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57] 수퍼투스칸의 벤처

사시카이아(Sassicaia).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서쪽 볼게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퍼투스칸의 대표 와인이다. 등급을 뛰어넘는(super) 토스카나 와인이라는 의미의 수퍼투스칸. 이름 앞에 붙은 ‘사소(sasso)’는 돌이나 자갈, 그리고 ‘아이아(aia)’는 풀들이 자라고 동물이 거니는 넓은 땅이나 습지를 뜻한다. 그래서 이 지역의 다른 유명 와인인 솔라이아는 ‘태양의 땅’, 오르넬라이아는 ‘물푸레나무의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해변에 위치, 바닷물이 깊숙이 들어와 늘 습했던 볼게리 지역에서는 토스카나의 토착 품종 산지오베제가 잘 자라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마리오 인치사 델라 로케타 후작은 기후와 지질을 분석, 자갈이 많은 토양이 보르도 그라브 지역의 것과 유사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곤 곧바로 보르도 포도 품종을 들여와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1968년 역작 사시카이아의 첫 빈티지가 탄생했다. 수퍼투스칸 전설의 시작이며, 불과 50여 년 전 일이다.

볼게리는 ‘사이프러스 나무의 길(Viale dei Cipressi)’이라는 도로를 통해서 진입한다. 19세기 도로계획 당시 길 양옆에 나무 2400그루를 심어 지금 백년이 넘은 운치를 자랑한다. 이탈리아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인 조수에 카르두치의 시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1951년의 클래식 영화 ‘쿠오 바디스’에서 주인공 로버트 테일러가 로마로 입성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바로 그 길이다.
이 길 끝에 위치한 볼게리 마을은 자그마하다. 하지만 만약 거기서 점심을 먹는다면 서너 시간이 족히 걸릴 것이다. 레스토랑마다 토스카나의 지역 음식과 어울리는 다양한 수퍼투스칸의 향연을 펼치기 때문이다. 최상급 와인인 키안티 클라시코가 기라성처럼 버티고 있는 토스카나에서 결단력과 창의성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수퍼투스칸 와인의 벤처 정신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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