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기후 위기와 싸우고 있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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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기자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였다.
울산에서 사건 취재가 끝나고 형사와 고래고기를 먹는데, 그가 "이 고기도 아마 익사당한 고래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어민들이 친 그물에 고래가 종종 걸리는데 발견하면 풀어주지 않고 돌아갔다가 다음 날 다시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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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고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할 인류의 미래에 관해 기술했다. 선사시대 포경 장면이 그려진 울산 반구대암각화를 남긴 수수께끼 부족 이야기, 한국 포경의 역사, 2010년대 전개된 제돌이 등 돌고래 해방운동, 일본·아이슬란드·캐나다 세일리시해 등의 수족관 돌고래 상황과 야생 고래 서식지 등에서 벌어지는 일 등을 20년 가까이 취재한 결과를 통해 낱낱이 파헤쳤다.
‘지구의 대기, 바다, 땅 그리고 다양한 생물종이 맺는 역학 관계가 교란되면서,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지구의 물리화학적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다. 리벳 하나가 비행기를 추락시킨다. 점점 더 많은 볼트와 너트, 리벳이 녹슬어 빠져나가고 있다. 재앙을 부르는 작은 것, 사건의 중심에 고래가 있다.’(13장 ‘기후변화와 싸우는 고래’ 중)
저자는 기후 위기 시대에 고래는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려주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 말한다. 그 예로 인공적으로 탄소를 포집해 해저에 저장하느라 엄청난 비용을 쓰는 것보다, 지구의 안정적인 탄소 순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고래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라고 제안한다. 우리에게 닥친 기후 위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각성시킨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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