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한동훈 발언에서 '여의도 사투리' 들린다?
영광군수 재선거 열기 과열…네거티브 공방전
국정원 출신 황인수, 국감서 마스크 벗기 거부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여의도 문법 배척' 한동훈, 결국 기성정치인과 비슷?
-'여의도 사투리 쓰지 않겠다'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발언들은 어때?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을 재직하던 지난해 11월 "여의도에서 300명이 사용하는 고유의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다. 나는 5000만 국민의 화법을 쓰겠다"고 했잖아.
-유명한 말이지(웃음). 모호한 표현을 써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거나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한 발언을 하지 않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겠다는 한 대표의 의지가 담긴 다짐이었어.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로 당선된 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 현재, 한 대표도 결국 기성 정치인들과 비슷한 화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어떤 이유에서?
-물론 한 대표는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을 사용해 같은 진영에 있는 이들로 하여금 '사이다' 발언을 한다는 평을 듣기도 해. 하지만 최근 한 대표의 발언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며 즉답을 피하거나 "그렇지 않나"라며 질문한 기자들에 되묻는 경우가 많아. 최근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는 평을 듣는 김건희 여사 관련 발언들을 봐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무엇인지, 김 여사가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느 범위까지를 요구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어. "당초 대선 과정에서 이미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이 아닌가. 그걸 지키면 된다"고 갈음할 뿐이지.
-정치에 입문했다면,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 아닐까?
-물론 그렇지. 정치권 일각에선 한 대표의 발언들을 두고 "법조인의 화법을 일컫는 '서초동 사투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대표라면 어느 정도의 여의도 사투리를 구사해 당내 화합을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하니까. 다만 한 대표는 자신이 정치인 중 한 명이 아닌 여당 대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 보다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전해야 하는 당 대표라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명확하고 정확한 발언을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자녀 재산신고·실거주 여부·음주운전…영광군수 후보 공방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방도 두드러지고 있어. 눈에 띄는 건 장세일 민주 후보와 장현 혁신당 후보 간 토론회에서의 공방이야. 장세일 후보에 대해선 둘째 딸의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언급됐어. 둘째 딸은 한 태양광 회사의 유일한 사내이사야. 1인 회사로 추정이 가능한 만큼 해당 회사 지분은 이번 후보자의 재산공개 때 함께 신고됐어야 한다는 거지.
-아들의 재산신고 고지거부도 문제가 됐어. 현행 법률에 따르면 공직 후보자의 가족은 세대가 분리되고 소득이 있어야 고지 거부가 가능한데 아들의 최근 5년간 소득세 납부 실적은 0원이었거든. 아들은 자신이 축산업·태양광 산업을 운영하는 곳을 거주지로 전입신고를 했는데, <더팩트> 취재 결과 누군가 '사는 중인 집'으로 보긴 어렵더라고. 장현 후보가 "그 넓은 축사에 소가 두 마리밖에 없다는 건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쏘아붙인 이유지. 축산시설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거든.
-장세일 후보는 "둘째 딸은 결혼한 자식이기에 출마 후보의 직계존비속 재산 신고 의무 고지 대상이 아니다. 아들은 청년창업농으로 지정돼 창업한 것으로, 실제 소를 키우고 있고 요즘 경영이 어려워 두 마리만 기르고 있다"고 해명했어. 축사에 소가 두 마리인 건 맞더라고.
-장세일 후보는 서울 강남구 모 아파트를 소유한 장현 후보를 겨냥해 '거주 의혹'으로 반격을 가했어. "영광 아파트 입주 시점은 언제고 계약서와 월세 영수증을 공개할 수 있는지, 도시가스 요금이 청구되지 않았다는 지역신문 보도가 있는데 진실이 뭐냐"고 따졌어. 장현 후보는 "아파트는 1년 전 월세가 아닌 연세로 계약했고 임대료는 일시납 했다"며 "지역신문의 도시가스 요금 청구액 0원은 명백한 허위 사실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반박했어.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7차례의 전과가 도마 위에 올랐어. 그는 "20년 2건의 음주 운전은 저의 불찰로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며 "나머지 전과는 박근혜 정권 퇴진과 국민 권익을 위해 앞장서다 얻은 것"이라고 답했지. 이 후보는 최근 거주하는 단독주택이 무허가 건축물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어. 부동산등기법과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는 데다 자질 문제가 있어서야. 군수는 무단 증축·무단으로 지어진 건축물 등에 대한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행정조치를 내리는 자리니까.
-군수 선거에 이렇게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었나 싶어. 원래 이런가 싶을 정도로 후보자 관련 의혹도 다양하더라고. 작은 지자체라도 군민의 선택을 받는 인물이라면,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은 당연해.
◆검색하면 나오는데 '마스크' 쓰는 증인...여당도 '이해 불가'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마스크맨'이 화제였다고?
-응.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황인수 조사1국장 때문이야. 증인 선서에 앞서 신원확인을 해야 하는데 마스크와 안경으로 얼굴을 가려서 할 수가 없었지.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마스크를 내려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끝내 거부했어. 국가정보원 출신 황 국장은 자기 얼굴이 공개되면 국정원 근무 당시 도움을 준 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어.
-이번이 처음은 아니야. 지난 6월19일, 7월11일 행안위 업무보고 때도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이를 벗으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서 강제 퇴장당한 바 있어.
-평소에도 안경과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거야?
-아니. 이날 퇴장당한 황 국장은 국감장 밖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녔다고 해. 신 위원장은 보도된 황 국장의 맨얼굴 사진을 들어 보이며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국회에 나와 얼굴 가리는 게 무슨 실효성이 있냐"고 따졌지.
-급기야 일부 여당 의원도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어.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의원이지만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동감한다"고 하더라. 그는 "국정원 업무를 질문하는 것도 아니고 진화위 업무를 질문하는데 국가안보와 무관하다"면서 "오전에 국정원에 전화해 문의했는데 마스크를 써야 할 의무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도 했어.
-황 국장은 진화위에 임용되면서 야당과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어. 진화위는 권위주의 시절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조직인데, 그 시절 인권침해 가해기관이었던 국정원 출신이 조사 책임자가 되는 게 맞냐는 거지. 실제로 황 국장은 국가폭력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거든. 1기 진화위의 조사보고서를 부정하는가 하면 그리고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간첩 사건에 대해서도 판결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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