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치인은 ‘백인 타코’를 먹는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정미경 기자 2024. 10.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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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케이크 한 조각
먹지 못하고 바라만 보네
대선 후보가 품위 있게 유세 음식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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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백인 타코’(white buy taco) 발언이 화제다. 미국의 타코 레스토랑 타코벨 모습. 타코벨 홈페이지
I have white guy tacos.”
(나는 백인 타코를 즐겨 먹는다)
‘white guy taco’(백인 타코).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단어입니다.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최근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음식으로 백인 타고를 꼽았습니다. 유세 중에 자주 먹는다고 합니다. 백인 타코가 뭘까요. 본인이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Black pepper is the top of the spice level in Minnesota.’(미네소타에서는 검은 후추가 양념의 최고 수준이다)

타코는 소스를 뿌려 먹습니다. 타코의 본고장 멕시코에서는 핫소스, 할라피뇨소스, 살사소스 등 매운맛을 내는 소스를 뿌려 먹습니다. 하지만 매운맛에 약한 미국인에게는 이런 소스가 무리입니다. 백인이 많이 살고, 월즈 후보가 주지사로 있는 미네소타에서는 주로 검은 후추를 뿌려 먹는 데 이를 백인 타코라고 부릅니다. 자신과 같은 백인에게는 별로 맵지도 않은 검은 후추가 매운맛의 최고치라는 자폭개그입니다. ‘have’ 다음에 음식이 나오면 ‘가지다’가 아니라 ‘즐겨 먹는다’라는 뜻입니다.

백인 지지자가 많은 공화당에서는 발끈했습니다. 타코면 타코지 백인 타코는 뭐냐는 것입니다. 타코를 백인 타코, 멕시칸 타코 등으로 나누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배격하는 인종차별이라는 것입니다. 별것도 아닌 말 한마디를 두고 죽을 것처럼 설전을 벌이는 것이 대선을 앞둔 요즘 미국 정치 풍경입니다. 한국에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음식은 설전의 주요 소재입니다. 음식은 단순한 먹는 행위가 아니라 그 안에 이념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치의 유명한 격언입니다. “Food on the campaign trail is a minefield for political candidates”(유세 때 먹는 음식은 후보에게 지뢰밭이 될 수 있다).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유세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를 알아봤습니다.

2004년 대선 유세 대 필라델피아에서 치즈 스테이크를 먹는 존 케리 후보. 존 케리 선거본부 홈페이지
With Swiss.”
(스위스 치즈 넣어줘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후특사를 맡았던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어마어마한 부자입니다. 부인 재산 덕분입니다. 부인은 식품회사 하인즈 상속자인 테레사 하인즈 여사. 우리가 잘 아는 하인즈 케첩 마요네즈의 그 하인즈입니다. 하인즈 여사는 하인즈 상속자인 존 하인즈 상원의원과 결혼했다가 그가 사망하자 재산을 물려받았습니다. 케리 장관과 1995년 재혼했습니다. 부부 합산 재산 규모는 30억 달러(4조 원).

케리 장관은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케리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은 사회 취약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너무 부자여서 서민 분위기가 나지 않은 것입니다. 오히려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카우보이 이미지를 풍기며 민심을 파고들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 중에 벌어진 스위스 치즈 사건은 케리 후보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잘 말해줍니다. 철강 공장이 많은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노동자 도시입니다. 명물은 치즈 스테이크. 얇게 썰어 볶은 고기를 빵 사이에 끼워 치즈를 올려 먹는 샌드위치입니다. 케리 후보는 치즈 스테이크 맛집 팻츠(Pat’s)에 들렀습니다. 그의 주문 내용입니다. ‘치즈’를 아예 빼고 그냥 “스위스”라고 한 것을 보면 스위스 치즈를 많이 주문해 본 솜씨입니다. 음식 주문에서 토핑, 소스 등을 선택할 때는 ‘with’를 씁니다. ‘with Swiss cheese’ ‘with extra onions’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는 고급 치즈입니다. 풍미가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강한 풍미의 치즈를 넣는 치즈 스테이크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부분 레스토랑이 ‘Cheez Whiz’(치즈 위즈)를 넣는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미국 아이들이 군것질용으로 많이 먹는 짝퉁 치즈입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정크푸드이지만 치즈보다 강한 맛을 내기 때문에 레스토랑들이 선호합니다. 이런 전통을 모르는 케리 후보는 평소 자신의 취향대로 고급 치즈를 택한 것입니다. 케리 후보의 주문을 구경하던 필라델피아 주민들의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다음도 문제였습니다. 치즈 스테이크가 나오자 혹시라도 흘릴까 봐 조금씩 오물거리며 먹었습니다. 치즈 스테이크는 입을 크게 벌리고 내용물을 줄줄 떨어뜨리며 먹는 것이 진리입니다. 케리 후보는 토핑 선택과 식사법에서 민심을 모른 것입니다. 한마디로 ‘out of touch’(접촉이 안 되다)입니다. 올해 대선에 출마한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최근 필라델피아 유세 중에 팻츠에 들러 케리 후보의 스위스 치즈 사건을 다시 들춰냈습니다. “Why do you guys hate swiss cheese so much? What’s the story?”(여러분들 왜 그렇게 스위스 치즈를 싫어하는 거예요. 이유가 뭐예요)

2016년 대선 유세 때 뉴욕 트럼프타워 그릴에서 타코 볼을 먹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캡처
The best taco bowls are made in Trump Tower Grill. I love Hispanics!”
(최고의 타코 볼은 트럼프타워 그릴에 있습니다. 히스패닉 사랑해요)
2016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습니다.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출마 선언 때 이렇게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Mexico is bringing to us drugs, crime and rapists.”(멕시코는 우리에게 마약과 범죄, 강간범들을 데려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음식을 먹는 것으로 히스패닉 지지율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멕시코 축제일인 씽코 데 마요(Cinco de Mayo) 때 타코 볼(taco bowl)을 먹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타코 볼은 둥근 그릇처럼 만든 토르티야에 고기, 채소, 치즈, 과카몰리(으깬 아보카도) 등을 섞은 샐러드입니다.

사진과 함께 올린 메시지입니다. 레스토랑 선전인지 히스패닉 구애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멕시코 기념일에 멕시코 전통 음식을 먹으려면 히스패닉 동네에 가야 하지만 뉴욕 한복판의 자기 소유 음식점에 먹는 무신경을 보여준 것입니다. 뉴욕 트럼프타워 그릴은 음식값이 비싼 곳입니다. 메뉴판에 나온 타코 볼 가격은 18달러, 팁까지 합쳐 23달러에 샐러드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맛도 별로입니다. 트럼프타워 그릴에서 타코 볼을 시식한 뉴욕 음식 잡지는 이렇게 혹평했습니다. “Fried tortilla bowl heaped with romaine lettuce, grated yellow cheese, and plain ground beef that was so devoid of flavor, it rendered an insult to Mexicans.”(로메인 상추, 노란 치즈 가루, 평범한 간 쇠고기 등을 쌓아 올린 토르티야 볼은 너무 맛이 없어 멕시코인들에게 모욕이 될 지경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이런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I love Hispanics - Trump, 52 minutes ago. They’re gonna be deported - Trump, yesterday.”(히스패닉 사랑해요 – 52분 전 트럼프. 히스패닉 강제 추방 – 어제 트럼프). 그래도 힐러리 후보는 점잖은 편입니다. 한 정치인의 메시지입니다. “Holy guacamole, what a dipshit”(아이고, 이 한심한 사람아). ‘holy guacamole’(홀리 과카몰리)는 ‘리’로 끝나는 두 단어의 운율이 맞춘 감탄사입니다. 황당한 상황에서 씁니다. 욕설인 ‘dipshit’(딥쉿)은 ‘dippy’(멍청한)와 ‘shit’(놈)이 합쳐졌습니다.

2016년 대선 유세 때 뉴욕 레스토랑에서 치즈케이크를 먹지 않고 바라만 보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오른쪽).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m sitting here just pining. Pining for a bite.”
(나는 여기 앉아 간절하게 원한다. 한 입을 간절히 원한다)
음식을 먹을 때 여성 정치인에게는 남성과 다른 잣대가 작용합니다. 입을 쩍 벌리고 먹음직스럽게 먹으면 남성은 점수를 얻지만, 여성은 점수가 깎입니다.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됩니다. 여성은 얌전하게(elegantly)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 통념입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2016년 대선 유세 때 뉴욕의 디저트 맛집 ‘주니어스 치즈케이크(Junior’s Cheesecake)에 들렀습니다.

옆자리 수행원들은 맛있게 먹지만 끝까지 포크를 들지 않는 힐러리. 얼마나 먹고 싶은지 치즈케이크를 곁눈질로 바라보는 간절한 눈빛이 화제가 됐습니다. 기자들이 먹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I learned early on not to eat in front of all of you”(여러분들 앞에서 먹지 말아야 한다는 진리를 일찍 터득했다). 먹는 장면이 찍히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pine’(파인)은 소나무를 말합니다, 여기서는 동사로 간절히 원한다는 뜻입니다. ‘pain’(고통)에서 유래했습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원한다는 뜻입니다.

치즈케이크 한 조각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힐러리의 모습에 많은 여성이 공감했습니다. 며칠 뒤 스티븐 콜베어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콜베어는 힐러리를 뉴욕 명소 ‘카네기 델리’(Carnegie Deli)로 데려가 이렇게 위로했습니다. “Let me show you how to properly eat New York cheesecake”(뉴욕 치즈케이크를 제대로 먹는 방법을 보여주겠다). 한 손에 쥔 포크로 치즈케이크를 조금 뜬 뒤 다른 한 손으로 나머지 케이크를 손에 들고 마음껏 먹습니다. 포크의 치즈케이크는 기자에게 먹으라고 줍니다. 콜베어의 충고입니다. “This is humanizing,”(이런 게 인간적이다)

명언의 품격

2012년 대선 유세에서 핫도그를 먹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골과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하버드대 출신의 지적인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고, 흑인의 거주 패턴이 도시 위주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도시적 이미지는 미국의 시골로 통하는 중서부에서 유세를 벌일 때 장애물로 작용했습니다. 2008년 대선 후보로 아이오와 옥수수밭에서 농부들 앞에 섰습니다. 일단 농촌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고 들어갔습니다. “I don’t pretend to know everything there is to know about agricultural issues”(농업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척하지 않겠다). 농부들이 호응하지 않자 분위기를 바꾸려고 슈퍼마켓 얘기를 꺼냈습니다.
Anybody gone into Whole Foods lately? See what they charge for arugula?”
(최근 홀 푸드에 가본 적 있습니까. 아르굴라를 얼마나 파는지 압니까)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발언이었습니다. ‘Whole Foods’와 ‘argula’가 문제였습니다. 홀 푸드(Whole Foods)는 유기농 농산물을 주로 파는 대형 슈퍼마켓입니다. 도시 소비자들의 유기농 수요가 높아지면서 급속 성장했습니다. 농촌에서 도시형 슈퍼마켓을 찾으니 농부들은 기분이 상했습니다. 오바마 후보가 이 발언을 했을 때 아이오와에는 홀 푸드가 없었습니다.

아르굴라(arugula)는 샐러드에 들어가는 고급 채소입니다. 한국에서는 루콜라(rucola)로 불립니다. 옥수수, 감자가 특산물인 아이오와 농부들은 많은 채소 놔두고 하필 아르굴라를 거론한 오바마 후보에게 기분이 상했습니다. 샐러드를 먹으며 잘난 척하는 동부 인텔리처럼 보였습니다. 오바마의 날씬한 체형이 이를 증명했습니다. ‘아르굴라 게이트’로 불릴 정도로 논란이 됐습니다. 서민들의 아침 식사인 와플과 소시지가 입에 맞지 않아 남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바마=고급 입맛’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습니다. 뉴욕타임스 명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This is clearly a man who can’t wait to get back to his organic scrambled egg whites”(확실히 유기농 달걀흰자 요리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인 사람이다). 아르굴라 게이트를 겪은 오바마 후보는 기름진 음식을 좋아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핫도그, 나초 등 고칼로리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실전 보케 360

미성년자 음란물 소지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 영국 BBC 방송 앵커 휴 에드워즈. 런던 웨스트민스터 법원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미성년자 음란물 스캔들로 영국을 충격에 빠뜨린 BBC 앵커 휴 에드워즈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습니다. 최근 런던 웨스트민스터 법원은 미성년자 음란물 소지 등의 혐의로 기소된 에드워즈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7년 동안 성범죄자로 기록된다는 선고도 받았습니다.

에드워즈는 BBC 저녁 메인 뉴스를 20년 동안 진행하며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타계,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등 중요 행사 중계를 도맡아 왔습니다. 지난해 미성년자 음란물 사진을 구매한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신뢰받는 앵커의 두 얼굴은 영국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BBC도 비난을 받았습니다. 에드워즈가 체포된 뒤 해고도 하지 않고 억대급 급여도 그대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BBC는 부랴부랴 에드워즈로부터 급여 회수에 나섰습니다.

집행유예 판결은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실형을 예상했던 에드워즈는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안도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가 선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범행 당시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아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릴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선고를 내린 폴 골드스프링 판사는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명성이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It is not an exaggeration to say your long-earned reputation is in tatters.”
(오랫동안 쌓아온 당신의 명성이 무너졌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tatter’(태더)는 ‘찢는다’입니다. 그냥 한 번 쭉 찢는 것이 아니라 갈기갈기 찢는 것을 말합니다. 복수형 ‘tatters’는 넝마를 말합니다. ‘in tatters’는 너덜너덜 찢긴 상태를 말합니다. “My heart is in tatters.” 마음이 갈기갈기 찢겼다는 뜻입니다. ‘tatters’ 대신 ‘rags’(랙스)를 써도 됩니다. ‘rags’는 걸레를 말합니다. ‘rags and tatters’는 걸레처럼 너덜너덜한 옷을 말합니다. ‘Rags to Riches.’ 걸레(rags)에서 부자(riches)로 신분 상승을 말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1년 1월 11일 소개된 정치 그룹명에 내용입니다. 정치인들은 끼리끼리 모이는 것은 좋아합니다. 혼자일 때는 힘이 없어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그룹을 형성하면 눈에 띄고 발언권도 세집니다. 정치인들이 만든 그룹에는 재미있는 이름이 많습니다.

▶2021년 1월 11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111/104856334/1

‘쓰리 아미고스’(3명의 친구) 멤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세상을 떠나자 슬퍼하는 린지 그레이엄 의원, 미국 상원 홈페이지
정치인들은 뭉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야 세(勢)를 형성하고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목표를 위해서든, 단순 친교를 위해서든 끼리끼리 뭉친 그룹을 뭐라고 부르는지 보겠습니다.
The Dirty Dozen coup-plot is just a tiny storm in the teacup.”
(더티 더즌의 쿠데타 시도는 찻잔 속 작은 태풍일 뿐이다)
2021년 워싱턴 의사당 난입 사태의 도화선이 된 것은 12명의 극우파 공화당 의원 그룹이었습니다. “바이든 승리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라고 나섰습니다. 자신들을 ‘Dirty Dozen’이라고 불렀습니다. 군 당국이 12명의 죄수를 선발해 제2차 세계대전 전투에서 승리하는 내용의 1967년 영화 제목입니다. 의원 12명(dozen)이 죽기 살기로(dirty) 싸운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12명의 의원은 별로 영향력이 없었습니다. 태풍이 찻잔 속에서 불어봤자 바깥 세상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storm in a teacup’은 별것도 아닌 일로 법석을 떠는 것을 말합니다.
Members of the Gang of Eight were tight-lipped as they left the briefing.”
(8인조 갱 멤버들은 정보 브리핑을 받은 뒤 입을 굳게 다물고 브리핑장을 떠났다)
‘Gang of Eight’(8인조 갱)는 의회의 실세 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상원과 하원의 공화 민주 양당 대표 4명, 정보위원회 위원장과 간사 4명을 합쳐 8명입니다. 국가안보 위험 사태 백악관으로부터 기밀정보를 브리핑을 받는 멤버입니다. CNN 긴급속보를 보면 이런 말이 자주 들리는 말입니다. ‘lip’을 동사로 썼을 때는 ‘입을 움직여 말하다 ’입니다. ‘tight’는 꽉 조인 상태를 말하므로 ‘tight-lipped’는 입을 다물고 침묵하는 것을 말합니다.
I knew the Three Amigos. John would be upset from the grave.”
(내가 쓰리 아미고스를 알거든. 존이 무덤에서 화를 낼 거야)
‘Three Amigos’(3명의 친구)’는 1990∼2000년대 활동한 상원의원 3명을 말합니다.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입니다. 원래 친교를 위해 뭉친 그룹이지만 나중에는 미국이 외교적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함께 해외를 누비며 민주주의를 알렸습니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1986년 동명의 코미디 영화에서 유래한 별명입니다. 그런데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 ‘짝퉁 쓰리 아미고스’가 등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불법 공작을 벌였던 트럼프 심복 3인조를 말합니다. 이들이 자신들을 ‘쓰리 아미고스’라고 부르자 원조 멤버인 리버먼 의원이 발끈했습니다. 존은 원조 쓰리 아미고스의 리더로 2018년 세상을 떠난 매케인 의원을 가리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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