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본 시골마을 풍경에 반해… 마을활동가 된 대학교수 [귀농귀촌애]
“바로 마을 이장한테 전화 걸어”… 2010년 귀농 시작
“다시는 가르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 다짐했는데”
마을활동가 초대 회장 선출돼… 교수 시절보다 바빠져
초보 귀농인 안정 정착 위해 ‘귀농 프로젝트’ 추진 중
다른 마을의 활동가들 대상으로 마을사업 유치 도전
귀농 7년차인 김종탁 전남 장흥군귀농어귀촌인연합회장의 퇴직 후 꿈은 시골에 둥지를 틀고 사는 것이다. 귀농을 꿈꾸던 2010년 가을 어느 날, 김 회장 부부는 우연히 본 TV프로그램에서 마음에 드는 시골마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곳은 정남진 부근의 전남 장흥군 회진면 선학동 마을이었다. 강원도에서 줄곧 살았던 김 회장 부부는 따뜻한 남쪽에서 인생 2막을 살고 싶었는데, 풍경까지 아름다운 마을을 찾은 것이다.
10월 11일 찾은 김 회장 시골집은 선학동 마을의 중턱에 위치했다. 거실에 앉아보니 바깥 풍경이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섬들과 마을 앞의 야산에 핀 메밀꽃, 야생화가 가을철의 운치를 더했다. 유채 메밀
“다시는 남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지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김 회장은 25년간 재직했던 대학을 나오면서 이런 약속을 했다. 김 회장은 귀농 전 강원 원주시 소재 상지영서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었다. 하지만 귀농 후 그는 또다시 가르치는 일에 발을 디뎠다. 귀농 다음해인 2019년 3월 전남도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주관의 제1기 전남마을행복디자이너 과정을 마쳤다. 이 과정을 마친 김 회장은 초대회장으로 선출돼 전남과 장흥군의 마을활동가를 교육하고 이들을 네트워크하는 일을 도맡았다. 대학 현직때보다 더 바빴다.
마을활동가의 주된 일은 마을 현안을 해결하고 지자체의 마을사업을 동네로 유치하는 일이다. 그는 대학에서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장흥군은 물론 전남도 마을의 사업계획서를 컨설팅하고 사업을 유치하고 있다.
김 회장은 초보 귀농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귀농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선배 귀농인이 제공한 1320㎡(400평) 밭에 유기농 고추밭을 실습장으로 쓰고 있다. 마을 앞에 있는 밭에 퇴비 등을 뿌려 유기농 만들기가 한창이다. 회진면 인근의 안양면 16만5000㎡(5만평)의 감자밭에서는 귀농한 감자 전문가가 귀농인 5명과 함께 감자 농사를 짓고 있다. 대덕면에서도 귀농인이 키위를 재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장흥군 10개 읍면의 마을 활동가를 대상으로 내년도 마을사업 유치에 도전하고 있다. “500만원부터 신청합니다” 김 회장은 지자체 지원의 마을사업은 처음엔 500만원부터 시작하지만 계속사업으로 2000만원까지 가능해 결코 작은 예산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귀농 후 대학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재능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귀농 후 전원생활을 기대했던 그는 뜻하지 않게 마을활동가를 양성하는 일이 되레 삶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재능기부가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은퇴를 앞둔 50대가 귀농의 적임자라고 했다. “귀농하려면 초기 자본이 필요해요” 50대가 되면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 귀농해서 수익을 내지않아도 조급해 하지 않는다. 귀농은 많은 돈을 벌어 생활하는 구조가 아니다. 적정한 수입으로 농촌생활을 하면서 행복을 찾는 게 귀농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김 회장은 청년들의 귀농은 그리 반기지 않는다. 청년들이 귀농해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지자체 지원으로 작물을 재배했다가 낭패를 볼 경우 뒷감당이 되지 않아서다. “귀농해 농사를 지으면 당장 수익이 나지않아요. 귀농은 월급이 아닙니다” 예비귀농인이 귀담아 들어야 할 김 회장의 뼈있는 조언이다.
장흥=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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