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이재명 소방헬기 이송 특혜 사건, 맞는 지침 적용했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 결론
야당, “김건희 물타기” 주장…권익위원장 고발
소방청장 “매뉴얼상 문제 없어”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권익위 전원위원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전원 사건에 잘못된 규정을 적용했다는 민주당의 의혹제기를 일축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이용한 것은 119응급의료헬기(소방헬기)인데 권익위가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이용 지침을 적용했다며 이날 유철환 권익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권익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119응급의료헬기(소방헬기) 이송 특혜’ 사건은 소방헬기 지침 위반으로 통보한 것이며 닥터헬기 지침 위반으로 판단한 바 없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1월 이 대표가 부산에서 피습당해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이 대표의 주치의가 아닌 병원 관계자는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달라는 민주당 측 요청에 따라 부산소방본부에 헬기 이송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부산소방본부는 소방헬기를 보내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권익위는 지난 7월22일 전원위회의에서 부산대병원 관계자가 소방헬기의 출동을 요청할 권한이 없다고 보고 관계자들이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이 사항을 각 기관에 통보한 상태다.
야당은 권익위가 소방헬기가 아닌 닥터헬기 운용 지침을 적용했다고 주장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닥터헬기는 ‘환자를 상담, 진료 또는 처치한 자’만 헬기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용한 소방헬기는 관련 규정이 없다.
이 사건에 대한 전원위 의결서에서 권익위는 소방헬기는 출동 요청 권한을 따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권익위는 “소방헬기의 출동을 요청할 권한은 해당 응급환자를 직접 진료 또는 처치하는 등의 의료행위를 담당한 담당 주치의나 당직의 등의 의료진이 보유하는 것으로 해석하거나 최소한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소방헬기 출동 요청 등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그렇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어느 의료 기관에 있는 환자나 다른 의료진이 담당하는 환자에 대해서도 소방헬기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는 불합리한 결론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현행 응급이송체계 운영에 큰 혼란과 지장을 초래하거나 응급환자의 생명보호 체계 등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어 닥터헬기는 “출동 요청의 자격을 ‘환자를 상담, 진료 또는 처치한 자’로 정의하고 ‘환자를 상담, 진료 또는 처치하지 않은 자와 일반인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해당 내용이 당연하고 합리적인 규정으로서 이 사건의 판단에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권익위는 이런 의결서 내용을 공개하며 “닥터헬기 지침은 ‘참고할 만하다’라고만 기재했다”면서 “관련 공직자들이 소방헬기 관련 소방청 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고 닥터헬기 관련 복지부 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바 없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해당 공직자들의 지침 위반에 대해 공직자 행동강령의 특혜 배제 위반 등으로 판단해 감독기관 및 소속기관에 이를 통보하고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며 “해당 기관에서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판단이 과도했다는 비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부산대병원은 해당 의료진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가 부산소방본부에 헬기 요청을 한 게 아니라 헬기 이송 가능 여부를 단순 문의한 것이라는 취지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헬기를 병원 간 이송에 활용하는 것은 소방청의 일반적인 사항이고 매뉴얼 위반은 없었다”며 권익위의 행동 강령 위반 통보와 관련해서는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남화영 당시 소방청장도 “매뉴얼상 문제는 없다”고 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사건을 물타기 하려고 인위적으로 (헬기 전원 사건의) 결론을 몰고 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철환 위원장은 야당의 사과 요구에 “지금 사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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