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홍보의 장 된 부산국제영화제,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장기자의 삐딱선]

장민수 기자 2024. 10. 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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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11일 폐막
넷플릭스 등 OTT 영향력에 비판 잇따라
영화 산업 상생, 영화제 의미 되새겨봐야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올해도 결국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극장과 OTT, 그리고 영화제. 이들의 관계를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 열흘 간의 축제를 마치고 폐막했다.

영화제 측은 "공식선정작 278편(커뮤니티비프 54편 포함)이 총 633회 상영된 결과, 작년보다 증가한 84%의 좌석점유율과 14만5238명의 총 관객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00편 이상을 선정하던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역대 최고의 좌석점유율"이라고 자평했다.

수치상으로는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성공적이었는가 의구심이 생긴다. 우선 영화제의 의미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건지 묻고 싶다.

올해도 가장 돋보인 건 역시나 10편이 채 되지 않는 OTT 작품들의 막강한 영향력이었다.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얼굴인 개막작부터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선정됐다. OTT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건 이번이 최초다. 

그러나 OTT와 별개로 '독립, 다양성 영화 속 재능 있는 영화인을 발굴해 소개한다'는 영화제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대규모 상업 영화라는 점에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완성도가 너무 좋았다. 관객들에게 꼭 소개했으면 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히면서 "독립 영화 발굴이라는 영화제 전체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비판에 답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또한 지난 2021년부터 OTT 플랫폼 공개 예정인 시리즈 작품을 선보이는 '온 스크린' 섹션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TVING(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좋거나 나쁜 동재', 넷플릭스 '지옥' 시즌2(이상 한국),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대만) '이별, 그 뒤에도'(일본) 6편이 선정됐다. 이들은 극장 상영은 물론, 오픈 토크, 야외무대인사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관객과 만남을 가졌다.

영화 소비 트렌드가 극장에서 OTT로 넘어가고 있는 건 시대의 흐름이다. 영화제에서 이에 발맞춰 OTT 영화들을 초대한다는 건 딱히 비난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제를 통해 극장의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시너지가 생기기도 한다. 

문제로 짚어볼 요소는 결국 OTT 작품의 지나친 홍보와 시리즈물의 침투다. 이는 '전,란'에 따른 비판과 결이 일맥상통한다. 영화제 본래의 취지를 해친다는 지적.

실제로 이번 영화제 기간 부산 곳곳은 OTT 작품들의 광고로 가득했다.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전당은 물론, 해운대 해변에도 '강남 비-사이드'와 '전,란' '지옥 시즌2' 등의 대형 포스터를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영화제를 알리는 자그마한 플래카드는 더없이 초라하게 대비된다.

게다가 넷플릭스에서는 영화의전당 맞은편 카페에 각종 기념품과 포토부스를 설치하며 '사랑방'을 운영하고,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 행사와 포럼을 진행하는 등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렇다 보니 영화제가 OTT 홍보의 장이 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자연스레 커졌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닌 '넷플릭스영화제' 'OTT 축제'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영화제 측에서는 이번 회차를 결산하며 "온스크린 섹션뿐 아니라 모든 작품이 고르게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전체 상영작 278편 중 9편 정도를 소개했을 뿐인데, 이리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니. 

한 영화계 관계자 역시 "선정작 편수는 적지만, OTT 기업들의 영화제에서의 프로모션 의지가 너무 강하기에 더 부각돼 보이는 것 같다. 영화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영화제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한국 영화계가 침체되고 제작 편수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OTT 작품의 초청마저 없었다면, 레드카펫을 비롯한 축제의 재미가 반감됐을 거라는 반론도 크다.

OTT 기업들의 지나친 홍보 욕심이 문제일까. 꼭 그렇지도 않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영화제에서 제공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일 뿐. 이익을 추구해야 할 기업이 영화제 이미지까지 걱정할 필요 없지 않겠나.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그럼 이대로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본다. 

작품성 있는 OTT 영화들을 초청하는 건 분명 피할 수 없는 변화다. 이미 CJ ENM을 비롯 기존 한국 영화 산업을 이끌던 기업들의 신작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 OTT에서는 그 틈에 성장해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막강한 자본으로 대규모 홍보를 펼치는 것 역시, 보기 좋지 않지만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영화제의 온스크린 섹션은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상영 편수는 '고작' 6편일지라도, '굳이' 영화도 아닌 그 6편을 초청해서 홍보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 덕에 나머지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영화제 의미가 퇴색되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당연히 영화제든 OTT 기업이든 나름의 속사정은 있을 터다. 외부의 비판을 모두 수용하는 것이 늘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부산국제영화제가 30주년을 앞둔 지금,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 취지대로 잘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변화를 주고자 한다면 어떤 방향이 올바른 길인지. 극장과 OTT, 독립영화와 상업영화까지 모두 적절히 아우를 수 있을지. 아시아 최대, 최고의 영화제라는 자부심은 지켜가야 하지 않겠나.

 

사진=MHN스포츠 DB, 넷플릭스,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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