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만지고 욕하고도 없던 일?"...기상청 '성비위 처리' 질타

김도현 기자 2024. 10. 11. 15: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장동언 기상청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기상청·수치모델링센터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기상청 및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기상청이 조직 내에서 발생한 성 비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감사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상기상 현장이 잦아지면서 기상청의 중단기 예보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음을 지적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예보시스템 개편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환노위의 기상청 등에 대한 국감에서 "(항공기상청장에 대한) 성희롱 신고가 접수됐는데 감사실이 성희롱 여부가 모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품위유지 위반 사건으로 (감사를) 진행했다"며 "복수의 직원들이 평소 항공기상청장의 언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감사실이 가해자의 언행이 반복적이지 않고 반성의 태도를 보인다며 징계가 아닌 경고로 징계가 감경됐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2019년 이후 기상청 내외부 접수 신고 내용과 조치 결과를 모두 점검했는데 총 122건이 접수된 가운데 16건만 징계가 내려졌다"며 "신고 내용을 보면 (상사가 부하) 여직원을 툭툭 치거나 욕을 하고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어깨를 만지는 등 가볍지 않은 내용들이 적지 않았는데 기상청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22년 기상청 청렴 역량진단 설문 결과 부패행위를 신고하지 않고 묵인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31%가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 들었다"며 "감사실이 성 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성 비위 사건에) 침묵하고 방조하며 기관장의 비위를 감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의미인데 특정 사건에 대한 대응이 부실했던 게 아니라 조직문화가 아주 심각하다는 의미다.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기상청의 예보 적중률을 높이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기상청 예보관 수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32명으로 동일했고 올해 8명이 충원돼 140명이 됐다"며 "2019년 호우주의보·호우경보는 각각 133회와 45회였는데 올해는 330회와 124회로 각각 2배 넘게 늘었는데 예보관 중 다수가 재난문자 발송 업무를 맡고 있어 실제 예보관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고 지적하며 분석·연구관 인력 부족이 기후 예측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확한 기상 예측을 위해선 촘촘하고 세밀한 샘플링이 필수적인데 기상청의 자동기상관측장비인 AWS의 지역별 편차가 크다. 수도권에 편중됐다"며 "서울과 대전의 경우 면적은 엇비슷한데 AWS 격차는 7배에 달한다"고 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대구·경북의 면적이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20%를 차지하고 태백산·소백산 남쪽인 경북 북부 지역은 기상변화가 매우 심한 곳 중 하나"라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지방의) 기상대를 기상지청으로 승격하는 조직개편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당에서는 직관적인 예보시스템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올여름 온열질환을 겪은 노동자 수가 전년보다 22% 증가한 1686명을 기록했고 사망자도 10명이나 된다"며 "폭염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체감온도가 매우 중요한데 지난 7~8월 기상청의 예상 체감온도와 실제 현장의 체감온도가 평균 6.2도나 벌어졌다"고 말했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기상청 관계자들만 이해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게 기상청의 3개월 예보"라며 "가령 '올여름 평년보다 더울 확률이 50%다'라고 하면 국민들은 (반반의 확률로 이해해)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운데, 실은 이게 매우 덥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상청은 올여름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했지만 국민들은 잘 모른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이해하기 쉬운 예보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경험하지 못한 이상 기상현상이 더 자주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과학적인 기후변화감시예측법을 바탕으로 위기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지진재난 등에 대해서도 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개선해 국민 편익을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장 청장은 이날 의원들로부터 지적받은 사안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감사할 수 있게 노력하고 예산확보 등의 노력을 통해 분석·연구관 증원을 위해 노력할 테니 국회에서도 신경 써달라"고 부탁했다. 또 "3개월 단위 중기 기상 예측의 경우 국민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개편을 실시했고 앞으로도 거듭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