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망성쇠의 케네디家 지켜온 에델 케네디 96세로 별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법무장관과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로버트 F 케네디의 아내 에델 케네디(96)가 10일 세상을 떠났다. 미국 권력의 정점에 있던 형제의 피살을 비롯, 정치 명문 케네디 집안의 비극을 지켜본 증인이자 버팀목이었던 그의 별세 소식에 미 언론들은 시련으로 점철된 에델과 케네디가(家)의 인연을 집중 조명했다.
손자 조 케네디 3세는 이날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할머니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한다”며 “지난주 겪은 뇌졸중과 관련된 합병증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낙관주의와 도덕적 용기를 가진 대모(代母)이자 회복력과 봉사의 상징인 미국의 아이콘”이라면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특유의 강인한 의지와 우아함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고, 행진하고, 인권을 옹호했다”고 밝혔다.
에델은 로버트 F 케네디와 결혼한 이후부터 70여 년간 케네디가의 흥망성쇠와 비극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1928년 시카고에서 태어나 17세 때인 1945년 친구로부터 로버트를 소개받았다. 당시 로버트는 에델의 여동생 패트리샤와 사귀고 있었지만 결국 에델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1950년 로버트와 결혼하며 케네디가의 일원이 된 그의 주변에서 비극이 이어졌다. 석탄 재벌이었던 에델의 부모는 1955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1961년 대통령에 취임한 존 F 케네디가 남편 로버트를 법무장관에 임명했지만 황금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존 F 케네디가 1963년 11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유세 도중 피격당해 암살됐다. 3년 뒤인 1966년 친오빠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 이보다 더 큰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의 뒤를 이어 정치인의 길을 택하며 유력 차기 주자로 떠오른 남편 로버트가 1968년 6월 5일 미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 승리 뒤 로스앤젤레스 앰배서더호텔 주방에서 총격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범인인 팔레스타인 이민자 출신 시르한 시르한은 로버트의 친(親)이스라엘 노선에 반대해 범행을 저질렀다. 피격 현장에 있었던 에델이 머리에서 피 흘리는 남편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사진은 지금도 유명하다. 당시 에델은 막내딸 로리를 임신한 지 3개월째였다. 사형 선고를 받았던 시르한은 종신형으로 감형돼 복역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가석방심사위원회는 가석방을 권고했지만 2022년 1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거부했다. 당시 에델도 “그가 다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기회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다. AP는 “에델은 40세까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이 일생 동안 겪을 죽음보다 더 많은 죽음을 견뎌냈다”고 했다.
비극은 그치지 않았다. 아들 데이비드와 마이클을 각각 약물 과다 복용(1984년)과 스키 사고(1997년)로 가슴에 묻었다. 2019년엔 22세 손녀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잃었다. 가슴 찢는 고통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남편의 메시지를 계승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이겨냈다. 에델은 남편 이름을 딴 비영리 단체 ‘로버트 F 케네디 인권재단’을 설립하고 환경·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다. 오바마는 추모 성명에서 “에델은 관대함으로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삶에 감동을 주었고 상상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인내하는 믿음과 희망의 상징이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에델은 케네디 가문의 유산에 대한 열정적인 후원자였다”면서 “그의 정치에 대한 열정이 뜨거워 케네디 가족보다 더 케네디 같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악명 높은 케네디가의 저주는 특히 에델에게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는 비극적인 상실감을 견뎌냈다”고 했다.
슬하에 9명의 자녀, 34명의 손자, 24명의 증손자와 수많은 조카를 둔 그는 ’케네디 집안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았다. 아들 중에는 환경 변호사로 활동했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있다. 그는 민주당과 사실상 한몸이나 다름없는 집안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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