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통으로 얼룩진 삶, 나는 ‘입양 생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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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선진국에서 자랐으니 한국보단 나았을 거야."
해외 입양인 당사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입양 실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입양인 대다수는 고국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갖고 방문해 친부모를 적극 찾아 나서기도 한다.
책을 읽고 나면 입양은 당사자 말고도 부모, 자녀, 배우자, 주변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그리고 생명을 다루는 존엄한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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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 찾으며 알게 된 진실 등
입양에 대한 다양한 관점 제시
◇자기 자신의 목격자들/한분영·페테르 묄레르·제인 마이달·황미정 지음/320쪽·1만9500원·글항아리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데는 모두가 꿈꾸는 나라잖아.”
남들이 툭툭 던지는 말들이 이들의 상처 난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평생 혼자 속앓이하며 정체성을 고민했던 삶. 학대와 성범죄에 노출돼도 주변에 쉽게 말도 꺼낼 수 없었던 삶. 겉보기엔 해외에서 번듯한 직업을 갖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의 이야기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인식이 달라질지 모른다.
신간은 해외 입양인 43명과 그 가족들의 자기 고백을 엮었다. 해외 입양인 당사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입양 실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입양아로서의 모진 삶을 견뎌내고 버텨냈다는 의미로 스스로 입양인이 아닌 ‘입양 생존자’로 부르는 이도 있다.
입양인 대다수는 고국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갖고 방문해 친부모를 적극 찾아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입양 과정에서 숱하게 서류 조작이 있었으며 친부모에 관한 단서도 모두 조작됐다는 걸 알게 돼 연신 좌절한다. 또 경제적 궁핍 때문에 친부모가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낸 것이 아니었다는 어두운 사실도 알게 돼 눈물짓는다.
13세 때 노르웨이 양부모에게로 입양된 잉에르토네 우엘란 신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양부모가 입양 자격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양부모와 기관이 협의해 불법을 감췄고, 그의 입양을 강행한 것이다.
불행한 유년을 보냈던 그는 입양 기관이 노르웨이 국왕으로부터 공로 훈장까지 받은 사실을 알게 되자 “불법 입양에 연루된 기관에 메달을 수여해선 안 된다”며 국왕에게 편지도 쓴다. 그는 “서양으로 입양된 건 행운일 수가 없다. 공허하다”고 고백한다.
해외 입양인을 부모로 둔 2세들의 이야기는 입양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들은 “우리 엄마가 입양된 걸 알고 있고 그 사실을 존중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면 입양은 당사자 말고도 부모, 자녀, 배우자, 주변 모두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그리고 생명을 다루는 존엄한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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