINN 투자 실패와 교훈에 대해서도 썼다. YINN을 산 것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13억명의 내수 시장과 그들 중 선별된 엘리트가 운영하는 중국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였다. 당시 내 시나리오는 저평가된 중국 기업을 YINN을 통해 지속 저가 매수하면 언제가 다시 중국 경제가 성장할 때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상상에 기반했다. 하지만 YINN 투자를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적 제거에 나서며 집단 지배 체제가 아닌 일당 독재 체제를 굳힌 것이다. 2023년 3월 시진핑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료 3연임으로 국가주석 자리를 지켰다. 애초 YINN을 매수한 가장 강력한 이유였던 '집단 지배 체제'를 통한 국가 운영이었는데 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당시 미련 없이 YINN을 손절하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탔다. 하지만 최근 단 1주만 남겨 놓은 YINN으로 인해 내 주식 계좌 알람이 수차례 울렸다. 1달 전만 해도 마이너스 였던 YINN의 수익률은 한 때 100%를 넘겼다가 최고점 기준 150%를 찍었다. 이후 현재는 76%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물론 1주가 아닌 YINN을 큰 규모로 보유했다면 이 같은 등락을 거치면서 대부분 수익을 실현했을 것이다. 앞서 주식투자도 "노력보다는 재능"의 영역에 가깝다고 썼는데 확실히 오를 때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인내하는 능력, 떨어졌을 때 불안감에 손절처리 하지 않고 버티는 능력은 타고나는 영역에 가깝다.
'돈 버는 기계'라고 불리기도 하는 전설적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최근 중국 시장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중국을 통치하는 한 중국시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개미를 흔히 '불개미'라고 부른다. 유독 2배수, 3배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S&P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UPRO, 나스닥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TQQQ, 안 그래도 변동성이 큰 테슬라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TSL3 등 한국인의 레버리지 투자 사랑은 유별나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해야 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높은 수수료율과 음의 복리 효과다. 예를 들어 테슬라를 3배로 추종하는 '삼슬라'의 경우 총수수료가 2.25%에 달한다. 보유하기만 해도 2.25% 손실을 보는 구조다. 레버리지 상품을 장기 투자할 경우 알게 모르게 계좌가 줄어들게 된다.
높은 수수료율 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음의 복리 효과다. 테슬라 본주식의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 경우에는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지만 횡보하거나 하락장에서는 계좌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녹는다.
예를 들어 테슬라 주가가 100달러에서 하루 뒤 120달러, 다시 하루 뒤 100달러로 돌아왔다고 가정해 보자. 테슬라 본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는 수익률이 0%다. 3일 뒤에 계좌에 100달러가 그대로 있다.
삼슬라에 100달러를 투자한 투자자의 경우 첫날 수익률 20%의 3배인 60%가 오른 160달러로 계좌가 바뀐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는 120달러에서 100달러의 수익률 -16.6%의 3배인- 49.8%를 적용 받는다. 계좌는 160달러에서 거의 반토막이 난 80.32달러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본주는 수익률이 0%지만 삼슬라는 거의 20%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하락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은 배가된다. 테슬라 본주가 첫날 100달러에서 다음날 10%가 빠진 90달러, 그 다음날 다시 10%가 빠진 81달러를 기록했다고 가정해 보자. 삼슬라는 첫날 100달러에서 둘째날 70달러, 셋째날 49달러로 반토막이 나게된다.
중국 상하이지수와 선전지수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각각 26.95%, 40.22% 올랐다. 하지만 12일 기준 두 지수는 각각 7.80%, 12.57%씩 하락했다. 홍콩H지수도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30.39% 올랐다가 이후 8.52% 내려왔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관련 주식은 급등락을 하는 중이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하고 중국 관련 주식이 급등한 배경으로는 '숏 스퀴즈'로 인한 단기 급등 현상으로 풀이된다. 숏 스퀴즈는 말 그대로 '공매도 포지션을 쥐어 짠다'는 의미다.
전 세계 헤지펀드 등과 글로벌 자금들은 한동안 중국 주식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고 중국 주식에 대한 대규모 공매도(숏) 포지션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예상치 못한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인해 중국 주식이 급등하면서 이를 되갚아야 할 기관 및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단기간에 중국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중국 관련 주식이 급등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타이거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도 저점 대비 4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6000원대 중반이던 이 종목은 한 때 1만원을 넘겼지만 현재는 8615원(11일 종가 기준)으로 조정을 거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글로벌 증시에 호재나 악재가 발생하면 인공지능, 프로그램 매매가 작동하면서 변동성이 더 커지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5일 발생한 '블랙먼데이'의 증시 급락이 대표적인 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시 증시가 발작한 배경을 두고 일본에서 저리에 자금을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앤케리 자금'이 일본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청산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정 조건이 발생하면 대량의 매도 주문을 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이 한번 작동하면 이에 연쇄된 알고리즘이 작동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4월 코로나19 당시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돈을 주고 석유를 사는 것이 아니라 석유 공급업자가 석유를 주면서 돈까지 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유(석유)는 현물 거래가 아닌 미래의 가격을 사전에 약속해 거래하는데 당시 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 예상되면서 운송, 저장에 따른 비용을 우려해 모두가 선물을 던지면서 현실에서 불가능한 마이너스 가격이 나온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의 위험성은 주식시장의 해킹 위험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날 한 해커가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홈페이지를 해킹한 뒤에 "미국이 중국에 핵 미사일 쐈다"라는 허위 기사를 올릴 경우 이에 따라 전세계의 프로그램들이 주식을 던질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주식의 대폭락 사태가 (이론적으로는)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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