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나달
내달 데이비스컵 끝으로 은퇴
2000년대 세계 남자 테니스의 ‘빅3′ 중 한 명이었던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식 은퇴를 발표했다. 나달은 지난 10일 X(옛 트위터) 영상 편지를 통해 “지난 2년은 정말 힘든 시기였다. 어려운 결정이었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면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고 성공적이었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을 적절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나달은 최근 수년간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고관절 부상 중이었던 작년 5월 프랑스 오픈 불참을 밝히면서 올해가 현역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올해는 허벅지 부상 탓에 호주 오픈에 불참했고, 프랑스 오픈에선 1회전에서 탈락했다. 윔블던을 건너뛰고 참가했던 파리 올림픽(8월)에선 2회전에서 만난 조코비치에 졌다. US 오픈도 불참했다.
24년 동안 프로 선수로 활약한 나달의 고별 무대는 다음 달 열리는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다. 스페인은 11월 20일 말라가에서 네덜란드와 8강전을 벌인다. 나달은 “프로 선수로 처음 커다란 기쁨을 누렸던 것이 2004년 데이비스컵에서 우승했을 때였다. 완벽한 원을 그린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달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22번 정상에 올랐다. 24회 우승한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로저 페더러(43·스위스)가 20회로 3위다. 특히 나달은 프랑스 오픈에서 14회나 우승해 ‘클레이 코트의 제왕’으로 불렸다. 이 대회 통산 112승 4패라는 신화를 남겼다. 나달이 2008년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를 상대로 5세트(5시간12분) 끝에 이겼던 경기는 전설적 명승부로 꼽힌다. 나달은 4대 메이저뿐 아니라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걸며 커리어 골든 슬램까지 달성했다.
페더러가 ‘빅3′ 중 가장 이른 2022년 9월 은퇴했고, 나달도 은퇴를 앞두고 있어 조코비치가 한동안 메이저 최다 우승자로 남을 전망이다.
포기하지 않고 코트를 누비는 특유의 스타일로 시대를 풍미했던 그에게 동료 선수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페더러는 “잊을 수 없는 추억, 우리가 사랑하는 경기에서 이룬 당신의 놀라운 업적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나달은 2년 전 레이버컵(유럽-월드팀 대항전)에서 페더러의 마지막 경기였던 복식 경기를 함께 뛰었고, 그의 은퇴식 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달과 60번 맞대결을 펼쳐 31승 29패를 기록했던 조코비치는 “당신은 수백만 명 어린이가 테니스를 시작하도록 영감을 줬다. 당신의 끈기, 헌신, 투지는 수십 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달을 우상으로 삼았던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세계 2위)는 “데이비스컵이 끝나고 당신이 떠날 때 정말 그리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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