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4년5개월만의 금리인하에도…채권·주식시장 '잠잠'

강수련 기자 2024. 10.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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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선반영 인식에 채권 영향도 미미…美 연준 결정 주목
코스피는 소폭 하락…수혜주 바이오도 제한적 영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4.10.1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이미 금리인하 기대감이 채권·주식 시장에 선반영돼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진행된다면 국내 자본시장에도 훈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0.25%포인트(p) 인하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시작으로 진입한 통화 긴축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시장의 돈줄을 푸는 정책이 예상되면서 고금리 여건은 한층 완화됐다.

채권 시장 영향은 미미…美 대선·연준 결정 변수

통상 금리인하는 채권시장에 호재로 인식된다. 채권은 이자 지급을 약속하는 만큼 기준 금리가 낮아지면 기존 채권의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의 금리인하가 채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미국의 '빅컷' 단행 시점부터 한국의 금리인하는 어느 정도 예정된 이벤트가 됐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인하가 금융안정을 위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인하'인 점, 향후 3개월 금리동결을 주장한 금통위원이 5명에 달한 점도 채권시장에 미칠 단기적 영향을 제한했다. 전날 미국의 물가·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여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춘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오래전부터 예상돼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다"며 "현재로서는 다른 금리들이 기준 금리보다 낮게 형성되는 국면도 있어 당장 추가적으로 금리가 더 빠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공 연구원은 내년 1분기 말 금통위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오는 11월 진행되는 미국 대선 결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하 수준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빅컷 당시인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구위원 중 일부가 25pb 인하를 더 선호했던 만큼 추가 빅컷보다는 25bp 인하가 유력해졌다.

그럼에도 채권이 여전히 강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상 기준금리가 내린 뒤 시장금리가 완만하게 추종 하락하면서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소수의견이 있는 기준금리 인하 단행에도 채권시장은 강세 흐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4.80포인트(0.19%) 오른 2,599.16에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6포인트(0.35%) 내린 775.48에 마감했다. 2024.10.1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금리인하에도 코스피 '무반응'…영향 제한적

주식시장에서도 금리 인하 영향력은 미미했다. 오히려 코스피는 금리인하 당일 소폭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25p(0.09%) 하락한 2596.91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2621선까지 올랐지만 오후 반락했다.

외국인이 6012억 원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은 2702억 원, 개인은 2905억 원 각각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을 마무리하며 기준금리를 3.25%로 0.25% 인하한다고 발표한 이후 코스피는 오히려 상승 폭이 줄었다"며 "선반영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인하는 미 연준의 빅컷 시점에 어느 정도 주가에 반영이 됐다"며 "우리 증시는 국내 통화정책보다는 미국 통화정책에 의존도가 높아 이번 금리인하를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크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한국보다 미국 금리인하가 더 중요하다"며 "이후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가 유지된다면 한국도 내려가겠지만 드라마틱한 결과를 이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금리인하 수혜주로 분류되는 제약·바이오 분야 등에서 제한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196170)은 전일 대비 4.61% 오르며 시총 20조를 돌파했다. 이외에도 대웅제약(069620)(7.11%), 에이비엘바이오(298380)(15.4%) 등 바이오 업종이 강세였다.

김 수석연구원은 "금리인하 수혜주는 고주가수익비율(PER) 업종인 바이오·인터넷·배터리"라며 "인터넷과 게임은 성장 모멘텀이 둔화돼 있다. 성장과 실적이 나오면서 수혜가 가능한 곳은 업종은 바이오"라고 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리인하 시기 호재보다는 작게 작용할 것"이라며 "인터넷, 반도체 업종에도 주가에 이미 선반영됐기 때문에 금리인하보다는 업황이나 투자심리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분석했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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