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뒤 출간될 한강 미공개 원고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김광현 기자 2024. 10. 11. 19:45
▲ 2019년 5월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원고 전달식을 하는 한강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이미 완성했지만 앞으로 90년 뒤에나 공개되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제목만 알려지고 내용과 분량, 형식, 주제 등은 공개되지 않은 이 글의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입니다.
한강의 이 작품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개념미술가 케이티 패터슨의 주도로 2014년 시작한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쓰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100년간 매년 1명씩 작가 100명의 미공개 작품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한 숲에 심어진 나무 총 1천 그루를 사용해 오는 2114년 출판하는 사업입니다.
한강에 앞서서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등 노벨문학상의 단골 후보로 꼽히는 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한강은 당시 다섯 번째 작가로 참여했고,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었습니다.
한강은 2019년 5월 노르웨이를 찾아 오슬로 외곽 '미래 도서관의 숲'에서 '사랑하는 아들에게'의 원고를 전달했습니다.
한강은 당시 흰 천을 한국에서 가져와 원고를 봉인하며 "마치 내 원고가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흰 천이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 장례식 때 입는 소복, 이불 홑청 등으로 쓰인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원고는 제목 외에는 모두 베일에 싸인 채 봉인돼 현재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 중입니다.
90년 뒤에나 내용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현재로서는 공개된 제목만으로 내용과 형식을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는 작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특별한 메시지를 담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강 작가는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 모두 죽어 사라질 100년 후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도 같았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썼다"고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패터슨은 전달식 당시 한강을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 이유로 "매우 중요한 작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강은 인류와 존재, 아름다움, 비애에 대해 매우 명료하고 아름답게 말합니다. 그의 글은 매우 친밀하고 우리 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어 오지요. 매우 시적이면서 정신적 상처를 다룹니다. 그의 작품은 극히 중요합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현 기자 teddy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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