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 가해자들, 완전군장 지시 '또 네 탓 공방'

강원CBS 구본호 기자 2024. 10. 1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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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중대장 강씨 "훈련병 2주차, 완전군장 아닌 가군장 지시" 주장
부중대장 남씨 "가군장 지시 못 들어, 완전군장 하겠다 보고 안 해"
피해자 변호인, 생존 훈련병 PTSD 호소에 "학대치상 공소장 변경" 요청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강모씨가 지난 6월 21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구본호 기자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져 숨진 박모 훈련병 사건 가해자들이 완전군장 결속 지시 주체를 두고 다시 한번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숨진 박 훈련병 측은 두 사람의 태도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생존 훈련병의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검찰 공소장 변경을 촉구했다.

11일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모(27·대위)씨와 부중대장 남모(25·중위)씨의 학대치사 및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네 번째 공판이자 피고인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재판에서 두 사람은 완전군장을 결속하도록 한 지시 주체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증인석에 선 강씨는 남씨로부터 완전군장 상태로 군기훈련을 실시하겠다는 보고를 받은 뒤 훈련병들의 입소 시기를 고려해 무거운 물건들을 뺀 '가군장' 상태로 훈련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씨는 "완전군장 상태로 (군기훈련을)하겠다고 보고한 기억이 없다. 가군장 지시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황진환 기자.


'가군장'이라는 용어와 관련해서도 남씨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가군장이라는 용어는 군대에서 정석대로 쓰는 용어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씨 측은 남씨가 완전군장을 건의했다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음에도 강씨가 가군장을 지시한 적 없다며 명확하게 진술하는 부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또 남씨에게 "훈련병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반성하고 있냐"고 물으면서 "군기훈련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중대장에게)건의했는데 훈련병들을 괴롭히거나 학대하려고 집행한 것이 아닌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남씨 측은 강씨가 당시 책이 가득했던 완전군장의 무게보다 가벼운 가군장을 지시했다면 훈련병들이 얼차려를 받던 중 군장에서 책이 쏟아진 것을 본 강씨가 지시를 어긴 남씨에게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두 사람이 사건 발생 이후 나눈 통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남씨는 '군장 다 준비시켜놓고 있었는데 중대장님은 와가지고 확인만 한 것 아닙니까. 그냥 와서 확인만 하신거 아닙니까'라고 말했고, 강씨는 '아니야. 아니야. 내가 했잖아, 내가 지휘했잖아. 됐어 그러면 내가 한거야'라고 답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부각시키려 하는 대화가 공개됐다.

지난 6월 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체육관에서 얼차려를 받다 쓰러진 뒤 숨진 훈련병의 동기 훈련병들의 수료식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친구의 수료식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20대 김모씨가 헌화하는 모습. 구본호 기자.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뒤 숨진 박 훈련병의 법률대리인이자 생존 훈련병 A씨의 변호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재판부에 "A씨가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은 점을 고려해 학대치상 혐의를 적용,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예정대로 결심공판까지 진행하려고 했으나 증인신문과 서증조사, 피고인신문까지 4시간 가까이가 소요되자 기일을 한 차례 속행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측은 피고인들의 '책임 떠넘기기'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강 변호사는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시종일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유족이나 피해자들 입장에서 상당히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말로만 잘못했다고 하는데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수많은 죽음들이 있었고 억울한 군인들의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만든 군인권법과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모두 피고인들에게 입력되지 않은 것 같다"며 "한결같이 본인들이 불리할 때 명령에 의해서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얘기하면서 한편으로 모순되게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향후 재판부가 잘 판단에서 피해자의 억울함이 없도록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16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육군 12사단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과 관련해 숨진 박 모 훈련병의 유가족과 피해자 법률대리인 강석민 변호사,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 등이 발언하고 있다. 구본호 기자.


이들은 지난 5월 23일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면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1월 12일 춘천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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