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잊었다" 분노 가라앉힌 오타니, 오직 5차전 승리…하필 '천적' 다르빗슈라니
[OSEN=이상학 기자] 심판을 향한 분노를 가라앉힌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오직 승리만을 바라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첫 가을야구가 여기서 끝날지, 계속 이어질지가 달린 승부다.
오타니가 속한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에서 2승2패 동률로 맞서있다. 12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최종 5차전, 승자 독식 게임을 치른다.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샌디에이고는 다르빗슈 유가 각각 선발투수로 나선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일본인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이 이뤄진 건 사상 처음. 여기에 오타니라는 슈퍼스타까지 일본인 선수들이 5차전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타니는 1차전에서 2회 동점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며 역전승을 이끌었지만 2차전은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3차전도 4타수 1안타 2삼진으로 힘을 쓰지 못해 다저스가 벼랑 끝으로 몰렸지만 4차전에서 오타니가 2회 적시타 포함 3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으로 3출루 활약을 펼치며 2승2패 균형을 맞췄다.
이번 NLDS 4경기 타율 2할5푼(16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 3득점 2볼넷 7삼진 출루율 .333 장타율 .438 OPS .771로 정규시즌에 비해 화력이 떨어진 오타니이지만 풍부함 감정 표현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1차전에서 홈런을 친 뒤 화끈한 배트 플립을 선보인 오타니는 4차전에서 전에 볼 수 없던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4회 볼넷으로 나간 뒤 무키 베츠의 중견수 뜬공 때 과감하게 태그업해 2루에 진루한 오타니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안타 때 돌발 상황을 마주했다. 좌익선상으로 빠질 것 같은 타구에 샌디에이고 3루수 매니 마차도가 글러브 뻗었다. 그런데 마차도의 글러브 끝에 맞고 굴절된 타구는 심판의 왼팔을 맞고 아래로 떨어졌다.
3루심 마크 리퍼거 심판은 타구를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치면서 왼팔을 들어 페어 선언했다. 의도치 않은 불가항력적 상황이었지만 샌디에이고를 도와준 모양새가 됐다. 심판 발 밑에 떨어진 공을 마차도가 빠르게 주워 홈에 던졌고, 오타니가 그대로 아웃되면서 이닝 종료. 덕아웃에서 태블릿PC로 상황을 다시 본 오타니가 인상을 찌푸린 채 소리를 치며 욕설을 내뱉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동안 늘 모범적이고, 선한 인상이었던 오타니라서 낯선 장면이었다.
5차전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 장면에 대한 질문이 오타니에게 향했다. 이에 오타니는 “다 잊고 있었다”며 웃어 넘겼다.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이어지는 감정 표현에 대해선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경기는 다르다. 많은 선수들이 감정을 드러내면서 경기를 하게 된다. 나도 그 일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 스스로 이런 감정 표현에 대해 놀라진 않는다. 감정적인 것이 좋고 나쁜 것을 떠나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좋은 것 같다”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거의 다 잊었다. 내일(12일) 경기에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5차전 필승 의지를 나타냈다.
다저스가 승리하기 위해선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다르빗슈를 무너뜨려야 한다. 다르빗슈는 2차전에서 7이닝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다저스를 압도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오타니도 다르빗슈 상대로 1회 헛스윙 삼진, 3회 1루 땅볼, 6회 투수 땅볼에 그치며 3타수 무안타로 막혔다. 정규시즌 통산 전적도 5타수 1안타 2삼진으로 다르빗슈에게 약했다.
오타니는 “다르빗슈는 분명 좋은 투수이고, 우리 상대로도 잘 던졌다. 매우 교묘하게 던지는 투수다. 한 가지 공에 의존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잘 던질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나와 우리 팀 모두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야마모토와 다르빗슈의 선발 대결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면 탈락인 게임에서 오타니, 야마모토를 상대하게 된 다르빗슈도 흔치 않은 상황을 반겼다. 그는 “일본 선수들이 예전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 일본 야구에 있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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