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한국산" 일본 안방 차지했는데…삼성·LG 바짝 긴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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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TV가 자국 시장에서 한국 TV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수도권 대학의 한 전기공학과 교수는 "모바일·반도체 등 부문에 비해 TV는 원가가 높고 수요 위축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지속 악화하는 추세"라며 "원가 절감보다는 지속적인 투자 확대로 점유율 방어에 나서지 않으면 삼성·LG도 일본처럼 점유율 1위를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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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TV가 자국 시장에서 한국 TV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신기술 투자 부족과 경직된 조직 문화 등 성장 동력의 저하 탓으로, 삼성·LG 등 기업도 TV 점유율 방어를 위해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와 샤프, 도시바 등 일본 주요 TV 업체의 점유율은 지속 하락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상반기 일본 내 70형 OLED TV 시장에서 LG전자가 35.1%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니(25.4%)는 물론 샤프(22.6%), 파나소닉(10.1%)을 큰 폭으로 따돌린 수치다. 지난해 일본 시장 1위는 소니로, 점유율 50%를 웃돌았다.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도 일본 브랜드의 평가는 악화일로다. 지난해 미국에서 삼성전자(36.3%)와 LG전자(18.9%)의 점유율을 합치면 과반이 넘지만, 일본 업체는 소니(7.9%)를 제외하면 TCL(9.0%)이나 하이센스(7.4%) 등 중국 브랜드에도 크게 뒤진다. 미국 소비자만족지수협회(ACSI)도 삼성전자(84점)와 LG전자(82점)를 각각 1, 2위로 꼽으며 소니(81점)를 하이센스·TCL과 비슷한 점수를 줬다.
2000년대 초반 일본 TV는 우수한 휘도(밝기)의 CRT(진공관) TV를 앞세워 2억대 이상을 판매하는 등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나, LCD나 OLED 등 평판 TV 투자 전쟁에서 밀려나면서 삼성·LG전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국내 제조사가 LCD, OLED 패널 기술을 일찌감치 확보하고 초대형 TV부터 중소형 모니터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구축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지 업계는 대형 TV업체가 원가 절감에 나서면서 연구개발비를 줄이고, 독자 기술 확보에 실패한 것을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디스플레이 자회사를 갖추고 LCD·OLED, 마이크로 LED 등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한국·중국 업체와 다르게, 패널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해 원가 부담은 물론 기술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나카타 유키히코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액정산업에서 일본의 경쟁력' 보고서를 통해 "비전을 가지고 투자한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대형 투자가 늦었고 자체 기술도 갖고 있지 못해 몰락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일본 TV의 부진은 중국 업체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 TV 업계에도 의미가 크다. 삼성·LG TV는 각각 OLED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볼륨존(대중 시장)에서는 투자를 늘리는 TCL·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와의 추격이 매섭다. TCL 한 곳이 최근 15년간 디스플레이 부문에만 투자한 금액은 2600억 위안(한화 약 49조 5000억원)이 넘는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15%)와 LG전자(9%)의 출하량과 TCL(11%), 하이센스(10%), 샤오미(4%)와의 격차도 크게 좁혀졌다.
수도권 대학의 한 전기공학과 교수는 "모바일·반도체 등 부문에 비해 TV는 원가가 높고 수요 위축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지속 악화하는 추세"라며 "원가 절감보다는 지속적인 투자 확대로 점유율 방어에 나서지 않으면 삼성·LG도 일본처럼 점유율 1위를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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