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AI로 노벨상 받는 시대

2024. 10. 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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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몽땅 인공지능(AI) 관련 연구자들이 수상했다.

퍼셉트론은 길고 긴 고난의 시간을 거쳐 딥넷(심층신경망)으로 발전하고 55년 만인 2012년, 인공지능(AI) 혁명 원년을 연다.

AI 혁명으로 인한 놀라움과 흥분의 와중에 노벨상위원회가 다시 한번 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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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화학상 모두
인공지능 관련 연구자 수상
AI는 관계추구의 끝판왕격
모든 전공 도구학문 거듭나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몽땅 인공지능(AI) 관련 연구자들이 수상했다.

인공신경망(뉴럴넷)은 1957년 처음 제안된 이후 두 차례의 깊은 암흑기를 맞았고 두 차례의 부활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첫 부활이 있었고, 2012년 두 번째 부활 이후 현기증 나는 질주를 보고 있다. 약 30년 간격을 둔 이 두 차례 부활에 모두 주역을 맡은 사람이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다. 힌턴은 치명적인 허리병으로 앉지를 못해 청년 시절부터 서거나 누워서만 생활하지만 낙천적이고 유머러스하다. 한 행사에서 어떤 동료가 힌턴을 물리학에서 낙제하고 심리학을 중도 포기한 인물로 소개하자 힌턴이 정정했다. "심리학에서 낙제하고 물리학을 그만둔 겁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최하부는 조지 불이 1847년 창안한 불대수 연산에서 시작한다. 1943년 워런 매컬러와 월터 피츠가 뉴런의 네트워크로 불 연산을 구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천재 폰 노이만이 이 논문을 보고 컴퓨터를 불 연산으로 구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는다. 2년 후 최초의 이진수(불 수) 기반의 컴퓨터인 에드박(EDVAC) 제안서가 나온다. 여기에서 노이만은 매컬러·피츠 논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기술했다. 이 흐름은 뉴럴넷의 배아에 해당하는 퍼셉트론(프랭크 로젠블랫, 1957년)에 영감을 주었다. 퍼셉트론은 길고 긴 고난의 시간을 거쳐 딥넷(심층신경망)으로 발전하고 55년 만인 2012년, 인공지능(AI) 혁명 원년을 연다. 재미있게도 AI 혁명의 주역 힌턴은 조지 불의 고손자다. 불에서 시작된 새로운 계산 방식은 165년 만에 그의 고손자가 큰 매듭을 지었다.

AI 혁명에는 큰 두 개의 트랙이 있다. 생성 AI와 최적화 AI다. 생성 AI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최적화 AI는 문제의 답을 구하는 것이다. 최적화 AI의 대표는 단연 구글 딥마인드다. 힌턴이 2012년에 혁명을 일으키고 그해 말 회사를 등록만 하고 경매에 부쳤다. 4개 기업이 응찰하는데, 대기업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틈에 일개 스타트업인 딥마인드가 끼어 있었다. 자금이 없지만 회사의 주식으로 주겠다고 했다. 대단한 배포다. 600억원에 힌턴을 차지한 구글은 그로부터 1년 후 8000억원의 가치로 딥마인드까지 인수한다. 2010년 딥마인드를 창업한 데미스 허사비스가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다.

세상이 온통 생성 AI 열풍에 취해 있는 사이 딥마인드는 집요하게 최적화 AI에 매달린다. 알파고, 알파스타, 알파폴드, 알파코드, 알파텐서, 알파지오메트리 등의 명작을 내놓았다. 필자는 최근 강연에서 알파폴드-2는 최적화 AI 분야에서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고, 딥마인드는 구글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해왔다. 투자 최적화 부분에서 거의 한계까지 갔다고 여기던 필자도 이제껏 우리가 접근 불가능했던 관계의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알파폴드는 허사비스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생화학 응용을 보여줬다.

모든 학문의 핵심은 관계 추구다. 현재의 AI는 관계 추구의 끝판왕이다. 지금까지 인간들이 추구했던 어떤 관계보다도 복잡하고 난해하다. 학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컴퓨터과학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거의 전교에서 수강생이 몰려드는 도구 학문이 됐다. 대형 강의를 위한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편으로 컴퓨터과학에서 하나의 독립 전공이던 AI는 이제 거의 모든 전공이 구사해야 하는 도구 기술이 되었다. AI 혁명으로 인한 놀라움과 흥분의 와중에 노벨상위원회가 다시 한번 불을 질렀다. 이런 시대를 보다니.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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