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삼각관계로 보는 사랑의 본질이란…[생각을 여는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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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그는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키 140㎝가량의 '라이먼'을 사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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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미국 작가 카슨 매컬러스(1917~1969)의 소설 ‘슬픈 카페의 노래’는 다소 기이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세상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외롭고 슬픈 황량한 마을에서 생필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미스 어밀리어’는 사팔뜨기인 데다가 키가 크고 골격이나 근육도 남성과 비슷합니다. 성격도 인색하고 냉정하기 그지없죠. 그는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키 140㎝가량의 ‘라이먼’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는 '꼽추'라는 멸칭으로 불렸던 척추장애인입니다.
작가 매컬러스는 “어디로 보나 보잘것없는 사람도 늪지에 핀 독 백합처럼 격렬하고 무모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주변의 의아해하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어밀리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라이먼에게 헌신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밀리어의 전남편 ‘마빈 메이시’가 교도소에서 나오면서 달라집니다. 어밀리어는 과거 자신을 사랑한 메이시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그가 사랑하는 라이먼이 메이시에게 푹 빠져 어밀리어를 잔인하게 배신합니다.
이 대목에 이르러 다시 묻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슬픈 카페의 노래’는 '분명 상대가 있어야만 가능한 감정임에도 결국엔 혼자만의 고독'이라는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입니다. 매컬러스는 10대 때 열병을 앓은 이후 평생을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글을 놓지 않았습니다.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질병이라는 고통의 숙명이 어쩌면 사랑과도 닮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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