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붙’한 아리셀 위험성평가서는 심사 통과···발열 위험 내부 경고는 무시
노동자 23명이 화재 사고로 숨진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2022년도 위험성평가 자료를 2023년으로 날짜만 바꿔 조작했는데도 정부 심사를 통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사고 전 발열 전지의 위험성에 대한 아리셀 내부 경고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아리셀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살펴보면, 검찰은 아리셀이 “2023년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2022년 위험성평가 자료의 시행일만 2023년 10월경으로 변경해, 2023년에도 평가를 실시한 것처럼 자료를 조작했다”고 봤다. 아리셀이 2022년 위험성평가 자료를 ‘복붙’해 2023년 자료를 만들었고, 정부는 이를 심사에서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아리셀은 2021~2022년 3차례 리튬전지 폭발 사고가 있었음에도 2022년 위험성평가 자료에서 리튬전지의 화재 위험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 수단인 위험성평가는 노사가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사업주가 위험성평가를 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 현장실사 등을 거친 후 ‘인정’을 받으면 산재보험요율을 감면받을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리셀을 위험성평가 인정심사에서 통과시키고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했다.
아리셀이 사고 20일 전쯤 2900여개의 전지에서 발열 현상을 확인하고도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을 무시했다는 사실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아리셀이 방위사업청과의 계약 미이행으로 인한 지체상금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지 생산을 강행했다고 봤다.
내부 기술연구소 이사 A씨는 지난 6월4일 사내 메일을 통해 “전지 전해액 안 불순물이 발열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고 불순물 제거 가능 여부 및 제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6개월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아들 박중언 경영총괄본부장이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발열전지가 식으면 이를 정상제품으로 분류해 후속 공정이 진행되는 장소로 운반할 것을 지시했다고 봤다. 일부 발열전지에 대해선 발열검사도 생략하고 정상제품으로 분류해 보관하게 했다.
이외에도 아리셀은 안전관리자 위탁업무 계약을 맺은 대한산업안전협회로부터 배터리 전해액 분리막 파손에 의한 화재와 폭발 위험성과 함께 소화기 위치 확인, 비상구 관리 등을 이미 지적받았다.
검찰은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을 중대재해처벌법, 파견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한 상태다. 아리셀 임직원 등 6명과 아리셀 등 4개 법인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21일에 열린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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