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측, 매수가 더 올리고 물량도 늘렸다
사모펀드 MBK·영풍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11일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했다. 고려아연 공개 매수 가격은 1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영풍정밀 매수 가격은 주당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높였다.
지난달 13일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한 MBK는 지금까지 두 차례 매수 가격을 인상했고, 고려아연 측은 이번이 첫 인상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고려아연과 MBK 측의 불공정 거래 여부를 조사하라”며 가격 경쟁이 과열된 것을 지적하는 등 금융 당국이 이 분쟁에 개입하면서, MBK는 지난 9일 “더는 공개 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은 이번에 확실하게 경영권 방어를 하기 위해 금융 당국 우려에도 이날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날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선 최대 매입 수량도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7.5%에서 약 20%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물량 대부분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날 매수 가격이 함께 올라간 영풍정밀의 경우, 고려아연의 관계사로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계속 공개 매수 대상이 돼왔다.
하루 전인 10일까지만 해도 MBK와 고려아연 측이 주주들에게 제시한 공개 매수 가격은 고려아연 주당 83만원, 영풍정밀 주당 3만원으로 똑같았다. 이를 놓고 고려아연 측이 좀 더 불리한 상황이란 지적이 많았다. 자사주 공개매수의 경우 MBK 측과 달리 양도소득세가 아닌 배당소득세가 적용되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하면 비용이 더 들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고려아연 공개 매수 가격의 경우 상향될 때마다 상승폭이 10%가 넘었는데, 이날은 인상 폭이 7%에 그치며, 주당 90만원대 진입을 피했다. 재계에선 “고려아연이 가격을 올렸지만 금융 당국을 의식해 부담이 컸을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에서 “오늘 의결 사항은 시장 상황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반면 MBK 측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귀중한 재원이 소모돼 회사의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해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분쟁은 향후 두 가지 변수가 일단 남게 됐다. 하나는 오는 14일 공개매수를 마무리하는 MBK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느냐다. MBK와 영풍 측이 현재 고려아연 지분 33.1%를 보유하는 상황에서 공개 매수로 의결권 기준 과반을 확보하면 MBK 측으로 경영권이 넘어간다. 또 하나는 이르면 21일쯤 나올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다. MBK는 고려아연 측의 공개 매수에 대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으니 이를 중단시켜달라”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법원이 이를 기각할 경우 고려아연은 23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마무리하고 경영권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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