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이렇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 7년 만의 첫 CS 진출에 '파안대소'... 연봉 97% 깎은 보람 있었다
다저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5차전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다저스는 최종전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진출에 성공했다. 2년 전 NLDS 스윕패를 설욕한 다저스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랐다. 다저스는 14일부터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꺾고 올라온 뉴욕 메츠와 월드시리즈 진출을 두고 다툰다.
이날 경기는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저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1차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던 야마모토는 이날 5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설욕에 성공했다. 다르빗슈는 6⅔이닝 3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에도 패전투수가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6회 말에도 0볼-2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바깥쪽 커브에 방망이를 헛돌리며 삼진 처리됐다. 다르빗슈의 변화구 일변도 투구에 어려움을 겪은 오타니는 8회 말 타석에서도 태너 스캇에게 헛스윙 삼진 처리되며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다.
하지만 다저스 타선은 홈런 두 방을 터트리며 옛 동료 다르빗슈를 울렸다. 2회 말 선두타자 맥스 먼시가 볼넷으로 나가고도 병살타로 2아웃이 됐지만, 키케 에르난데스가 몸쪽으로 오는 초구 직구를 놓치지 않고 좌중간 담장을 크게 넘겼다. 7회에도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슬라이더를 공략해 솔로포를 터트리면서 점수를 올렸다.
하지만 오타니 본인에게는 뜻깊은 시리즈였다.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시절인 2016년 우승을 경험했던 그는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빅리그 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한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소속팀이 5할 승률도 올리지 못한 약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팀 이적 후 통산 7시즌 860경기에서 225개의 홈런을 터트리고 나서야 가을야구의 맛을 보게 됐다.
앞서 다저스 입단 당시 연봉 총액 7억 달러 중 97%를 계약 종료 후 받는 '지불유예'까지 했던 오타니는 "야구 선수로서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지금 제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이기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첫 가을야구 경기였던 NLDS 1차전 종료 후 오타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1년간 함께한 팬들과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건 특별하다"고 느낌을 전했다. 이어 "첫 경험이었지만 즐거웠다. 즐기고 싶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5차전 승리 후 오타니는 라커룸에서 열린 샴페인 파티에서 보기 드문 파안대소를 지었다. 일본인 동료 야마모토와 그의 통역에게 샴페인을 뿌리는 모습이 포착됐고, 베테랑 클레이튼 커쇼와 어깨동무를 하며 활짝 웃었다.
일본 매체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오타니는 "이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려운 시리즈였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누가 나와도 다들 팀 플레이를 하며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 다 같이 만든 시리즈였다고 생각한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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