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전 분석]이강인 입에서 "대만족"…홍명보는 어떻게 손흥민없이 요르단을 '가볍게' 꺾었나
[암만(요르단)=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요르단전 짜릿한 복수극 뒤에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족집게 용병술과 원팀 정신이 있었다.
지난 7월, 꼭 10년만에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2기 데뷔전이었던 팔레스타인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1차전(0대0 무) 보다 2차전인 오만전(3대1 승), 오만전보다 10일에 열린 요르단과의 3차전(2대0 승)에서 더 나아진 경기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쟁취했다. 오만 원정에선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원맨쇼로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요르단전이 열린 암만국제경기장에서 그야말로 '편안한 승리'를 거둬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표팀은 전반 요르단 홈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주눅이 들었는지 쉽게 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전반 38분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재성의 헤더를 어시스트한 설영우(츠르베나즈베즈다)는 "홍명보 감독이 높이 올라가서 크로스를 자주 올릴 것을 주문했다. 나는 잘 알다시피 크로스가 좋은 선수도 아니고, 선호하지도 않지만, 박스 안에서 선수들이 잘 준비했기 때문에 골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에이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에겐 '상대 선수 2~3명이 달라붙는 수비를 한다. 그럴 때 비어있는 동료를 활용한 심플한 플레이를 펼치라'고 요구했다.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한 이강인은 실제로 사이드라인 깊숙한 곳에서 상대 선수들을 달고 다니며 드리블을 통한 탈압박과 정확판 롱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고, 경기에 차이를 만들었다. 이강인은 "경기 전 감독님이 말씀하신 부분을 생각했다. 팀이 좋은 플레이로 승리했기 때문에 매우 만족한다"고 반색했다.
승리로 가는 길은 언제나 쉽지 않다. 이날 왼쪽 공격수인 황희찬(울버햄턴)과 엄지성(스완지시티)이 전반과 후반 줄줄이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겪었다. 손흥민이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이번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명의 주요 대체자마저 활용할 수 없는 환경에 놓였다. 홍 감독은 예기치 못한 변수에 능숙하게 대처했다. '왼쪽 공격수 3옵션'인 배준호(스토크시티)와 더불어 과감한 플레이가 주특기인 공격수 오현규(헹크)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변화를 꾀했고, 이 용병술은 적중했다. 두 차례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발끝을 예열한 오현규는 후반 23분 골문 구석을 찌르는 오른발 슈팅으로 팀에 귀중한 추가골을 안겼다. A매치 12번째 경기에서 기록한 마수걸이 골이었다.
홍 감독은 팔레스타인전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과정이나 코너킥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오만전에는 이재성을 과감히 선발에서 빼고 코너킥 방식을 바꿔 결실을 맺었다. 큰 틀을 유지하되, 디테일을 만졌다. 이번에도 베테랑을 대신해 젊은 선수를 발탁했다. 조유민(샤르자)은 '임시주장' 김민재(바이에른뮌헨)의 파트너로 군더더기없는 활약으로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홍 감독의 런던 동메달 신화의 뒷받침이 된 '원팀 정신'도 돋보였다. 경기장과 라커룸에서 절대적인 존재인 손흥민의 커다란 공백은 단단한 조직력으로 극복했다. 설영우는 "(손)흥민이형의 영향력은 크지만, 흥민이형이 빠진다고 우리팀이 약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손흥민이 빠졌기 때문에)선수들이 더 잘 준비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이재성은 "손흥민을 대신한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내가 팀을 이끌기보단 팀원들끼리 잘 이야기해서 한 팀으로 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원팀'에는 당연히 홍명보 감독과 손흥민도 포함된다. 조현우는 "유튜브에서 말하는 내용은 모른다. 대표팀 내부적으론 (감독에 대한)신뢰가 있다,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라서 선수들이 잘 따라가고 있다. 이대로 계속 좋은 경기를 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날 기술지역에서 평소보다 많은 움직임과 제스쳐로 팀을 적극적으로 지휘했다. 손흥민은 경기 전 잊지 않고 선수들에게 '승리 기원 메시지'를 보내 용기를 북돋웠다. 한국 축구는 클린스만 시절의 '잃어버린 1년'과 대한축구협회의 촌극 행정이 빚어낸 5개월간의 감독 공백 사태를 딛고 조금씩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암만(요르단)=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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