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한보총 회장의 안전밸류업] “실내 실탄 사격장 납중독 심각…뇌성마비·불임 유발”

신용승 기자 2024. 10.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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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실탄사격장 절반은 납 농도 기준치 초과
‘사격장 안전관리 법률’ 환기시설 설치 내용 부재
군부대 사격장 납 기준치 초과 최대는 42배
국제암연구소, 납 인체발암가능물질로 분류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한혁승 기자

‘Who Is 정혜선?’

-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부천근로자건강센터 센터장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제조업 사업체 보건관리자를 시작으로 고용노동부 산업보건전문위원을 거쳐 30년간 산업재해와 직업병 예방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 온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감정노동자의 건강보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 보호조항이 신설될 수 있도록 했고,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전화멘트가 시행되는데도 기여한 바 있다.

또 국내 최초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보건관리를 위한 근로자건강센터를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했으며, 현재 부천근로자건강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부천지역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안전보건 확립을 위해 힘쓰고 있다.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실내 사격장 환기시설 확인하고 여성·어린이는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지난 8월에 끝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거뒀다. 그 중에서도 사격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얻어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사격이 올림픽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커져 실내 사격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실내 사격장에서 사용하는 실탄이 납중독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사격장 직원에게 납중독 발생

지난 1월 서울의 한 실탄 사격장에서 직원이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혈액 중 납 농도가 기준치의 두 배 가까이나 되는 55μg/dl로 나타났다. 이 직원은 근무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납에 중독된 것이다. 해당 직원이 일했던 사격장의 공기 중 납 농도는 정상치의 28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고용노동부에서는 일반인이 이용하는 전국의 레저용 실내 실탄사격장 22곳을 긴급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을 넘는 13개소에서 공기 중의 납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치가 초과된 사격장에서 일하는 직원 87명을 대상으로 임시건강진단을 시행한 결과 납중독 직업병 유소견자가 23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혈중 납 농도가 40μg/dl 이상으로 기준치 30μg/dl를 초과한 수치를 보였다.

▶ 사격장 환경

사격장에서 사용되는 탄환은 9mm의 실탄이다. 실탄은 뇌관과 탄두 부분이 납으로 구성돼 있는데, 실탄이 발사되면 납 분진이 공기 중에 노출된다. 하지만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사격장 기준에 환기시설 설치에 대한 내용이 제시돼 있지 않다. 오히려 유탄 사고를 막기 위해 창문을 설치하지 않도록 함에 따라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 공간으로 사격장이 운영되고 있다. 환기가 되지 않으니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나 사격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납 분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군부대 납 노출

2014년에는 군 부대 실내 사격장의 군인이 혈중 납 농도가 높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 이후 국방부에서 실내 사격장 안에 환기시설을 갖추고, 사격장 근무자를 순환보직하며 정기검진을 시행하는 등의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의 ‘최근 5년(2019∼2023년)간 한국군 군사시설 토양정밀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격장이 있는 군부대에서 납이 기준치의 최대 42배 가량 검출돼 사격장 납중독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경부, 최근 5년간 군부대 사격장 납 기준치 최대 42배

▶ 납중독 증상

납은 국제암연구소(IRAC)가 밝힌 인체발암가능물질(그룹 2B)로 분류된 물질이다. 납에 중독될 경우에는 혈액 생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빈혈, 혈액순환 장애 등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뇌성마비 등 신경계 질환까지 생길 수 있다. 오랫동안 미량으로 장기간 노출되면 신경발달독성 또는 고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납중독은 불임을 유발하기 때문에 여성은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비록 소량일지라도 지능지수 및 주의력 저하, 성장 지연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치명적이다.

▶ 사격장 직원 및 이용자의 납중독 예방대책

고용노동부에서는 ▲친환경 실탄 생산·사용 유도 ▲사격장 환기설비 표준 마련 ▲환기설비의 적정성 여부 검토 ▲사격장 관리규정에 직원 건강과 환경관리 사항 포함 등의 개선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경찰이 사격장 정기점검을 할 때 공기질과 직원 건강보호 조치 등에 대한 정부의 합동점검도 병행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대책이 잘 지켜져서 사격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납중독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해 야 한다. 사격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납 분진의 흡입을 방지할 수 있는 방진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 퇴근 시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옷을 꼭 바꿔 입고 퇴근해야 사격장에서 묻은 납 분진이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오염되지 않을 수 있다.

실내 사격장을 찾는 일반인들도 사격장을 자주 이용하다 보면 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니 실내 사격장에 환기시설이 돼 있는지 꼼꼼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납중독 위험이 높은 여성이나 어린이는 가급적 실내 사격장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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