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참사 다시는 안돼" 日 원폭피해자단체에 노벨평화상(종합2보)

신재우 2024. 10. 1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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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자 조직…"피폭 증언으로 '핵 금기' 확립에 기여"
'다면 전쟁' 휘말린 국제사회 핵사용 위협 고조에 핵군축 필요성 환기
노벨위, 내년 원폭투하 80주년 앞두고 "'핵 금기' 지켜야…핵 강국들 책임 있어"
2024 노벨평화상 수상 '니혼 히단쿄' [노벨상 X 캡처]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이신영 이도연 기자 = 올해 노벨평화상은 일본의 원폭 생존자 단체이자 핵무기 근절 운동을 펼쳐 온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團協·니혼 히단쿄)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자들의 풀뿌리 운동 단체인 니혼 히단쿄를 202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평화상 선정에는 원폭 투하 80주년을 한해 앞두고 핵무기 사용은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위라는 점이 강조됐다는 분석이다.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수단 등에서 파괴적인 전쟁이 지속되고 전쟁에서 핵무기가 또 다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대두한 상황에서 핵 군축과 군비 통제의 필요성을 환기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니혼 히단쿄의 미마키 도시유키 회장 [AP=연합뉴스]

노벨위원회는 "니혼 히단쿄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끔찍한 경험의) 증언을 통해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입증한 공로가 있다"면서 "니혼 히단쿄와 다른 히바쿠샤(피폭자·원폭 피폭자를 뜻하는 표현)의 대표자들의 특별한 노력은 '핵 금기'(the nuclear taboo)의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역사적 증인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 캠페인을 만들고, 핵무기 확산과 사용에 대해 긴급히 경고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를 형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니혼 히단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8월 일본에 원폭이 투하된 이후 핵무기 사용의 재앙적인 결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결성된 단체다.

1956년에 일본 내 피폭자 협회와 태평양 지역 핵무기 실험 피해자들이 결성했으며, 30만명이 넘는 피폭 생존자를 대변하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단체다.

니혼 히단쿄의 미마키 도시유키 대표는 "전 세계에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노벨 평화상에 日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202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 히단쿄)의 로고를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노벨위원회는 내년은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오늘날의 핵무기는 훨씬 더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원폭이 터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주민 약 12만명이 바로 사망했고, 이후 몇 년간 비슷한 인원이 추가로 사망했다.

올해 평화상 선정에는 2년 넘게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엄포를 놓는 등 잇따른 전쟁으로 핵무기 사용 위험이 커지고, 핵무기 개발 욕구가 높아진 지구촌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올해 상은 핵 금기를 지켜야 할 필요성에 초점을 맞춘 상이다. 우리 모두, 특히 핵 강대국들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반핵 단체의 수상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망령이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핵전쟁 공포에서 다음 세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 폐기 운동 단체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에는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이에 앞선 2005년에는 핵에너지의 군사 목적 사용 방지에 앞장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이 평화상을 받았다.

일본에서 평화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1974년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이후 50년 만이다.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돼 올해 105번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수상단체에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4억3천만원)가 지급된다.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이 제정한 노벨상의 수상자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등 스웨덴 학술단체가 선정하지만 그의 유언에 따라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의회가 지명한 노벨위원회 5인 전체 회의에서 결정한다.

올해 노벨상 선정은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마무리된다.

앞서 7일에는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8일에는 물리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선정됐다.

9일 화학상은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와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 경영자(CEO)·존 점퍼(39) 연구원이 받았고, 10일 문학상은 한국의 소설가 한강이 수상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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