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화 긴축 마무리, 더 긴요해진 ‘F4’ 정책 공조

2024. 10. 1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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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25%P 인하…3년여 만에 ‘피벗’


부동산 등 금융안정 고려한 ‘매파적 인하’


집값 불안해지면 대출 강화조치 등 불가피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에 한국도 동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정책금리를 내리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한 데 이어 어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은 지난해 1월 0.25%P 인상을 마지막으로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이번 금리 인하로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금리 인하 분위기는 이미 조성됐다. 9월 소비자물가가 3년 6개월 만에 1%대를 기록하는 등 물가 목표(2%)는 이미 달성했다. 대출 죄기 같은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세와 가계 빚 증가세도 어느 정도 잡혔다. 이제 내수 부진에 눈을 돌릴 여건이 됐다고 한은이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0.5%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해 우리도 금리 인하 여지가 생겼다. 내수를 살려달라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잇따른 요청을 계속 모른 체하고 있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실기(失期)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창용 금통위’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금리 인상을 너무 일찍 중단하는 바람에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가계 빚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렸지만 한국은 지난해 1월 금리 인상을 일찌감치 중단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리를 덜 올려서 최고의 정책 목표인 물가를 잡았다는 점에서 정책 성공으로 판단했다. 금리를 더 올렸으면 내수는 더 부진하고 자영업자는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정책 실기론은 금리 인하를 지난 8월에 선제적으로 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이 총재는 “8월에 금리 인하를 안 했어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다”며 “1년 정도 지나서 평가해달라”고 했다. 주택시장과 가계 빚 같은 금융 안정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내세웠던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의 원칙이 통화정책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이 정말로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좋은 선택인지는 앞으로의 부동산과 가계 빚 추이에 달려있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미국 같은 빅컷이나 과거의 초저금리 시대를 기대해선 안 된다. 이 총재도 인정했듯이 한은의 스탠스는 ‘매파적 금리 인하’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3.25%)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올해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경기를 부양하는 ‘화끈한 한 방’을 원하는 정치권도, 이자 부담을 확 줄여주는 예전의 저금리를 희망하는 대출자도 과도한 기대는 접는 게 좋다. 피벗은 했지만 통화 긴축은 끝난 게 아니다. 약간 완화됐을 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예고됐다. 지난해처럼 당장 급하지 않은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이 늘어날 것이다. 세수가 모자라 재정정책은 운용의 묘를 살리기 힘들고, 통화정책은 부동산과 가계 빚이 안정돼야 더 완화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거시·금융정책 최고당국자인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의 ‘F4’ 공조가 중요하다. 이번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과 가계 빚이 다시 불안해지지 않는지 확실하게 점검하기 바란다. 필요하면 추가적인 대출 강화 조치가 적시(適時)에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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