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 방송시간 : 10월 11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송영석 기자
■ 출연 : 오형엽 /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 윤선미 /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교수 · 정덕현 / 문화 평론가
https://youtu.be/UuGui1vbwBM
◎송영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설 채식주의자로 잘 알려진 작가 한강 씨가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의 높은 수준을 이제 세계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개인의 영광을 넘어 문화 강국, 한국의 위상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오늘 사사건건은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쓴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특집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함께할 분들 소개하겠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맡고 있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 오형엽 교수입니다. 채식주의자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윤선미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지도교수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나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덕현: 안녕하세요?
◎송영석: 어제 언론사들도 전혀 예상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깜짝 놀랐는데, 오형엽 교수님, 한국인이 노벨문학상이라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거든요? 어떠셨습니까, 소식 듣고?
▼오형엽: 저도 어제 처음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첫 느낌은 한마디로 한국 문학의 쾌거이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변방에서 수용자의 입장에 처해 있다가 그 입장을 역전시켜서 이제 창조자, 발신자의 역할, 그 입장에 우뚝 서게 되었다는 그런 첫 느낌을 받았습니다.
◎송영석: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번역해오신 윤선미 교수님,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윤선미: 저는 사실 어저께 강의, 나간 강의를 하고 있었어요. 번역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8시 좀 넘어서 그냥 핸드폰이 빗발치기 시작해서, 사실 좀 안 좋은 소식인 줄 알고 일단은 강의 끝날 때까지 보지 말자, 그러고 있었는데, 보고 믿기지 않았어요. 사실 만우절에 가까워져서 그런가? 그 생각도 해보고.
◎송영석: 그 정도로 놀라운 소식이었죠.
▼윤선미: 그런데 모든 메시지도 같은 내용이라서 맞나 보다. 어떤 결에서 뭐, 뭐라고 해야 될지 몰랐고. 그런데 어제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벅찬 감정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송영석: 그만큼 벅차셨다. 정덕현 평론가, 지금 이제 언론들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을 합니다만, 문학계에서는 너무 늦은 일이라는 반응도 나오거든요? 그만큼 한류가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온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정덕현: 맞습니다. 이게 사실 우리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면 사실 개발 시대의 압축 성장에 대한 부분들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많이 얘기를 하잖아요. 그게 제1의 한강의 기적이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최근에 여러분이 많이 접하셨던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 같은 K콘텐츠가 만들어낸 어떤 성과, 이런 걸 얘기할 때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걸 보고 이게 제3의 한강의 기적 아닌가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적으로는 지금 한강 씨가 저의 대학 후배거든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제가 별로 이렇게 접점이 없었는데, 어제 갑자기 저희 단톡방에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면서 다들 반성하는 목소리들이 막 나왔어요.
◎송영석: 반성이요?
▼정덕현: 예, 학교 다닐 때 좀 잘해줄걸. 그런데 그래서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러면서 사실 선배지만 우리가 해준 건 없어가지고 지금 같은 경우라면 우리가 누나라고 부르고 싶다, 이런 얘기까지도 올라왔어요. 그래서 얼마큼, 이 사실이 우리한테 큰 기쁨을 주고 있는가 하는 부분들을 저희 동기들 사이에서, 그다음에 또 이걸 통해서 SNS에 엄청 많이 퍼지고 있잖아요. 그런 소식을 통해서 제가 확실하게 피부로 느꼈습니다. 한강의 기적입니다.
◎송영석: 제3의 한강의 기적. 그만큼 역사적인 일인데요. 어제 있었던 스웨덴 한림원 노벨위원회의 발표를 듣고 이어가보겠습니다.
<녹취> 마츠 말름 /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
2024년 노벨 문학상은 한국의 작가 한강에게 수여됩니다. 그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냅니다.
<녹취> 앤더스 올슨 / 노벨 위원회 위원장
한강은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습니다.
◎송영석: 윤선미 교수님, 노벨위원회의 이 수상 발표 배경, 배경을 발표했잖아요, 왜 수상을 하게 됐는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윤선미: 저는 다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했어요. 다 어떻게 딱 맞는 요점들을 다 짚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역사...
◎송영석: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다.
▼윤선미: 그렇죠. 연약함뿐만 아니라 인간의 위대함도 많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도 보이는 것 같아요.
◎송영석: 오 교수님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오형엽: 한림원의 노벨상 선정 이유, 그 문장을 제가 의미 있게 들은 것은요, 역사의 트라우마를 직시한다는 것이고요. 그것은 우리 한국 근현대사가 경험한 역사적 사건의 상처들을 한강 작가가 전면적으로 소설화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인간 삶의 영역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다, 이런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제가 주목한 것은 시적이라고 하는 부분입니다. 이 문체가 서정적 문체이고 또 한강 작가가 소설가로 활동하기 전에 시인으로 먼저 등단을 했고 시집도 한 권 낸 그런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문장의 서정적인 시적, 밀도 있는 강렬한 시적 압축성을 가진 소설 문체가 또한 높이 평가받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송영석: 정덕현 평론가, 노벨위원회 발표 내용도 보셨습니까?
▼정덕현: 네, 봤습니다.
◎송영석: 많이 놀라셨는데, 챙겨보셨어요? 어떻게 보셨는지.
▼정덕현: 네, 봤는데 제가 부끄럽게도 작품 전체를 다 보지는 못했고요. 이번에 이제 수상에 들어가 있는 채식주의자, 이 부분은 좀 읽어봤는데, 지금 K 콘텐츠가 갖고 있는 어떤 색깔들이나 이런 것들, K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는 어떤 이유 같은 것들, 이런 거를 똑같이 여기서도 좀 많이 느꼈어요. 그게 뭐냐 하면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인 어떤 경험들이나 이런 것들을 아주 섬세하게 접근을 해서 그 안에서 담겨져 있는 어떤 문제의식이나 이런 것들이 개인의 차원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역사적인 차원, 그다음에 지금 현재 글로벌하게 모든 전 지구적으로 갖게 되는 문제들, 이런 것과 이렇게 연결시키는 고리들이 굉장히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어떤 면에서 아주 일상적인 어투처럼 진행이 되는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큰 어떤 문제의식을 같이 볼 수 있는 이야기, 이런 지점들이 지금 한국의 콘텐츠들이 갖고 있는 굉장한 강점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지점들이 이 한강 작품에서도 저는 좀 많이 느꼈고, 그런 부분들을 딱 집어서 설명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영석: 그런데 이 채식주의자가 2007년 작이에요. 굉장히 앞서 나간 거네요, 그러면? 그렇다면 이런 콘텐츠들, K 콘텐츠들에 열광하고 있지 않습니까? 채식주의자를, 예전에 영화로 나온 적도 있었는데, 이거 만약에 영화로 다시 리메이크한다거나 하면 큰 인기를 끌 수도 있겠네요?
▼정덕현: 글쎄요. 그거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인기를 끄는 것과 실제 작품성, 이런 건 좀 다른 문제라서.
◎송영석: 그렇죠.
▼정덕현: 그런데 문제의식에 대한 부분들은 저는 한국 콘텐츠들, 그러니까 이게 문학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이런 쪽에 문제의식에 대한 부분들은 저는 굉장히 탁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작가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 그건 아무래도 한국 사회가 굉장히 성장 과정을 압축해서 겪었잖아요. 그런데 그 압축하는 과정이 굉장히 자본화 과정들을 굉장히 짧게 다 모든 거를 경험했던 어떤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상처나 이런 부분들을 아주 치밀하게 다 겪으면서 이걸 작품을 통해서 풀어낸 면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 작품들이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로컬의 어떤 우리가 겪었던 일들이지만 글로벌하게 지금 현재 통하는 이유가 그런 데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송영석: 그렇군요. 글로벌하게 통하는 지점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하기 훨씬 전에 이미 스페인어로 번역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을 미리 좀 보셨나 보죠?
▼윤선미: 저는 그때 2012년에 또 변방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어권이지만 변방의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처음으로 채식주의자가 서양 언어로 번역된 겁니다, 제 번역을 통해서. 그전에는 일어 번역밖에 없었어요. 저는 사실...
◎송영석: 윤 교수님이 최초 번역본을 내신 거네요, 그러니까?
▼윤선미: 서양어로는 처음이에요. 그러니까 영어 번역본보다 4~5년 전이었죠.
◎송영석: 어떤 계기로 번역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까?
▼윤선미: 저는 그때 이제, 사실은 저는 한국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물론 한국에서 태어났고 하지만 아주 어린 나이에 5살, 한국 나이로 5살부터 해외 아르헨티나 가서 살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교포죠.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까지 거기 아르헨티나에서 마쳤어요. 제 전공은 문화입니다. 그리고 이제 박사 학위는 스페인 가서 받고 그리고 30살 넘어서 이제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에서 무슨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번역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저가 번역가 되기 위해서 무슨 과정을 거친 게 아니라 그냥 인생 흐름이 그렇게 가게 만든 거 같아요.
◎송영석: 어쩌다가 채식주의자가 눈에 딱 들어왔어요?
▼윤선미: 저는, 그러니까 여러 주변 사람들한테 한국 작가, 어떤 작가, 소개할 만한 작가가 있을까, 이제 물어봤죠, 많이. 그래서 이제 추천해 주는 작가들 작품들을 읽었는데, 사실은 저는 큰 감흥을 못 받았어요. 감흥이 전혀 좀 없었어요. 그래서 번역은 하고 싶은데 채식주의자가 초창기 번역이에요, 제 초창기, 한을 세 번째 작품인 것 같아요. 그런데 번역할 작품을 선정해야 되는데 뭘 할까? 그래서 그때 마침 기사가 하나 떴어요. 기사가 있는데, 그 당시에 2011년쯤인데, 그때 우리나라에 앞으로 이제 유망주 작가들,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그런 기사였는데, 다섯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작품들을 이제 구입해서 채식주의자가 첫 번째였어요. 그러니까 그냥 읽기 시작해서 첫 장 끝나기도 전에 저는 이걸 번역해야 되겠다 결정했고, 그리고 그런 뭐라 그럴까...
◎송영석: 많은 분들이 이 작가를, 한강 작가를 유망주로 꼽아주셨다는 말씀...
▼윤선미: 그 당시에는, 그러니까 미래의 유망주죠.
◎송영석: 미래의 유망주.
▼윤선미: 미래의 유망주. 그래서 사실은 저는 관심 없었어요. 한국에서 채식주의자가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사실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렇게 호응을 일으키진 않았더라고요.
◎송영석: 2016년에 맨부커상 수상한 이후에 좀 많이 조명을 받았죠.
▼윤선미: 그렇죠. 그 이후죠. 그래서 번역, 그런데 제가 번역할 때는 저 해외 독자들, 서양, 스페인어권 독자들은 좋아할 거다, 그런 확신이 있었고, 그리고 그 확신 그대로 다음 해에 번역원이, 이 번역은 다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으로, 출간도 그 지원으로 이루어졌는데, 그다음 해에 작가님을, 한강 작가님을 모시고 번역원에서 그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서전에 참가한 거예요. 그런데 거기서 이제 한 작가님이 깜짝 놀라신 거예요. 해외 반대편에,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
◎송영석: 아르헨티나에서.
▼윤선미: 아르헨티나에서 그 이제 강연하시는데 꽉 차 있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미 그때 작가님이 그때 도서전에 가셨을 때 이 인쇄에 들어갔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전혀 안 알려진 작가, 그리고 또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없었던 그런 시기에 1,000부 이상 팔렸다는 거는 아주 큰 그때도 쾌거였거든요?
◎송영석: 윤 교수님의 노력도 아마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이 수상한 본인은 얼마나 놀랐고 기뻤겠습니까? 한강 작가 본인도 본인의 수상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노벨위원회가 발표하기 직전에 전화를 받고 알았다고 합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위원회와 한 인터뷰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제니 리디안 / 노벨상위원회
노벨상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죠?
<녹취> 한강 / 노벨문학상 수상자
영광스럽고 지지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녹취> 제니 리디안 / 노벨상위원회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사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죠?
<녹취> 한강 / 노벨문학상 수상자
저는 어릴 때부터 한국어로 된 책이나 번역서를 읽으며 자랐어요.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길 바랍니다.
◎송영석: 정덕현 평론가님, 이제 한국 문학 독자들 그리고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길 바란다, 이 부분이 눈에 띄더라고요.
▼정덕현: 아무래도 지금 현재 문단계나 출판계 전반적으로 아시겠지만 그렇게 좋은 상황들만은 아니잖아요. 요즘 책을 읽는 게, 요즘 젊은 세대에서는 좀 텍스트 힙이라고 해서 책 읽는 새로운 문화가 생기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과거처럼 그렇게 책들을 많이 읽는다거나 이런 부분들은 아니기 때문에 아마 이제 주변 작가들에 대한 이게 자기만의 어떤 일이 아니라 한국 문단 전체, 그다음에 한국 문학에 대한 부분들, 그다음에 출판계 전체에 대한 어떤 부분, 이런 것들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약간 들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특히 이분이 연락하고 지금 최근에 뉴스나 이런 데 나온 거 보니까 너무나 뭐라고 해야 되나요? 일상적인, 이게 굉장히 쇼킹한 어떤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일상적인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들하고 같이 지금 식사 중에 얘기를 들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아주 조용히 아들하고 둘이 좋은 그 어떤 이 순간을 굉장히 기억하겠다, 이런 식의 얘기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런 면들도 사실은 한강 작가의 어떤 색깔 그대로 반응을 보이신 거 아닌가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송영석: 오형엽 교수님, 방금 들은 그 영상에 있지 않았습니다만, 포함되지 않았습니다만 선배 작가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거든요?
▼오형엽: 한강 작가가 1970년생이니까 50대 중반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강 작가가 수상 소감으로 이번 노벨상 수상 또 이전에 맨부커상 수상 때 항상 하는 얘기가, 본인이 작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 이런 언급을 하거든요? 그것은 이제 한국 문학의 저력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그동안에 한국 문학의 전통과 그 계승 속에서 한강 같은 작가들이 이제 등선될 수 있었고, 그가 작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선배 작가들의 영향을 받고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송영석: 이번에는 정확히 뭐라 그랬냐면, 선배 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본인의 영감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오형엽: 그런 점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고 또 본인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제 본인의 그 노벨상 문학 수상이 또 우리 사회의 후배 작가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송영석: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 소식을 외신들도 비중 있게 지금 보도하고 있는데요. 준비된 화면 보겠습니다.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이 반영됐다. 그러니까 정덕현 평론가께서 짚어주신 대로 한류 콘텐츠의 위상이 좀 영향을 미쳤다고 AP통신은 분석을 했고요. 한국인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처음이라는 일본 언론의 분석도 있었고요. 한강이 한국에서 선구자로 칭송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한류의 위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높아진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라는 그런 반응도 있었군요. 그리고 아버지도 소설가다. 로이터통신 같은 경우에는. 지금 어떻습니까? 문인 집안이잖아요. 유명한 문인 집안이거든요? 한강 작가 집안이. 오 교수님?
▼오형엽: 부친이 한승원 작가, 원로 작가, 한국의 원로 작가인 유명한 한승원 작가이고요. 오빠도 한동림 작가, 소설을 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문인 집안으로서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도 받고 그렇게 본인이 직접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문인 집안으로서의 그 집안에서의 영향력에서 더 나아가서 한국 문화계의 황석영, 오정희, 윤흥길, 서정인, 이런 선배 작가들로부터 풍부한 자양분을 흡수해서 본인이 작가로서 대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송영석: 지금부터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 세계로 함께 조금씩 들어가보겠습니다. 일단 소설가 한강은 어떤 작가인가. 오 교수님, 어떤 작가입니까, 한강은 한마디로?
▼오형엽: 아까 말씀을 다른 분도 해 주셨는데요. 지금 한강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고 있고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해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주제적 측면에서, 아까도 말씀하신 대로 글로벌한 주제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의 역사적 사건, 개인적 경험, 이런 것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글로벌한, 즉 세계적인 어떤 주제 의식에 도달을 하기 때문에 그것이 보편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첫 번째,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채식주의자에서는 그러니까 페미니즘, 주인공이 가부장적인 가족 제도에 저항하고 반항하면서 결국은 거식증에 걸리고 나무가 되고 싶어 해서 실제로 나무가 되는 그런 아주 충격적인 그로테스크한 어떤 사건 전개를 보여주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이게 생태주의 즉, 나무의 상상력, 식물의 상상력으로 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생태주의로 접속이 됩니다. 연결이 됩니다. 페미니즘과 생태주의로 연결이 되는데, 그 이후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로 가면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역사적 트라우마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그러니까 그 역사적 트라우마라는 주제 의식으로 넘어오는 것까지도 크게 보면 페미니즘과 생태주의에서 역사적 트라우마로 넘어오는 그 과정까지 다 크게 보면 세계적 글로벌한 주제 의식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이제 주제적인 측면에서 그렇고요. 이제 소설 미학의 측면에서, 형식적 측면에서는 역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아주 강렬한 밀도 있는 시적 문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또 한 가지는 인물과 사건이 상당히 우리가 통념적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그로테스크한 인물과 사건 형상들을 형상화해냅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문학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충격을 주는 그런 어떤 소설 미학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어떻게 보면 그 충격을 통해서 강렬한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또 충분한 효율적인 미학 즉, 소설 형식적 미학을 보여줬다. 이렇게 보기 때문에 주제적 측면과 소설 미학적 측면, 두 가지 다 세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송영석: 그러니까 두 가지 다 겸비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말씀이시군요.
▼오형엽: 겸비한 작가다.
◎송영석: 오래전이지만 영화로 제작이 됐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작품이죠. 아재아재 바라아재, 소설을 쓴 분입니다.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도 굉장히 유명한 소설가거든요? 딸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소감을 오늘 밝혔는데 잠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한승원 / 소설가 (한강 아버지)
우리 딸은 그 문장이 아주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퍼요. 그러니까 그 슬픈 문장을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하느냐에 따라서 그 수상 여부가 결정이 될 텐데 그 우리 한국어는 한국어 나름대로의 독특한 감각이 있어요.
신화적인 요소 환상적인 리얼리즘의 요소 그것들하고 가미돼서 그 강이라는 작가는 굉장히 그 문학을 더 아름답게 쓴 거예요.
역사적인 트라우마와 그러니까 이건 소설의 주제죠. 트라우마와 여린 인간의 사랑 얘기를 그렇게 잘 그려낼 수가 없다. 그런데 그걸 그려내는데 지금 그 강의의 문체가, 문장이 아주 딱 알맞다, 그렇게 생각한 거죠.
◎송영석: 딸의 문장이 아주 섬세하게 아름답고 슬프다고 선배 소설가로서 평가를 해줬네요. 윤선미 교수님께 한번 여쭤볼게요. 지금 한승원 소설가가 얘기를 한 대목인데요. 그 문장을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하느냐에 따라서 그 수상 여부가 결정이 될 텐데라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이번에 수상을 놓고 번역의 장벽을 뛰어넘었다는 여기가 나오더라고요.
▼윤선미: 그렇죠. 왜냐하면 한승원 작가님이 말씀하듯이 번역이 좋은 번역이 없었으면 이런 쾌거가 있지 않겠죠. 아무도 해외 독자들은 한국어를 읽는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를 한국어로 읽는 독자는 없겠죠. 그러니까 이거 번역이 절대적이죠. 어떻게 보면, 물론 바탕이 좋은 작품이 바탕이지만 좋은 번역이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죠. 아무 소용 없는 거죠. 그러니까 번역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송영석: 정덕현 평론가, 다른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책에서, 텍스트이기 때문에 번역의 힘이 절대적이라고 해 주셨는데, 번역의 힘이 그만큼 컸겠죠?
▼정덕현: 저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제 우연한 기회에 지난주에 모스크바에 출장을 갔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뭘 했냐면, 한국어 올림피아드라는 걸 열었어요. 그런데 한국어 올림피아드가 뭘 하는 거냐면, 러시아 대학생들이 나와서 한국어로 주제 발표를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한국어에 대한 부분들이 굉장히 관심이 높다는 거를 많이 알았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대부분 다 뭘 하시냐면 교수님도 계시고 그런데, 그분들이 한국 작품이나 이런 것들을 러시아어로 번역을 하시는 분들이고 그런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거, 이 부분도 사실은 지금 한국 문학이 글로벌하게 갈 수 있는 데도 굉장히 큰 역할을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요. 이게 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부터 촉발됐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하는데, 그 이면에는 한국 콘텐츠들로부터 먼저 접한 부분들이 실제로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생충이나 이런 작품들을 보시면서 거기에 나오는 한국어들, 사실 우리가 볼 때는 장면에 나오는 한국, 한글로 돼 있는 간판이나 이런 것들, 우리는 그냥 지나치잖아요? 별거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외국 분들이 볼 때는 그게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진대요, 한글이라는 자체가. 그래서 그런 거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지금 한강 작가의 작품 성공, 이 노벨상을 받은 부분들도 여기에서 머물 게 아니라 향후에는 좀 더 한류하고 맞물려서 한국 문학 작품의 한류, 이런 것들이 같이 또 이어져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송영석: 오 교수님, 채식주의자는 2007년에 발간이 돼서 2016년에 맨부커상을 받았고요.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에 발간이 돼서 지난해에 메디치상을 수상했거든요? 그러니까 번역의 장벽을 뛰어넘는 데 채식주의자는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작별하지 않는다는 2년이 걸렸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오형엽: 그동안 우리 한국 문학을 세계화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민간 단체에서, 민간 기관에서 그리고 국책 기관에서 수십 년 동안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대표적인 국책 기관은 문체부 산하의 한국문학번역원이고요. 민간 단체는 대산문화재단에서 수십 년 동안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각 외국으로 번역해서 전파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것이 이제 결실을 맺는 과정이라고 보고요. 이번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 정점을 찍었다. 그래서 지금 말씀하신 대로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고 작별하지 않는다가 또 최근에 상을 받은 그 결실도 지금 이러한 우리 한국 문학의 세계화라는 과제를 놓고 어떻게 보면 모든 분야에서 같이 노력한 결과다, 이래서 한국 문학과 한국 문화의 어떤 성과다. 이렇게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송영석: 한승원 작가가 딸의 수상에 대한 소감을 얘기하면서 이 얘기를 했습니다. 한강 본인의 기자회견이 언제일지 기자들이 관심이 많은데,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어지고 있고요. 중동도 상황이 심상치 않지 않습니까? 그 상황을 말씀을 하시면서 전쟁이 치열해서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잔치를 하겠느냐면서 딸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거든요? 정덕현 평론가, 어떻게 보셨습니까?
▼정덕현: 지금 나올 수 있는 얘기인 것 같고요. 사실은 지금 잔치 분위기를 굳이 우리가 하지 않아도 사실은 다 내적으로는 우리가 다 통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 여기에 기뻐할 수 있는 상황들인 것 같고요. 저는 사실 이제 이걸 가지고서 좀 확장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문학 단계까지 왔지만 지금 사실 한국이 2016년 이후부터 한국 K콘텐츠부터 시작해서 K컬처로 넘어가면서 이게 계속 확산되고 있거든요? 패션부터 음식부터 문학부터 다 포함해서 확산되고 있는 과정들이라,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이번 어떤 한강 작가의 노벨 프라이즈를 받은 이 부분을 가지고서 조금은 더 확산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해야 될 것 같은데, 그중에서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오늘 여기 번역가 선생님도 나오셨지만, 번역, 통번역에 대한 부분들이 사실은 글로벌화에는 굉장히 아주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합니다. 이게 K콘텐츠에서도 사실은 번역은 아주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지금 자리 잡고 있거든요? 최근에 파친코라는 작품이 애플에서 만들어졌는데, 그건 미국 작품이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어에 대한 고증이라든가 한국 사투리, 그다음에 역사적인 고증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아주 철저하게 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철저하게 하는 이유는 뭐냐 하면, 최근에 이제 사회 자체가 글로벌 시장화 돼가고 있지만 콘텐츠에 있어서는 로컬에 대한 존중 같은 것들을 기본적으로 깔지 않으면 사실은 글로벌로 나갈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도 우리 작품에 대해서, 우리 언어에 대해서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해외에 나갈 때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 아니면 정확한 어떤 감성, 이런 것들을 전할 수 있는 번역가들 양성과 번역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의 어떤 지원이라든지 이런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송영석: 한강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죠. 채식주의자, 어떤 작품인지 한강 작가가 KBS에 출연해서 채식주의자 일부분을 낭독한 영상이 있습니다. 잠시 보겠습니다.
<녹취> 한강 / 노벨문학상 수상자 (2016년 5월)
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족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 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송영석: 오 교수님, 이 프로그램에서 한강 작가가 어떤 얘기를 했냐면요, 3년 동안 집필을 했다고 해요, 채식주의자를. 그런데 꽤 힘든 시간을 보내며 쓴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오형엽: 개인적인 고통 그리고 인간 존재의 깊은 곳에 있는 어떤 재성 그리고 폭력성에 대해서 이 채식주의자가 아주 적나라하게 그것을 고발하고 때로는 그것을 일종의 승화시키려는 그러한 주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엄청나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렇게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송영석: 한강 작가의 작품을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2021년에 펴낸 최신작이기도 한데요. 특유의 절제된 표현력으로 아픈 과거사를 되짚어서 소설가 한강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한강 작가가 이 소설 일부를 직접 낭독한 적이 있는데,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한강 / 노벨문학상 수상자 (2021년 9월)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벌판의 한쪽 끝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등성이에서부터 이편 아래쪽까지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심겨 있었다.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처럼 조금씩 다른 키에, 철길 침목 정도의 굵기를 가진 나무들이었다. 하지만 침목처럼 곧지 않고 조금씩 기울거나 휘어 있어서, 마치 수천 명의 남녀들과 야윈 아이들이 어깨를 웅크린 채 눈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송영석: 일부분만 작가의 낭독을 직접 들어봤습니다만 오 교수님,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보여준 한강 작가의 문체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오형엽: 역시 이 소설의 주제는 제주 4.3 사건이라고 하는 한국의 현대사가 나은 비극적 트라우마에 있는데, 이런 소재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체가 굉장히 서정적이고 시적이기 때문에 그것이 결합되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또 소설 구성에 있어서도 이런 기법을 구사하냐면, 주인공을 관찰자 시점으로, 그래서 담담하게 이 사건을 다룰 수 있는 그런 기법, 장치, 소설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이렇게 등장시켜서 이 소설이 전개되는 그러한 소설적 장치, 구성을 채택한 것도 이 작품의 중요한 장점이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송영석: 윤선미 교수님은 지금 작별하지 않는다는 번역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윤선미: 번역은 작년에 마쳤어요. 올해 한 번 더 다듬어서 다시 출판사에 보냈고, 출판사 전략이 있기 때문에 이제 스페인어권에서는 내년에 출간될 겁니다. 그런데, 그러니까 저는 그 이후에는, 맨부커상 이후에는 계속 좋은 큰 상들이 이어지고 있잖아요? 그게 그냥, 그냥 이루어지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채식주의자가 그만큼 번역 통해서 해외 독자들에게 알려진 것뿐만 아니라, 저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한강은 해외 독자들이 발견했다, 번역을 통해서. 그러니까 그만큼 채식주의자 뒤에 그리고 소년이 온다 뒤에는 한강 작가는 해외에 독자층이 이미 생겼습니다, 아주 두터운 독자층이.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아주 자연스럽게 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게 오래전부터 진행된 일이고 그리고 해외에서는 한강을, 국내에서도 지금은 이제 열렬한 팬들이 많으시겠지만, 해외에도 그만큼 더 많고, 많으면 더 많습니다.
◎송영석: 광주 5.18을 다룬 2014년 작이었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 의식이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소년이 온다와 관련해서 KBS와 단독으로 인터뷰했던 영상도 잠시 보겠습니다.
<녹취>한강 / 노벨문학상 수상자 (2021년 10월)
사진첩에서 봤던 참혹한 시신들의 사진, 그리고 총상자들을 위해서 헌혈을 하려고 병원 앞에서 줄을 끝없이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거 2개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졌었거든요. 인간이라는 게 이토록 참혹하게 폭력적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집에 머물지 않고 나와서 피를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너무 이상한, 양립할 수 없는 숙제 같았어요. 그래서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제 안에 아직도 이렇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인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 5월 광주를 결국은 뚫고 나아가야 되는 거구나, 언제나 그랬듯이 글쓰기 외에는 그것을 뚫고 나갈 수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쓰게 됐던 거예요.
선주가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죽지 말아요라는 말이거든요. 제가 이 소설을 쓸 때 1년 반 동안 썼는데, 그런 과정에서 5장을 마지막까지 좀 붙잡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상 그 소설에서 마지막으로 쓴 문장이 그거예요. 죽지 말아요라는 문장인데, 그 말을 쓰고 싶었어요.
◎송영석: 오형엽 교수님, 채식주의자가 미학적 관점을 우리에게 보여줬다면 4.3 사건, 제주 4.3 사건과 광주 5.18까지, 현대사를 본인 특유의 문장, 문체로 다룸으로써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 이런 평가를 받아왔죠.
▼오형엽: 네, 그렇습니다. 소년이 온다, 이것은 잘 알려 있지만 5.18 민주화, 광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다룬,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소재로 다룬 그런 작품입니다. 그런데 역시 이 작품도 소설 기법적으로는 6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6명으로 시선으로 서술자의 시점을 달리해서 6개의 장으로 나눠서 각각 다른 관점으로 이 사고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이 소설의 구성과 시점과 화자의, 소설자의 관점을 소설적 장치로 활용한 것이 주제 의식뿐만 아니라 소설 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송영석: 우리만 겪은 역사인데요. 정덕현 평론가, 세계인의 마음을 관통한 지점은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정덕현: 글쎄요. 이게 역사적 비극이라고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이제 민주화 과정을 통해서 겪은 어려움이나 아픔이라든지 상처라든지 이런 트라우마 같은 게 우리가 겪지만, 사실은 글로벌하게 다 외국인들도 다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부분들일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지점들이 통하는 면이 기본적으로 있을 것 같고요. 특히 이제 그걸 잘 통하게 하는 부분들은 작가님이 얼마나 거기에 열렬하게 감정적으로 몰입해서 이걸 썼는가 하는 부분들이 더 중요할 것 같긴 하거든요? 실제로 작가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게 너무 비극적인 얘기를 계속 다루다 보니까 힘들어 죽겠다는 거죠, 본인이. 너무 이걸 버티기 힘들다. 그래서 제가 어느 인터뷰에서 봤을 때 너무 인상적인 내용들은, 한 문장 쓰고 몇 시간을 울고 했던 그런 얘기들을 좀 하셨거든요? 그만큼 깊게 몰입해서 빠져서 그 작품을 쓰셨기 때문에 거기에 나오는 절절한, 역사가 그냥 역사 한 줄이 아니라 그 안에 실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나 이런 것들의 감정들이 그 문장을 통해서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진정성은 사실은 글로벌 어디를 가도 사실은 다 통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선미: 그런 면에서 그 역사적인 배경으로 소설은 쓰여졌지만 그 자체로도, 문학 작품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어느 독자가 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독자가. 저는 소년이 온다 번역하면서 주 하나 안 달았어요. 그러니까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이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어느 나라나 이게 국가가 폭력을 행하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 겪어봤기 때문에 이 아픔을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저는, 그만큼 작품 자체가 문학적으로, 그러니까 역사 소설이 아니라는 거죠. 역사 소설이 아니고 그리고 뭐 폭로하는 것도 아니고 이 피해자 입장에서 얼마나 삶이 망가졌다, 이것도 아니고 그냥 얼마나 용감하게 시민들이, 일반 시민들이 싸워왔고 얼마나 서로 연대했고 서로 희생했다. 그런 내용이기 때문에 이거는, 이런 보편성은 어디서나 통하죠. 이거는 역사적인, 그런 주를 달 필요가 없습니다.
▼오형엽: 교수님 말씀에 덧붙여서, 지금 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가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게 왜 세계적인 보편성에 공감을 일으키나 하면, 제가 볼 때는 이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정치 사회적인 관점에서, 그런 담론으로 이 소설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고통과 내면에 깊이 침잠하는 그러한 전환을 이루어서 이 작품이 계속 집중하고 그쪽에 집중하기 때문에 인간성 내면에 어떤 근원적인 어떤 본질적인 어떤 영역까지 삶과 죽음 그리고 과거와 현재 이러한 어떤 근원적 주제에 도달하기 때문에 그것을 전환해서 이 작품을 역사적 사건을 형상화하기 때문에 그것도 보편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송영석: 예 잘 들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모두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지금 출판사들이 아주 아주 바빠졌다고 합니다. 한강 작가의 도서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오늘 발표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에 실시간 베스트셀러 1위에서 10위까지가 모두 한강 작가의 책이었다고 합니다. 수상 반나절 만에 13만 부나 판매됐고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 책 판매량 무려 3400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루 만에 정덕현 평론가님, 이 상황 이 분위기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정덕현: 지극히 한국적인 상황이죠. 한국은 지금까지 이게 평상시에 이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인데 꼭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굉장히 집중해서 사실 저는 좀 그게 놀라우면서 좀 씁쓸하기도 하거든요. 1위부터 10위까지 꽉 차 있다. 물론 사실 순위로 따지는 것도 좀 그렇기는 하지만 저는 이런 게 사실 좀 물론 여기 굉장히 축하할 일이고 좋은 일이고 또 이게 이걸 통해서 좀 출판계나 이쪽에서 좀 붐도 좀 생겨나고 하는 그런 것들을 바라기는 하지만 이게 너무 한꺼번에 이렇게 확 쏠리기보다는 좀 평상시에 문학에 대해서 좀 관심을 가지고 이게 일반 저변이 좀 생겨서 그냥 우리가 만나서도 문학에 대해서 서로 얘기할 수 있고 이런 분위기여야 되는데 지금 이 갑자기 쏠린 어떤 시선 이건 당연히 이해되긴 하지만 그런 측면들이 또 한국 어떤 문화적인 특징이라는 생각은 좀 들면서 약간 씁쓸한 면도 있습니다.
◎송영석: 예. 이제 출판계가 요즘 좀 어려웠잖아요. 이제 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필두로 해서 이제 이 온기가 좀 널리 널리 좀 오래 퍼졌으면 좋겠는데요. 어떤 노력이 좀 뒷받침돼야겠습니까?
▼오형엽: 어 역시 이번에 한강 작가의 문학상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축제이고 또 우리 한국인들의 자부심이라 이런 면에서 지금, 이 현상이 열풍 현상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하신 것처럼 이것을 하나의 축제로 그냥 그치지 않고 앞으로 이 원동력으로 삼아서 이 동력으로 우리 한국 문학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제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지금도 끼치고 있는 한류 그 한류에는 한국 영화도 있고 한국 드라마도 있고 Kpop도 있고 웹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한류 열풍과 또 한국 문학의 이러한 큰 새로운 열풍을 계속 지속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이 하나의 스쳐 지나가는 바람으로 사상 누각으로 그치지 않고 이것을 어떻게 계속 지속해 나가느냐 여기에 저는 두 가지 중요한 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식물로 따지면 나무로 따지면 우리 한국 문학 혹은 한류를 뿌리를 튼튼히 내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평이 중요합니다. 한국 문학에는 한국 문학 비평이 중요하고 한국 영화에는 영화 비평이 중요합니다. 한국 Kpop에는 Kpop 비평도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비평이 지금 상당히 축소되고 위축되어 있는 한국 문화와 한국 문학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한국 문학 비평과 한국 문화 비평 이 모든 면에서 뿌리를 튼튼히 내리기 위해서 비평이 살아야 되고요. 두 번째는 계속 말씀하신 번역이 활성화돼야 됩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문학번역원이나 대사 문화재단 같은 그동안 계속 노력해 오신 이 기관들이 더 힘을 내서 번역을 통해서 세계에 우리 한국의 문학과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 더 많은 지원을 국가적인 지원을 할 수 있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송영석: 국가적인 지원도 필요하고 또 한국문학번역원 또 더 노력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윤 교수님 어떻게 들으셨어요? 이미 많은 작품들이 이제 다른 나라에 출간돼 있지만 더 많은 작품들이 더 많은 언어로 출간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봄직하죠?
▼윤선미: 그렇죠. 저도 아까 실감 날수록 더 벅차다는 듯이 그거 그 상상이에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한국 문화의 위상이 달라질까, 그것만 생각 그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지는 거예요. 또 많은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더 소개되고 또 번역되고 또 그러면 지금 한국 문학에 대해서 알려진 게 사실 좀 아주 소수죠. 소수 작가들이고 국한돼 있는 그런 장르들인데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해지고 그리고 또 그 많은 세월 통해서 저도 생각 제 생각도 확고해진 게 한국 문학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죠. 저 외국인으로서 계속 이제 한국 문학을 읽으면서 가르치면서 번역하면서 그런 생각이 점점 더 확고해져요. 한국 문학은 해외 외국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그런 뭐 전개에서부터 형식 스토리 아주 창의적인 그런 문학이고 그런 문화고 한국 사회가 한국 문화가 한국 나라가 그런 게 점점 다 글로벌로 하나로 묶어져서 점점 진짜 그 위상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만 그렇게 노벨 문학상을 이렇게 열렬히 바라는 게 아니에요. 해외에서도 세계적으로 제일 제일 중요한 상이거든요. 나라가 어느 나라가 문학상 받았다는 노벨 문학상 받았다는 거는 그 나라의 위상이 문화적인 위상은 몇 배로 뛰어올라오는 거죠. 어느 나라나
◎송영석: 이제 번역의 기술에 대한 말씀을 쭉 들었는데 요즘은 이제 콘텐츠를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AI 기술도 많이 활용하지 않습니까? 윤 교수님 문학계에서도 AI 기술을 좀 활용하나요? 어떻습니까?
▼윤선미: 시도라기보다는 테스트해 봤죠. 왜냐하면 궁금하잖아요. 챗GPT 뭐 DEEPL 다 테스트해 봤어요. 저는 여러 가지 텍스트로 해봤는데 기사 뭐 인문서 그런 거 그런 건 다 너무 잘하더라고요. 진짜 뭐 물론 오역도 있고 그 검토해서 고칠 것도 있지만 그게 몇 초 만에 그냥 한 긴 글을 번역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죠. 번역 문학 번역 문학 작품 갖고도 시도해 봤습니다. 근데 문학은 우리 번역원 학생 못하는 학생보다도 더 못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말이 특징 하나가 이렇게 주어를 생략하잖아요. 네 그거는 한국인 한국인만 우리 없어도 우리는 다 문맥상 그거를 이해하지만, 외국인들도 힘들지만, AI도 도저히 그거 못 풉니다. 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물론 계속 AI가 발전해서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한강 작품처럼 이렇게 깊이가 있고 서정적이고 시적이고 어려운 작품들은 저는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그런 날 못 볼 것 같아요. AI가 번역했다 한강을 저는 어렵다고...
◎송영석: 정덕현 평론가는 어떻게 보세요?
▼정덕현: 저는 이제 저도 국문학을 전공해서 한국어에 대한 어려움을 외국인들한테 많이 듣거든요. 특히 이제 영어 같은 경우는 앞부분에 사실은 팩트를 다 던지잖아요. 그래서 이 통번역을 할 때 이렇게 실시간으로 동시통역이 가능한 언어라고 얘기들을 해요. 영어를 근데 한국어는 이게 끝까지 얘기를 다 들어봐야 맨 마지막에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게 사실 통번역도 굉장히 어려운 그러니까 언어가 갖고 있는 굉장한 뉘앙스와 감성적인 부분들과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은 언어라는 거죠. 그래서 이걸 잘 구사해서 쓰는 소설이라고 한다면 이거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서 저는 완전히 맛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이제 이번을 계기로 제가 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뭐냐 하면 우리가 문학이나 소설을 접할 때 우리가 자세가 학교에서 옛날에 배우던 방식으로 아 이 소설의 주제는 뭐야 줄거리는 뭐야 이런 개념으로 자꾸 접근을 하는데 저는 그런 것도 물론 서사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부분들은 그 문장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어떤 깊은 의미라든지 감성적인 면들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거를 하나하나 이번에 좀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보시면서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 이게 진짜 문학을 느낄 수 있는 거거든요. 문학은 뭐 전체 얘기를 아, 이게 무슨 얘기였어라고 그 주제를 발견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고 그냥 읽으면서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건데 한강 작가의 작품이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많은 독자분들이 문학을 접하는 자세도 조금은 좀 달리 접근해 보시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
◎송영석: 잘 들었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같은 날 경사가 겹쳤습니다. 교수님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 작가가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어떤 작품입니까?
▼오형엽: 김주혜 작가의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반도에서 투쟁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풀어낸 시대 장편 소설입니다. 평가는 아마 이번 심사에서 톨스토이 문학상을 큰 상을 받았는데 심사위원을 맡은 파벨 바신스키 심사위원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 작품을 평가하기를 톨스토이의 작품과 비교할 수 있다. 그 정도로 훌륭하고 성숙한 작품이다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이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송영석: 정덕현 평론가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해서 우리 한국 문학의 어떤 지평을 세계적으로 좀 넓혀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바로 또 김주혜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졌거든요. 어떻게 보셨어요?
▼정덕현: 그러니까 저는 이게 이제 문학에 대한 부분들이 일종의 저는 이제 K콘텐츠 쪽을 전공하는 사람이라 거기에 굉장히 중요한 자양분이고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문학에서부터 시작한 많은 것들 예를 들면 짧은 단편이지만 그 단편이 주는 어떤 감흥이 어떤 작품 하나로 이렇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하나의 영화가 될 수도 있고 거기서 모티브가 돼서 아주 좀 긴 시리즈가 될 수도 있고 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고 보는데 문학이 만들어내는 이런 좋은 상들을 많이 받는다는 거는 그만큼 한류 콘텐츠 앞으로 일어나 한류 콘텐츠에도 그 자양분이 굉장히 깊어지고 있고 뿌리도 깊어지고 있다라는 의미에서 굉장히 반길만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향후에 지금 현재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이나 이런 작품들도 한국에는 과거에는 약간 문단 중심의 소설이나 이런 것들로 많이 해서 이제 대중들과 약간 유리된 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대중들하고 친화된 어떤 문학이나 이런 것들이 지금 새롭게 지금 많이 부각되고 있다고 보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그런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저는 향후에 한류 콘텐츠, 한류 전체 한국 문화,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데 굉장히 큰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K컬처의 자양분이 될 거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해서 외신들의 K컬처 한류에 대한 관심도도 더 높아졌더라고요. 그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정덕현: 그러니까 지금 사실은 이제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이나 파친코니 이런 작품들이 왜 갑자기 주목을 받는가라고 얘기를 하면 저는 이 작품들이 그렇게 기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사람들을 막 그냥 즐겁게 하거나 이런 게 아니거든요. 항상 이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문제를 자꾸 던지는 작품들이에요. 아 이건 뭔가 잘못됐어. 그래서 이 잘못된 부분들을 우리가 같이 공유해야 돼 잘못된 걸 공유했으면 그다음에 비전으로서의 뭔가 새로운 사회에 대한 것들을 우리가 꿈꿔야 돼 이런 것들을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를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게 우리한테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만 외국 그러니까 글로벌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것들을 한류 콘텐츠의 지금 글로벌한 인기 아주 주목 이런 것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석: 자 그렇다면 흑백 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것은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까요?
▼정덕현: 네 그거는 이제 지금 최근에 이제 한류 콘텐츠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한식에 대한 것도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런데 이 흑백 요리사는 참 특이한 게 뭐냐 하면 한식 자체를 내세운 그렇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한식을 드러내거든요. 여기 보면 이태리 요리사 중식 요리사 일식 요리사 이런 분들이 나와서 한식 재료를 가지고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로벌한 요리 기법들이 들어가지만 동시에 플러스 한식에 대한 부분들이 들어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런 게 지금 좀 자신감이라고 좀 생각이 듭니다. 한국 문화를 굳이 아 이건 우리 거예요. 라고 막 강조해서 한다기보다는 자신감 있게 그냥 드러내면서 글로벌 안에 우리도 이런 문화가 있습니다라는 정도로 던져놔도 사실은 굉장히 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만큼 K컬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영석: 이제 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오 교수님 끝으로 질문드리죠. 앞으로 어떤 문학 작품들, 한국 문학 작품들이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오형엽: 네 한강의 작품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을 우리가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서 예상해 본다면 역시 절실한 체험에서 나오는 그것이 역사적 사회적 체험이든 개인적인 존재론적 체험이든 절실한 체험에서 문학은 고통으로부터 생겨나는 꽃이거든요. 고통의 축제거든요. 그러니까 그 고통을 승화시키는 어떤 과정에서 보편적인 자기 체험을 즉 한국적인 체험을 세계적인 보편적 주제로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미학적인 어떤 수준을 끌어올리는 그 향상을 통해서 이 두 가지가 잘 접목될 때 한국 문학과 또 한국 문화 K컬처가 동반해서 같이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단독] 고용부,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질병’ 아닌 ‘부상’ 결론…중대재해 판단
- 도서관 ‘채식주의자’ 폐기에…경기교육청 “지시 안 해” vs “학교에 압박 사실”
- 요르단 이기고 ‘기세등등’ 홍명보 “전체적으로 다 잘 됐다” [지금뉴스]
- “죽을 겁니다” 석 달간 무려 122차례 112 거짓 신고한 50대
- 수술 직전 CCTV 촬영 요구했는데…결국 수술 안 받은 이유는?
- [영상] 공공의 적(?) 홍명보 전술 적중…2000년대생 맹활약 세대교체 신호탄?
- “커피값 해”…공군 병사에게 만 원 꼭 쥐여 준 남성 [잇슈 키워드]
- 한강 수상 뒤 첫 인터뷰 “문학과 함께 자라…차 마시며 조용히 축하를” [지금뉴스]
- 맡긴 68억 훔친 창고 관리 직원 구속 송치…“죄송하다” [현장영상]
- 한강 작가 일본 팬들 “아시아 작가 노벨상 수상 기뻐” [지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