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두 개의 전선 속 핵전쟁 위협 고조에 '경고장'
우크라전 장기화 속 푸틴, 핵교리 개정으로 엄포…중동 전체도 '화약고'
NYT "러·이란·북한發 핵위기 우려 증폭 상황과 맞물려" 의미 부여
중동·우크라 전쟁 관련 선정 예측 '빗나가'…전쟁 등 이유로 과거 19차례 평화상 '패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노벨위원회가 11일 '핵무기 없는 세상'을 모토로 한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團協·니혼 히단쿄)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택하며 핵전쟁 위협 고조 상황에 경고장을 보냈다.
이번 노벨 평화상 선정은 러시아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등으로 전세계 곳곳에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2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국 역시 공격자로 간주하겠다며 핵교리 개정을 선언, 이른바 '3차 세계대전'으로 칭해진 푸틴발 핵전쟁 '엄포'가 서방을 뒤흔들어 놓았다.
또한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촉발된 가자 전쟁은 확전을 거듭하며 중동 전체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재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핵시설에 대한 공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핵 고도화로 한반도 주변 긴장도 높아지는 가운데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계기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두 개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핵 위협이 커지면서 노벨위원회가 국제사회에 전쟁 확산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구촌 핵 불안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해온 단체에 평화상을 줌으로써 80여년간 지켜온 '핵 금기'를 지켜달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과 이란,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점증하는 우려를 마주한 와중에 이번 선정이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수상과 관련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에 핵을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AP도 이번 수상과 관련해 "중동, 우크라이나, 수단 등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상이 수여됐다"고 평했다.
외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핵 강국들은 그들의 무기를 현대화하고 향상시키고 있고, 신규 국가들은 핵무기를 획득하는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진행 중인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이 이뤄지고 있다"며 "오늘날 핵 무기는 훨씬 더 큰 파괴력을 갖고 있다. 핵전쟁은 인류의 문명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러시아의 위협이 올해 수상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대해 "핵무기 사용을 금기하고 있는 국제규범이 압박에 처해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핵 금기를 지키는 것이 인류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국가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특히 핵 강대국들에 핵 금기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거듭 경고장을 날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반핵 단체의 수상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망령이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핵전쟁 공포에서 다음 세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연구소(PRIO)의 헨리크 우르달 소장은 성명을 통해 각국이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있고 전통적인 핵보유국과 새로운 핵보유국들의 핵 위협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이 단체가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짚었다.
그는 또한 "자동화된 무기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전쟁이 부상하고 있는 시대에 군축에 대한 이 단체의 요구는 단순히 역사적인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댄 스미스 소장도 미중, 러중 관계 등을 거론하며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핵 사용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이 단체의 목소리는 핵무기의 파괴적 특성을 상기시켜 준다"고 언급했다.
당초 올해는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쟁과 관련한 인도주의 단체에 평화상이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를 비롯해 국제사법재판소(ICJ),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을 유력 후보로 꼽은 바 있다.
국제사회가 전쟁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마저 제기된 상황이었다.
과거 노벨위원회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4∼1916년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이던 1939∼1943년 등을 비롯해 총 19차례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았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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