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한소은 “미친 애 아냐? 했던 다은이, 욕 먹을까 걱정했는데”[EN:인터뷰①]

박아름 2024. 10. 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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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심스토리
사진=MBC ‘백설공주’ 방송 캡쳐

[뉴스엔 박아름 기자]

"욕을 먹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고 기뻤다."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하 ‘백설공주’/연출 변영주/극본 서주연)이 10월 4일 인기리에 종영했다.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로, 지난 8월 16일 첫 방송됐다. 1회 2.8% 시청률로 출발한 ‘백설공주’는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의 미친 연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자랑하며 시청자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꾸준한 상승세 끝에 최종회 시청률 8.8%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2년 6월 촬영을 마친 ‘백설공주’는 우여곡절 끝에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극 중 창고에서 벌어진 두 건의 살인사건 진실이 11년 만에 밝혀졌듯 2년 넘게 묵혀뒀던 드라마가 세상에 공개되고 수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는 상당했다. 이는 배우들에게도 기적같은 일이었다.

'백설공주'에 참여한 한소은은 “이렇게까지 시청률이 잘 나올지 몰랐다. 작품이 나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방송이 되고 너무 잘됐다. 그 잘되는 정도가 내가 했던 작품들 중 제일 잘 됐기 때문에 너무 기뻤다”고 감격스런 심경을 전했다.

무엇보다 시청률 20%에 육박했던 경쟁작 SBS 금토드라마 ‘굿 파트너’의 매서운 기세 속 ‘백설공주’의 선전은 기적과도 같았다.

“나보다도 엄마가 더 좋아하셨다. 엄마한테 항상 전화가 왔다. 항상 ‘오늘 시청률 몇 %다’고 하시다가 초반에 확 바뀌었던 적이 있었는데 시청률 정말 많이 올랐다고 하시더라. 나는 안 믿기기도 하면서 이런 소재의 드라마가 시청자한테 먹혔구나 싶었다. 나한테 이 드라마는 로맨스나 힐링 드라마가 아니라 사회고발로 느껴졌다. 무천시 안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힘들고 다은이란 캐릭터도 너무 자극적이고 드라마로서 풀어내기엔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아 괜찮을까 싶었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은이란 캐릭터가 욕을 많이 먹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다행이고 기뻤다. 2년동안 묵혀있다가 빛을 발하니까 울컥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드라마일 수도 있는데 나온 것 자체만으로도 기뻤는데 잘되니까 더 좋았다.”

‘백설공주’에 대한 주변 반응도 뜨거웠다. 한소은은 “부모님은 나보다 더 잘 챙겨줄 정도로 TV를 보시고 후기도 알려주셨다. 유독 ‘백설공주’에 대해선 ‘오늘은 너가 안 나왔네’ 하면서 다른 드라마보다 더 좋아해주셨다. 부모님이 보시기에도 부담 없는 장르였던 것 같다. 이건 살인사건, 시골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보니 부모님이 너무 재밌다고, 14부작으로 끝난 게 너무 아쉽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과연 무엇이 '백설공주'를 성공에 이르게 한 것일까. '백설공주'는 한 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드라마라 불리며 종영 후에도 많은 여운을 남겼다. 한소은은 “사회에 대한 고발이 있다. 인간의 본질적인 이기심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악마로 만드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그걸 전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렇게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어렸을 때부터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자주 봐서 이 이야기보다 더 심한 실제 사건들도 많았는데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백설공주’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고정우가 아닌 누가 박다은과 심보영을 죽였는지 범인에 대한 많은 추측을 낳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한소은은 결말과 범인을 궁금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에 대해선 함구했다. 스포일러 금지 차원이었을까. 한소은은 “주변에서 범인이 누구냐고 물어보곤 했는데 사실 나도 너무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안 났다. 그래서 ‘나도 드라마를 봐야 한다. 미안한데 나도 모른다’고 했다.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시간들이 었어 진짜 기억이 안 났다. 나도 드라마를 보면서 마치 처음 보는 사람마냥 너무 궁금하더라”고 어쩔 수 없이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반전 사연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역추적 스릴러물답게 방영 내내 살인사건 진범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 '백설공주'. 심지어 중반부엔 박다은이 살아있을 거란 추리까지도 고개를 들었다. 한소은은 “다은이가 살아있단 반응이 재밌었다. 수오(이가섭 분)가 시체를 유기했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나도 촬영하면서 소름 끼쳤다. 정말 정상적인 캐릭터가 없더라”며 웃었다.

한소은은 고정우(변요한 분) 학창시절 여자친구 박다은으로 분했다. 박다은은 하얀 피부에 청순가련하고 신비로운 미모를 지닌 인물로, 고등학생 고정우가 첫눈에 반하는 캐릭터였다.

한소은은 시놉시스와 대본을 읽고 나서 처음엔 박다은 캐릭터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소은은 “박다은은 내가 보기에도 불편한 아이였다. 내가 고등학교 다녔을 때 이런 아이가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인물처럼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캐릭터랑 나랑 이해 지점이 좁혀져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 내가 봐도 '미친 애 아니야?' 싶었는데 ‘얘는 왜 그랬을까?’부터 접근했다. 극 중 성장 과정이라든지 이 친구의 서사가 안 나왔다. 그래서 내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박다은 캐릭터를 만들어가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이어 한소은은 “부모님 없이 할머니 손에서 커왔고 이 친구는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서 자존감도 낮고 애정결핍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 욕망을 채우기 위한 조건들이 박형식(공정환 분)과의 만남을 통해 채워지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아빠 없이 자랐기 때문에 물질적인 것들을 해줄 수 있었던 게 박형식이었고 그런 식으로 계속 접근하면서 최대한 이 친구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했다. 촬영하면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긴 했으나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을 두고 어른들이 다은이란 아이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무천 고등학교 최고 킹카였던 고정우가 첫눈에 반할만큼 예뻐야 하는 역할이었기에 외모도 신경써야 했다. 한소은은 “최대한 예뻐야 한다고 해 메이크업이든 헤어든 그렇게 꾸몄고 어른스러운 원피스를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를 두고 원조교제에 뛰어들만큼 결코 모범적이지 않았던 박다은. 실제 한소은의 학창시절도 궁금해졌다. 한소은은 “지금이랑은 많이 달랐는데 워낙 친구들을 웃게 하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개그우먼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주변을 즐겁게 해줬다. 내가 말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웃으면 행복했다. 되게 활발하고 코믹한 친구였다. 근데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의 난 내성적으로 바뀌었다. 딱히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대구에서 혼자 서울로 올라와 지내다보니 조금씩 말이 없어지다가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다은은 11년 전 사망해 시신으로 뒤늦게 발견된 탓에 고교 친구들을 연기한 변요한, 고보결, 이가섭, 이우제, 이태구, 장하은 등 다른 배우들에 비해 신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한소은은 “이미 대본에 그 정도 분량을 보고 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 단지 아쉬웠던 건 다은이 서사가 조금 더 있었으면 했던 것”이라며 “‘다은이 서사가 더 있었다면 시청자들도 다은이 마음에 조금은 공감을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댓글이나 포털사이트 반응들을 보면 다은이를 나쁜 아이로 보는 사람들이 많더라.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왜 이래?’라고 생각했는데 과거를 생각하다 보면 ‘사회가 이 친구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다은이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그런 서사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박다은 캐릭터에 의문을 가졌던 건 어떻게 킹카인 고정우를 두고 나이 많은 유부남인 박형식과 양다리를 걸칠 수 있냐는 것. 한소은은 “마음적으로는 좋아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의사 선생님 박형식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런 환경들 속 자존감이 낮고 애정결핍이 있고 그런 친구이다 보니까 박형식이 더 다은이를 충족시켜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사실 왜 저러지 싶을 정도로 다은이의 행동에 100% 공감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소은은 방영 내내 시청자 반응을 챙겨봤다. 한소은은 “박다은 캐릭터와 관련, ‘걸레’라는 대사가 있어서 그런 표현이 있는 자극적인 댓글을 볼 때마다 내가 이입이 될 수밖에 없어서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한 번씩만 훑어보고 자세하게는 못 보겠더라”고 털어놨다.

한소은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박다은의 죽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소은은 “다은이가 죽는다는 걸 알았을 때 불쌍했다. 학생으로서 그럼 안되지만 죽음으로는 돌을 던질 순 없는 건데 어른들이나 친구들마저도 ‘걸레’라 하면서 당해도 싸다는 식의 반응이니까 말이다. 분명 다은이가 그렇게 된 계기가 있었을텐데 서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랬다면 사람들이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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