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기타, 너 내 동료가 되라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자주 연락하지는 못해도 종종 생각나고 간혹 만나면 바로 어제도 만난 것처럼 즐겁고 편안한 이들이 있다. 지난주 만난 이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몇 해 전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사람이다. 각자 퇴사한 뒤, 또 근래엔 그가 지방에 있어 자주 연락하며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그를 떠올릴 때면 고마운 마음과 좋은 기억이 많았다. 그러다 며칠 전 내가 사는 동네 근처로 볼 일이 있어서 온다는 말에 서둘러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변한 게 하나 없이 그대로의 모습이다. 나는 최근 도도서가 신간 <마음 단련>을 들고 나갔는데, 출판사 마케터 출신답게 이런저런 조언까지 해줬다. 게다가 사나흘 뒤에는 책을 다 읽었다며, 도움 되는 부분이 많아 지인에게 선물했다는 말도 전해왔다. 고맙고 또 든든했다.
이 책 <마음 단련>에서 쇼트트랙 선수 김아랑은 이렇게 말한다. “혼자 가면 이 길이 맞는지 잘 모르는데, 함께 가면 이 길이 어렵고 힘들지만 얼마나 또 대단한지를 알게 된다고나 할까요.”
김아랑은 경쟁 상대에 있는 동료를 두고 한 말이지만, 경쟁 상대를 떼고 동료라는 말만 적용해 보면 지금 내 상황에 잘 들어맞는 말이다.
1인출판사를 차린 뒤, 혼자 일하면서 나는 외롭고 막막할 때가 많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며칠 전처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거나 조언을 들을 때면 그게 그렇게 힘이 된다.
2년 가까이 기타를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도 그렇다. 개인 레슨이라 동료나 경쟁 상대가 없어서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있다.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옆에 있다면, 하소연도 하고 서로 더 응원해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재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내가 이제 악보를 보고 조금이라도 뚱땅거릴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무시로 잊고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날도 많다. 그런 날에는 동료가 없다는 게 더 아쉽다.
나는 기타를 종종 생물처럼 느낀다. 그러한 기타를 동료에 비유하면, 솔직히 아직 편하진 않다. 매일 어렵고 나를 힘들게 하는 동료다. 하지만 언젠가 편안해지는 날이 오겠지.
지금은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라도 매일 기타를 잡지만, 언젠가는 그렇지 않은 날도 올 것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지인처럼. 그래도 환갑이 넘고 예순이 넘어 기타를 잡을 때마다 즐겁고 편안한 마음이 들면 정말이지 좋겠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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