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 18→20%확대, 자충수일까 [투자360]
거래량 미달 시 상폐 요건, 패시브 이탈 여부 ‘관건’
MBK 외국인·차익거래 타깃, 최대주주 지위 유지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을 기존 18%에서 20%로 확대한다. 직접 추산했다고 밝힌 고려아연 유통주식을 모두 거두겠다는 의미다.
주주의 청약 불발 불안을 해소한다는 목표지만 공개매수 종료 이후 유통주가 사라지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우선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 의결권 지분이 더욱 강화된다. 게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유통주 기준치 미달은 상장폐지 요건 중 하나다. 상폐 가능성을 우려해 패시브펀드(Passive Fund)의 비중 축소가 이뤄져 공개매수 청약 물량이 예상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고려아연은 11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올리고 최대 매수 한도를 전체 주식의 18%에서 20%로 높인다고 밝혔다. MBK와 영풍의 경영권 강화를 견제하기 위한 마지막 조치다. MBK 측은 오는 14일까지 주당 83만원에 최대 14.6% 지분 확보를 목표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최 회장의 매수 물량 확대는 다른 관점에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실질적으로 응할 수 있는 유통주식은 20% 미만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집계에 ▷기보유 자사주(2.4%) ▷사업 파트너 지분(15%) ▷국민연금(7.8%) ▷지수 추종 패시브펀드(5.9%) 등이 제외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패시브펀드의 변동성에 주목한다.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다고 밝힌 만큼 패시브펀드의 지분율이 높아지게 된다. 만약 패시브펀드에서 1주도 정리하지 않고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소각까지 이뤄지면 지분율은 7%로 상향된다. 기계적으로 비중을 맞추는 특성상 기존 지분율 5.9%를 유지하는 선에서 물량을 미리 정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려아연이 유통주라고 집계한 물량을 모두 거둬들이는 점도 패시브 펀드의 투자 유인을 낮추는 요소다.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반기 월평균거래량이 유동주식수의 1%에 미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두 반기 연속 거래량이 미달되면 상장폐지요건에 부합한다. 거래량 미달 가능성에 노출되면 패시브펀드의 비중 축소가 이뤄지고 이에 따른 공개매수 참여 물량이 20%를 초과할 여지도 생긴다.
최 회장 계획대로 MBK 공개매수에 주주가 1주도 응모하지 않고 자사주 공개매수가 목표치를 달성해도 경영권을 방어했다고 평가하기에 모호하다. 이 경우 최대주주인 MBK와 영풍의 의결권도 강화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 20% 가운데 소각 대상은 고려아연이 취득하는 17.5%다. 이를 전량 소각할 경우 현재 33.1%인 MBK와 영풍 측 지분율은 40.1%로 높아진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기존 15.6%에서 19% 수준으로 높아진다. 최 회장의 우호주주인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로 보유할 지분 약 3%를 합산해도 22%로 MBK와 영풍 연합의 2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나 한화 등 고려아연 사업 파트너가 소유한 지분을 최 회장 백기사로 정의할 근거 역시 빈약하다. 양사 모두 이번 분쟁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차 기획조정1실 김우주 본부장은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지만 이번 자사주 취득을 결의한 세 차례 이사회에 모두 불참하기도 했다.
MBK는 이제 공개매수 성적표를 받아보기까지 하루 남기고 있다. 당초 목표대로 해외 기관의 청약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 기관은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아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대비 MBK 측 참여 유인이 높을 수 있다. 해외 기관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면 차익에 15%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시작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누적 거래 기준 순매수를 기록한 투자자에 외국인(1351억원)이 포함된 상태다. 이 외에는 기타법인(1219억원)이 있다.
더불어 MBK는 단기 차익을 기대하는 기관 주주의 참여도 기대한다. 통상 공개매수 시 개인 주주는 양도소득세 22%를 피하기 위해 장내 매매로 수익 실현에 나서고 이때 단기 수익을 기대하는 기관이 개인 물량을 사들이는 패턴을 보인다. 고려아연 시가는 79만원대로 MBK 공개매수가 83만원 대비 수익 실현은 가능하다.
MBK와 최 회장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공개매수 이후 행보 역시 관심거리다. 양측 모두 고려아연 주주로 남아 의결권을 나눠 갖는 만큼 이사회 의석 확보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ar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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