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인촌상 시상식

김기윤 기자 2024. 10. 12.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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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부문 상금 1억 원씩
이진강 인촌기념회 이사장
“수상자 보니 인촌의 헌신 떠올라”
수상자들 소감
“밀알 정신으로 끝까지 겸허하게”… “연극배우 첫 상, 후배들 빗장 열려”
“학문 더 열중하라 어깨 누르는 듯”… “상금으로 학생들-AI 中企 지원”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8회 인촌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박정자 연극배우,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KAIST 교수, 이진강 인촌기념회 이사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제38회 인촌상 시상식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1일 열렸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선생의 유지를 이어 나가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진강)와 동아일보사는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매년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날 수상자는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교육) △박정자 연극배우(언론·문화)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인문·사회)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KAIST 교수(과학·기술)로 각각 상장과 메달,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수상자 공적은 본보 9월 9일자 A8면 참조

이진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인촌상은 인촌 선생의 나라 사랑을 되새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드는 노력을 공유하기 위함”이라며 “올해 수상자들의 모습에서 민족을 위해 조용히 헌신하셨던 인촌 선생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김도연 인촌상 운영위원장은 수상자 선정 경위를 보고했다. 운영위원회는 외부 심사위원 16명을 위촉하고 후보군을 추린 뒤 6∼8월 수차례 회의를 열고 최종 수상자를 확정했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82)은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교육과 지원사업을 이끌어 왔다. 특히 장애인 학교와 지역사회의 상생과 통합을 실천하기 위해 헌신했다. ‘건물 없는 교회’로 유명한 남서울은혜교회의 원로목사로 1996년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밀알학교를 설립했다. 지체 장애를 가진 스무 살 터울 막내 여동생이 취업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들을 돕기로 했다. 유치원 등 총 13학급으로 출발한 밀알학교는 현재 초중고교, 직업 훈련 과정인 드림대학까지 총 31학급 규모다. 재학생은 총 196명. 재단에서 운영하는 굿윌스토어(기증품 판매점)는 33호점까지 확장했고 장애인 직원만 약 400명이다. 홍 이사장은 “민족의 스승들 같은 역대 인촌상 수상자의 뒤를 이어 큰 상을 받는 건 두렵다”면서도 “마지막까지 밀알 정신으로 겸허히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정자 연극배우(82)는 1962년 연극 ‘페드라’ 이후 올해까지 6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대에 오르면서 일생을 연극에 헌신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는 철학으로 160여 편의 작품에 주연, 조연, 앙상블(주·조연 제외한 배역)로 출연했다. ‘나의 종교는 연극’이라는 말로 삶의 지표를 표현했다. 1986년 연극 ‘위기의 여자’로 여성 관객들을 대거 문화 현장으로 불러내는 트렌드도 만들었으며 연극인 복지 향상에도 힘썼다. 박 배우는 시상식에서 “인촌상이 연극배우에게 처음 주어지는데 앞으로 후배에게 빗장이 열린 것 같아 더욱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 신조가 담긴 시라며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를 낭독했다.

안대회 교수(63)는 한문학 연구 권위자로 고전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18, 19세기 문집을 집중 연구해 조선시대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는 미시사 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학술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일’이라는 소신에 따라 대중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한문 자료들을 번역해 왔다. ‘택리지’ 이본을 수집해 정본을 확정하고, 주석을 붙여 번역 출간하는 등 조선 후기 풍속사와 문화예술사 연구의 기반을 구축했다. 안 교수는 “수많은 옛 문헌의 숲을 뒤져 연구하고 대중화한 30여 년의 끈기와 수고를 인정해주신 인촌기념회에 감사하다”며 “인촌상이 제 어깨를 누르며 더 진중하게 학문에 열중하라고 요구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권인소 교수(66)는 1980년대 국내 불모지였던 로보틱스·컴퓨터비전 분야에 도전해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1세대 컴퓨터비전 연구자로 200여 명의 제자를 양성했고 인공지능(AI) 컴퓨터비전 분야의 기틀을 닦았다. 최근 인간의 주의 집중을 모사한 ‘어텐션’ 모델을 컴퓨터비전으로 확장했다. 영상 인식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CBAM’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관련 논문은 2만 회가 넘는 압도적인 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권 교수는 “대학 때부터 존경한 인촌 선생의 유지를 기리는 상을 받아 영광”이라며 “상금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AI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엔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안병영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조완규 전 교육부 장관, 장석영 대한언론인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축하 공연은 박정자 배우의 후배인 뮤지컬 배우 김호영, 루나와 ‘오페라의 유령’ 주연 배우 브래드 리틀이 펼쳤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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